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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ㅣ 책세상 세계문학 12
샬럿 브론테 지음, 신해경 옮김 / 책세상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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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읽었던 제인 에어를 중년이 되어서 다시 만나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렌다.
이 책은 양장제본이라 갈라질 염려 없이 맘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넘 좋았고, 심플한 디자인 덕분에 책이 한층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제인 에어가 8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완벽한 벽돌책이었다니 !!!
아무리 청소년용이라 축약본이었다고는 해도 내 기억 속의 이 책은 절대 이렇게 두껍지가 않았었는데..
아!! 정말 왠만한 고전은 완역본으로 다시 읽어줘야 하나보다.
어느 정도 인생을 알게 된 나이에 제인 에어를 다시 읽어보니, 제인 에어라는 캐릭터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당당하고, 자기 앞가림 할 줄 알고, 남자에게 자기 인생을 내맡기지 않는, 그 당시 분위기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주체적인 여성. 결코 예쁘지 않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제인 에어역을 맡아서인지 계속 예쁜 이미지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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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스터와 제인 에어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 부분은 지금 읽으니 그닥 와 닿지는 않는다. 표현이 너무 시적이고 연극을 보는 느낌이라서 그럴까. 오히려 어린 시절 로우드 자선학교에서의 생활(구역질이 날 정도로 탄내가 나는 죽, 템플 선생님 방에서 친구와 먹었던 케잌과 커피, 전염병으로 죽음의 기운이 돌았던 회색빛의 학교 분위기..), 손필드에서 돈 한푼 없이 도망쳐 나온 후의 이야기가 훨씬 재밌다.
제인 에어에 대한 로체스터의 감정은 지금 보니 진정한 사랑이었던 듯 싶다. 아내가 있음에도 결혼을 하려고 했던 로체스터 너무 파렴치한 인간이 아닌가 !! 라는 생각은 후반부로 가서는 슬며시 없어지고, 한없이 가엽게만 느껴진다.
오히려 신앙을 내세워 제인 에어를 구속하려던 존이 너무도 이기적으로 보인다. 처음에 죽어가는 제인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바로 이 남자라 정말이지 속이 깊고 배려심 많은 남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필요에 의해 상대방의 감정은 철저히 무시한 채 마지막까지 강요 아닌 강요를 해대다니..옆모습이 그리스 조각같다는데..잘 생기면 다야? !!!!!
암튼, 사랑에 있어서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제인 에어 멋지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제인 에어가 고딕 소설의 분위기를 띠고 있다는 점도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새삼 그토록 능력있던 브론테 자매의 요절이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6남매가 모두 30대 이전에 죽었으니..이런 불행한 가족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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