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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 인생을 달리는 법을 배우다
롭 릴월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손에 잡힌 여행기이다. 오랜만이라고 해봤자 한달안짝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한달여 동안 여행기를 읽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대단한 기록이다.
그리고 슬슬 여행기에 목마를 즈음 어떤 신간이 나왔나 두리번거리던 참에 딱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자전거로 얼음위를 건너는 법]이라는 책이다. 제목을 통해 자전거 여행일꺼라는 추측은 쉽게 할 수 있다.
여행기치고는 안에 사진은 고작해야 뒷부분에 흑백으로 몇 장 있을 뿐이지만 읽으면서 사진이 없는 것이 전혀 아쉽지 않을 정도로 재밌다. 물론 사진이 있었다면 상황을 이해하는데 훨씬 더 수월했겠지만..(그래서 나중에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그 느낌을 받을 수는 있었다.)
저자는 아주 평범한 중학교 지리교사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러시아에서 런던까지의 길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길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애초의 계획은, 몇년간 앞서 자전거 여행을 해오고 있는 든든한 친구 앨과의 동행이었다.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함께 다니면서 둘의 사이는 점점 악화되고 드디어 각자의 여행길로 행선지를 바꾸게 된다.
보통 이런 힘든 여행기를 읽다 보면 저자가 무척 강인하고 외로움도 잘 견디는 듯해보인다. 책에는 그런 내용이 안 적혀있지만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의 저자 롭은 다르다. 겁도 많고 외로움도 잘 타고 실수연발에 여행내내(특히 친구엘과 헤어진 후에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런 점이 오히려 읽는 내내 공감대도 형성되고 진정 보통사람이 이룬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롭은 시베리아,중국,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도 잠시 지나치는데 동양을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서양사람의 눈에 비친 중국,일본,한국의 모습이 참 재밌다. 일본은 비데가 설치된 공중화장실이 너무도 깨끗한데 놀라고 공사판 인부들의 모습을 레고인형처럼 비유한 부분. 일본특유의 회사단체 아침체조를 보면서 느낀 부분이 참 재밌다. 반면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자전거를 타기에 너무도 위협적인 버스운전사들에 대한 이미지(이것은 중국이 최악이라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만)와 북한을 방문한 후의 느낌들이 조금 아쉽기만 하다. 그에게 비친 한국은 별로 좋아보이진 않았기에..
저자 롭은 여행하는 내내 정말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몇단계의 소개를 거쳐 알게 된 사람이 수도 없다) 각 여행지마다 그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는다. 여행의 진정한 맛은 바로 이렇게 각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는 것 같다.
1년 계획했던 여행이 3년이나 걸렸지만 그 3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롭은 매우 강인해지고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인생이 따분한 사람, 지금의 자신의 생활에 너무 안주해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