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에 얽힌 살인 고백
사토 세이난 지음, 이하윤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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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 다소 충격적이고 오싹한 '어느 소녀에 얽힌 살인 고백'은 2011년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수상작이고 최근 내가 가장 읽고 싶은 책 가운데 하나였다. 아동학대를 소재로 처음부터 끝까지 소녀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피해아동인 10살 된 아키는 의붓아버지로부터 끊임없는 학대를 받는데 이 같은 사실을 알고 도움의 손길을 뻗게 되는 사람은 정신과 의사이자 아동상담소 소장인 쿠마베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키를 보호해주어야 할 어머니조차 두번째 남편의 폭력앞에서는 속수무책. 오히려 아키의 희생을 통해 자신과 아키. 자신의 둘째딸의 안전을 원한다.

 

매맞는 여자들을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그녀들이 왜 저항조차 못하고 도망치지 못하는지에 대해 조금씩 이해가 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아키의 엄마의 행동에 대해서는 너무 화가 난다. 자신만의 희생이라면 모를까..두 딸이 어떻게 희생되는지를 알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있을 수 있는 걸까..물론 전혀 아무 시도도 안해 본 것은 아니지만..

 

10년 전 한 소녀 아키에 얽힌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아키와 관련된 사람들의 취재와 인터뷰가 이루어지는데 그 인터뷰를 통해 하나하나씩 사건의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뒤로 갈수록 결국 아키가 어떻게 됐는지 점점 궁금해지는데 사실 중반부분까지는 미스터리라기보다는 학대에 관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아키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마지막 결말은 아주 끔찍하다거나 상상초월같은 생각은 들진 않지만 결말까지 씁쓸하고 마음아프다.

 

학대는 그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심각하고 마음 아프다. 그 어둡고 끔찍한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이상. 이 악순환은 계속 된다.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한국어판 출간 기념 특별 후기>에서는 작가의 숨겨진 과거에 대한 고백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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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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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포양あぽやん. 공항(airport)의 약자 ‘APO’와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일본어 ‘やん’의 합성어로, 공항에서 여객들의 출국 수속 등을 돕도록 여행사에서 파견된 직원을 가리키는 업계전문용어다.

[공항의 품격]은 이러한 아포양 엔도 게이타를 중심으로, 승진도, 연애도 인간관계의 희망도 없는, 다들 기피하는 공항내 근무자들의 이야기와 공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유쾌하게 풀어놓고 있다.

 

실제로 여행사의 일을 했던 작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쩌면 작가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공항의 직원이라는 말만 듣고 항공사 직원을 생각했다. 물론 항공사 직원도 서비스직종이다 보니 고달프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느낌상 공항에서의 업무는 항공사 직원보다 여행사 직원쪽이 잡일도 많고 더 힘들 것 같다.

 

이렇듯 일반인에게 있어서 공항..하면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이 느껴지곤 하는데, 아포양의 경우에는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은 듯 하다. 아니 오히려 각양각색의 고객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즐겁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모든 뒷치닥거리를 해줘야함에도 불구하고 경력도 쌓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고역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엔도가 이 곳에 배정된 후 만난 고객들은 하나같이 엔도와 직원들을 녹초로 만든다.

 

그러나 초반 배정되었을 때의 그 울며 겨자 먹기식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업무에 대한 긍지와 애착으로 바뀌게 된다. 겉모습으로만 비호감을 느꼈던 직원에 대해서도 고객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도 된다.
생각을 바꾸는 순간에 세상은 달라보이게 마련인 것 같다. 그렇게 느끼게 되니 엔도 스스로도 일이 즐거워지고 끝까지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이런 직원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느껴도 좋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포양이 있었던가..공항에서 가끔 마주쳤던 여행사 직원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렇게 공항에 상주하면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인가..아님 그 때 그 때마다 공항으로 가서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걸까...

아무튼 즐거운 여행의 시작 뒤에는 이렇게 누군가의 희생과 도움이 존재한다는 사실..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탑승까지의 다양한 절차를 위한 업무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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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 1 - 고향편 청춘의 문 1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박현미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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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이츠키 히로유키의 대표작 [청춘의 문]. 분량도 두꺼운 2권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복잡한 역사속에서 자라난 한 소년의 드라마틱하고 장엄한 성장이야기가 참으로 기대되는 책이다.

 

그 첫번째 이야기인 '고향편'에서는, 주인공 이부키 신스케의 부모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0대의 신스케가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한다.


자신의 진로문제, 어릴 때부터 친했던 오리에에 대한 특별한 감정, 점차 성에 눈을 뜨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 그 또래가 겪을 만한 여선생님에 대한 풋풋한 사랑. 혼자 남은 어머니에 대한 애정 등. 아버지없이 자란 소년이 홀로 겪어야 하는 내면의 고통도 전해진다.

특히나 그 나이의 남학생들이 겪을 성에 대한 갈망 등이 자주 묘사가 되는데,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본능이기에 신스케의 그러한 성에 대한 욕망을 어른의 눈으로 웬지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동료를 위해 의미있는 희생을 한 아버지로 인해 신스케와 그의 어머니를 돕고자 하는 주변사람들에 의해 그들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궁금해지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참 좋은데 아주 장중하고 무게있는 이야기가 진행될꺼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대화나 신스케의 생각 들이 다소 가볍게 느껴져서 다소 아쉽긴 하다.
번역의 문제일까..아님 원작 자체의 분위기도 그럴까...

 

그래도 이제 도쿄라는 넓은 세상으로 들어가게 되는 신스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긴 하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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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정의 맛있는 도쿄
강수정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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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몇번 가봤지만 다 업무관계상의 출장이었기에 이렇게 여유롭게 맛있는 집을 찾아 나서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항상 도쿄의 맛집에 관한 책을 접할 때면 아쉬움이 들곤 한다.


일본의 요리 하면 일단 정갈하고 아기자기한 것이, 맛은 일단 접어두고라도 미관상 그 어느 나라의 음식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때는 마치 소꼽장이 하는 기분도 들고 먹기 아까운 맘도 들고, 우리 나라처럼 푸짐한 양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웬지 부족하게 느껴질 듯도 하다.

 

강수정 아나운서가 일본에 머물며 발로 뛰어다니면서 알아낸 도쿄의 맛집에는 스시,덴뿌라, 베이커리,햄버거, 이탈리안, 화과자, 디저트 등 그야말로 모든 쟝르의 맛집이 포함되어 있다.
책도 어찌나 맛스럽게 꾸며놨는지 하나하나 사진까지 들어있어서 하필 밤에 이 책을 읽는데 너무 먹고 싶어서 군침을 흘린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일단 나는 스시는 그다지 좋아하질 않는데 이 책의 첫페이지에 등장하는 스시는 그 맛이 참으로 궁금하게 만든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가장 행복한 페이지는 면,베이커리,햄버거, 이탈리안 코너이다.


일본의 가게들은 그다지 크지도 않고 특히나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하는 음식점들조차도 전통을 고수하며 확장같은 건 절대 하지 않고 그 이미지 그대로 이어가고 긍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철저한 장인정신이 이 곳곳의 음식점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각 음식점의 명함도 볼 수 있는데 한결같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다양한 일본의 명함을 보는 재미도 색다르다.

 

비록 이 책에 소개되는 요리들 중에는 고가의 음식도 있고 배불리 실컷 먹을 정도의 양은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요리들을 눈으로라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행복하다.
외국여행에 있어서 요렇게 맛집을 찾아가는 색깔여행도 참 괜찮은 것 같다.

강수정 아나운서가 다음에 머물 나라는 홍콩. 크~홍콩도 일본 못지않게 먹거리가 가득한 곳이니 제 2탄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네...


[ 이 서평은 해당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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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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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을 설치며 읽은 책이다. 중반 이후까지 다소 드라마적인 분위기도 띄면서, 스릴 넘치는 장면은 없지만 웬지 내용의 요소요소에 복선이 깔린 듯 하고, 폭풍전야처럼 이 모든 잔잔함이 어느 순간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칠 것만 같다. 그래서 초반부터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적중했다. 드디어 범인의 계획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진다. 그리고 드디어 마무리단계? 라고 느끼는 순간 새로운 반전이 이어지면서 다시금 이전 내용을 되새기고 머리속으로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나'가 두명이다. 그리고 시제까지 감안하면 세 명의 '나'가 등장하게 된다.

삼류학교에 다니면서 근처의 일류명문학교 세인트오즈월드를 동경하고 질투하는 주인공 '나'. 어른이 되어서 이 세인트오즈월드의 교사로 근무하게 되는 같은 주인공 '나'.

그리고 세인트오즈월드에 33년간 근무하고 있는 라틴어 교사인 '나'.

초반에는 이들의 '나'가 서술하는 내용과 존재가 다소 헷갈렸는데 어느 순간에는 각자의 존재가 정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심취하게 된다.

 

한 아이가 어릴 때 품었던 동경과 질투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그 범죄를 실행하기 위해 몇 십년을 계획하는 주인공.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릇된 가치관으로 인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파멸로 이끄는 주인공의 그 집착이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편의 성장소설을 읽는 느낌도 난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열망과 동경. 그리고 그 세계에 속한 친구에 대한 무한한 사랑 등 불안전한 시기의 단순함과 집창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명문학교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라 그런가. 이 소설 자체도 굉장히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체스게임을 기본바탕으로 전개되는 내용답게 주인공 이릅도 비숍, 킨, 나이트 등이고 각 장의 제목도 체스의 말을 따고 있다.

 

한 사람이 공을 들여 만든 거대하고 정교한 계획에 서서히 그리고 어느 순간에 급속도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세인트오즈월드의 모습은, 돈의 힘에 의해 운영되어지고 부패의 기운이 만연하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모험을 감행할 줄 모르는 속물세상의 몰락을 보여주고 있다.

 

소름끼치는 심리스릴러이자 범인의 예측을 기대하기 힘든 매력적인 추리소설이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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