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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평점 :

스릴러 소설은 일본소설보다 북유럽 소설이 개인 취향에 맞는 반면, 일반 소설은 기껏해야 아는 작가가 '요나스 요나손' 정도이고, 그나마 그의 작품은 조금 맞질 않아서 많이 읽어보지를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북유럽 작가 니나 리케의 신간을 만나보았다.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이라니.. 제목 한 번 직선적이고 재밌네. 표지에서 풍기는 작품의 분위기는 약간 코믹스러움?
유치하면 어쩌지..하는 우려감도 없진 않았지만 대충 책 소개를 보니, 그다지 유치해보이진 않는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륜 이야기가 반 정도를 차지한다.
불륜을 미화하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 하더라도 불륜은 불륜이지만...이상하게 읽는데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는건 왜일까?
아마도 불륜 자체보다는 그 내면에 숨겨져 있는 본성, 본능, 이런 부분이 상당히 잘 묘사가 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주인공의 감정에 철저히 공감하는 부분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이야기 반을 차지하는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성 !!
동네 가정주치의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엘렌이 자신의 환자에 대한 생각, 의사가 보이는 양면성,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 등을 보여주는 내용들은, 순간적으로는 뭐 이런 의사나 환자들이 다 있어..하면서도 어찌보면 현실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부분들이라 씁쓸하기도 하다.
환자가 기다리건 말건, 정해진 시간에 진료를 시작하는 의사의 모습. 그들에게는 빨리 하나 늦게 하나 매한가지다.
대형병원에서 오랜 대기시간 후에는 단 몇 분만의 진료, 단 몇 마디의 이야기로 끝난다. 입원환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의사선생님은 회진 때 우루루 몰려왔다, 한두마디 하고 휙 돌아가버린다. 이런 우리의 진료환경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스스로 건강을 지킬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병원과 약, 온갖 검사에만 의존하는 환자들에 대한 시니컬한 충고도 인상적이다.
엘렌이 가정일에 너무도 둔감한 남편을 길들이기 위해, 온갖 노력과 엄청난 시도를 해보지만 결국은 남편은 변하지 않고, 그런 바램을 포기하고 마는 내용을 보면서는, 그동안 몇 십년 이상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바뀌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공감하는 바이다.
상대방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보다, 내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사는 것이 더 빠르고 맘 편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부간의 공식이랄까 뭐 이런 것 !!!
핸드폰을 거의 등한시하던 엘런이, 불륜에 빠지고 나서는 1분에 한번씩 문자를 확인하고, 인스타에 들어가 상대방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모습.
그리고 사실과는 다르게, 인스타에는 '너무도 사랑하는 남편과의 행복한 저녁시간' 운운해가면서 행복으로 포장된 사진들을 올리는 모습들.
현대인이 지금 겪고 있는 SNS의 현실도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가볍게 읽겠거니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무겁지도 않다. 굉장히 웃기면서도 날카롭고,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유머와 비극을 절묘하게 배합한 소설로 유명한 작가'라는 작가 소개 이 한 문구가 이 소설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다.

[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