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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1년 11월
평점 :

'저녁의 비행'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한편의 다큐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는 41편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저자는 이미 전작인 '메이블 이야기' 로 논픽션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새뮤얼 존슨상을 수상했고, 검증된 작품을 선보여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런 멋진 작가와 좋은 책을 알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다.
어릴 때부터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자란 저자는 그 독특성 때문에 학교생활은 무난하질 못했다.
그러나, 저자의 부모님은 집안에까지 각종 생물의 똥을 가지고 오고, 또래 애들과는 너무도 다른 딸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주고 이해해준다. 이런 부모님의 교육철학이 한 명의 위대한 인물을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되는 걸 보면 부모의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식물, 동물, 인간 등 41개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는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주옥같은 글들이 너무도 많다.
철학적인 사색을 하게 만드는 내용들은 곱씹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프게 만든다.
다양한 이야기 가운데 특히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예로 들어, 화려한 조명빛과 유리창 반사로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조류들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화려한 문명이 조류에게는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게 되는지에 대해 토로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이 건은 주변에서도 쉽게 접하고 있지만, 사실 그다지 내 마음에 깊게 각인되지는 않았던 듯 싶다. 그런데 저자의 표현은 매우 리얼하고 사실적이라 맘에 쿵..하고 와 닿는 부분이 있다.
표지의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꽤 기억에 남는다.
'저녁비행'은 표지그림의 주인공인 칼새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을 일컫고 있는데, 이 칼새라는 조류가 너무 신기하기만 하다.
둥지를 트는 시간 외에는 일생의 대부분을 하늘에서 지낸다고 하는데, 식사도 잠도 하늘에서 해결한다니 신통방통한 새일새 !!!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간은 동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것들(풍경, 책, 사진 등등) 에 의해서 동물을 만나고 있다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숲을 이용하지만, 숲은 인간만을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결국에는 자연과 인간, 이 세상의 모든 생물과 인간은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면서도 너무도 쉽게 간과해버리는 이 점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깊게 인식하게 된다.
이미 너무도 유명하고 평도 좋은 저자의 전작 '메이블 이야기'도 꼭 만나봐야겠다.
주변의 비둘기, 참새를 보는 내 눈이 조금은 자애로워지는 걸 느낀다. 사실, 눈여겨 본 적도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p.s : 마지막 부분에 잠시 언급되었던 콘라트 로렌츠 이름도 무척이나 반갑다. '솔로몬의 반지'는 이 책과 연계해서 읽으면 너무 좋을 책이다.
[ 판미동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