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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마리 오베르 지음, 권상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평점 :

제목이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읽기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간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자매는 무늬만 어른일 뿐. 성숙하지 못한 인격체의 소유자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의 이런 행동과 사고방식은 낯설지 않은 것이, 우리들 각자에게서도 충분히 보여질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엄마의 관심과 보호를 한 몸에 받아왔던 동생 마르테 를 향한 이다의 질투, 피해의식 같은 감정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진다.
하긴 이다가 처한 상황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꼭 이다의 중요한 날 마르테가 아파서 결국 이다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거나, 자신은 엄마 편이 되기 위해 이혼한 아빠를 찾아가는 배신행위 따위는 하지 않지만, 정작 동생은 아빠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간다. 그럼에도 엄마의 보호와 관심은 여전히 동생에게만 향하게 되니..
성인이 된 후의 상황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차지했던 동생 마르테는, 성인이 된 지금 남편과 남편이 전 부인 사이에서 나은 여섯살 짜리 딸과 가정을 이루고 있으며, 현재는 임신상태이다.
마흔살 독신 여성인 주인공 이다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마르테가 부럽기도 하고, 임신했다는 이유까지 더해져 여전히, 그리고 더더욱 어린아이처럼 엄마의 보호를 받는 마르테에게 질투를 느낀다. 아직 임신 초기인데도 걸핏하면 임신한 티를 내고, 배에 손을 대는 행동마저도 아니꼽기만 하다.
게다가, 부모님의 별장은 동생과 자신이 공동 소유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동생 부부네가 대부분의 관리를 한마디 의논도 없이 처리하는 행동들도 불만이다. 자신이 비록 거의 그 별장을 방문하지 않음에도..그리고, 엄마의 생일날 그 별장에서 모인 가족모임에서 왠지 자신은 이방인 같은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이다 스스로가 만든 의식의 테두리 안에서 혼자 힘들어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또 어떻게 보면 소설에서 보여지는 이다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독자들은 충분히 이해도 가는 상황이다.
동생 마르테는, 진짜 얄밉다. 남편이 데리고 온 6살짜리 딸에게 새엄마로서의 행동이 아닌, 어떻게 보면 어린 딸과 맞먹는 행동까지 보인다. 이기주의에 어리광쟁이, 의존적인 여성 !!
점점 나이가 들면서 혼자라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든지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이다의 절박함과 외로움이 참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이러한 자매간의 질투, 상대적인 박탈감의 미묘한 감정들이 200여 페이지라는 얇은 분량 안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노르웨이 여성 작가가 썼다는 생각에서일까..소설의 분위기가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힌다.
[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