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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하는 그대에게
이정화 지음 / 달꽃 / 2020년 5월
평점 :

아주 어릴 때 서예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서예수업이 생각났다.
그래서 저자가 책 속에서 얘기하는 벼루와 먹, 먹가는 소리, 특유의 먹향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친밀하게 느껴졌다.
실수로 그 얇은 종이 위로 떨어지고는 금새 번져 버렸던 한 두방울의 먹의 흔적까지..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요즘도 서예학원, 붓글씨가 유행인가..싶어서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서예학원이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서예학과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안 사실이고..개인적으로 왠지 반갑기만 하다.
저자는 서예가이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7살 때 처음 붓을 쥔 후 성인이 되서까지 주~욱 이어져 서예문자예술학과 학,석사까지 취득한 후,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면서 서예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서예 대필로도 활동하고 있다.
책의 내용에는 이 촬영 때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비록 손만 나올지라도 영화나 드라마의 해당장면에 따라 대필하는 저자도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사실이 참 놀랍기만 하다. 서예 대필이다보니 붓끝에 감정을 실어야 하는데 , 붓놀림도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혹은 갈겨쓰듯이 긴박하게, 슬픈 장면에서는 손떨림과 잠시 멈춤까지..
다음에 혹시나 스크린에서 대필장면이 나온다면, 이런 부분들을 떠올리면서 훨씬 더 집중해서 보게 되지 않을까!
소복히 쌓인 하얀 눈을 보면 붓을 들어 그 위에 글씨를 쓰고 싶다는 저자.
저자의 말마따나 아마도 일종의 직업병이려나..그런데 왠지 그럴 수도 있을 듯..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을 담아 또박또박 숨도 쉬지 않고 정성껏 쓴 붓글씨를 받아본 친구는, 정말 컴퓨터에서 뽑아낸 글씨체 같다고 너무도 좋아했다고 한다.
이 고마움의 표현이 저자에게는 다소 씁쓸한 경험이었다는..
쓰다가 망친 작품 있으면 달라라던지, 한 문구 대충 써달라던지..주변인들의 아무 생각없이 쉽게 내뱉는 말들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어린 나이에 서예를 시작해서일까?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나이에 비해 무척 성숙하고 깊은 내면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길, 한 순간에 인기있었다 사라지는 길이 아닌,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하는 이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저자가 참 아름답게 보인다. 실제로 표지의 한복입은 저자의 모습은 너무도 단아하고 딱 서예 예술가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무쪼록 서예가 더 많이 대중화가 되어 앞으로도 많은 활동을 해주시기를...

[ 달꽃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