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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으로 살다 - 짧지만 강렬하게 살다 간 위대한 예술가 30인의 삶과 작품 이야기
케이트 브라이언 지음, 김성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6월
평점 :

요절한 화가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누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단 반 고흐,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 그런데 근대 미술사 이전의 인물밖에 모르겠다.
나름 미술에세이를 꽤 많이 읽어 왔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편협된 범위 내에서 반복된 내용들만 접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만나본 디자인 하우스 출판사의 < 불꽃으로 살다 > 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화가 외에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남기고 요절한 화가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덕분에 새로운 화가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라파엘로, 반 고흐,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카라바조, 페르메르, 로트레크 등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꽤 많이 접해왔음에도 요절한 화가로 손꼽을 때 앞의 몇 명을 빼고는 머리 속에서 잘 떠오르지가 않았었는데 아마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제의 방향이 달랐었기에 그런 듯 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짧지만 강렬하게 살다 간 30명의 화가에 대해 재조명하고 있다.
한 명 한 명의 짧은 생애를 들여다보노라면 요절했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 원인이 자살이건, 사고이건, 병마이건 간에 오래도록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이른 죽음은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자칫 세상에 묻힐 뻔했던 귀중한 작품들이 주변인들의 관심과 노력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샤를로테 살로몬' 이다.
할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그녀의 이모, 엄마, 그리고 할머니까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끔찍한 가족사를 가슴에 묻고, 그런 연유로 자신은 더 강하게 살아남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를 독살함으로써 그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한을 풀지만, 결국에는 26살 임신 5개월의 어린 나이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 할머니의 우울증을 치료해주고 자신이 화가가 되도록 조언해준 의사에게 자신의 작품을 맡기게 되고 다행히 그녀의 아버지와 새엄마의 손에 무사히 전달됨으로써 그녀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 안에는 할아버지 학대에 대한 끔찍한 고백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부모는 이 작품들을 유일하게 친구인 오토 프랑크에게만 보여줬는데 이 분은 그 유명한 안네 프랑크의 아버지이고, 오토 프랑크도 그들에게 자신의 딸인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보여주게 된다. 이 무슨 기구한 인연인지..여기서 안네 프랑크라는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 책은 16세기에 활동했던 라파엘로서부터 최근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오다 2017년에 생을 마감한 카디자 사예까지, 500여년의 미술사를 훑어볼 수 있었고, 현대미술에도 한층 더 다가가게 된 시간이었다. 이제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화가들의 이름은 이후에는 눈에 더 잘 들어올꺼라 기대해본다.
여성 화가들이 많이 소개되었다는 점은 특히 좋았다. 그동안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미술사에 남은 여성 화가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렇게 여성 화가들을 소개하는 책들이 점점 많아져서 대중들한테도 조금씩 친숙하게 다가오고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 디자인하우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