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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평점 :

푸른향기 출판사는 여행 에세이를 많이 출간하는 듯 한데 비록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읽은 몇 권의 여행기는 모두 참 좋았고, 못 읽어본 책들 중에서도 꽤 읽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이번에 제주도 여행기가 새로 출간되면서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읽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제목부터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실, 부모님의 고향이 제주도라 어릴 때 자주 들락거려서인지 제주도에 대한 환상이나 여행지의 느낌은 많이 들지 않았었다 지금까지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제주도 여행기는 많이 읽지를 않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드디어 나도 제주도에 대해 두근거리는 마음, 당장에라도 떠나고픈 마음이 생겨버렸다.
50의 나이에 제주도에서 홀로 한달 살기를 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고스란히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자식도 다 컸겠다, 남편이나 시댁의 눈치를 볼 군번에서도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나이. 이제부터 오롯이 자신을 위해 제 2의 인생을 꾸려나가기에 충분한 나이. 50이라는 나이는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이렇게 훌쩍 떠난 저자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을 즈음에는, ' 낯선 도시에서 홀로 한달 살기' 를 하고 있는 나를 상상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저자 자신도 이방인, 손님이지만 그 곳에 머무는 동안 언니 2명, 친구 2명, 남편까지 마치 저자가 사는 곳인마냥 제주도를 방문하고, 저자는 또 그렇게 조금 일찍 그곳에 머물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보러 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안내한다.
언니, 친구, 남편 각각의 방문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색깔은 조금씩 다르지만 먼 객지에서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갑고 정도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에 혼자 생활할 남편에게 세탁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대목을 보면서, 어느 집이나 남편들은 거의 다 비슷하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혼자 웃음도 났다.
짧은 일정의 여행이 아니라 한달이라는 길다면 길 수 있는 기간동안 머문 제주라서 그런지, 어수선하지도 않고 관광객으로 붐비는 그런 제주의 모습도 아니고, 고즈넉하고 인심 좋고 시간이 느리게 가는 그런 제주의 모습이 그려진다.
재밌는 것은 저자는 이번 여행에서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채식생활을 하게 되는데 거의 매끼를 장식하는 메뉴는 바로 김밥과 막걸리 !!!
나는 이 조합을 거의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김밥과 함께 마시는 막걸리 혹은 막걸리와 함께 먹는 김밥이 맛있으려나..싶으면서도 자주 즐겨먹는 저자를 보면서 또 그 조합이 새삼 궁금해졌다. 배속이 꽤 든든할 것 같기는 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 그대로 발랄하고 흥겹지만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서정적이고 사색하게 만드는 제주살이 이야기.
이렇게 홀로 떠나서 머물러 보는 여행. 생각만으로 좋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희생한 우리 엄마들, 중년의 여성분들 떠나요. 충분히 즐길 자격이 됩니다.
나를 돌아보고 혼자 오롯이 지내는 시간을 가져보자구요.



[ 푸른향기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