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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 산티아고 길 위에서의 46일
이혜림 지음 / 허들링북스 / 2022년 6월
평점 :

걷는 걸 제일 싫어하고 계획적이고 편안한 여행만을 추구했던 사람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다.
물론 처음부터 선뜻 이 여행길에 나선 것은 아니다. 세계여행을 먼저 제안한 건 저자였고, 3번째 제안했을 때야 비로소 남편이 받아들였지만 저자가 생각했던 낭만가득한 세계여행이 아닌, 힘든 고난의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던 것이다. 두렵기도 하고 상상조차 못했던 여행지이지만 오로지 남편의 버킷 리스트를 실현시켜주기 위해 그렇게 46일간 800km의 산티아고길을 떠난다.
낯을 많이 가리고 힘든 여행에 익숙치 않은 저자는 이 46일간의 여정동안 많이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알베르게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 식사하며 대화하는 자리가 부담스럽고 어색하기만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먼저 '부엔 까미노'(좋은 순례길이 되길! ) 를 외칠 줄 알게 되고, 낯선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포옹하고 대화하고 헤어짐에 아쉬워하게 된다.
다른 순례자들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거의 1시간에 한번씩 쉬면서 길을 걷지만 그렇게 천천히 도전해 나갔기에 중간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뒤쳐질까 두려운 마음에 욕심을 내서 걸었다면, 가뜩이나 걷기에 서투르고 자신없는 저자는 쉬이 지치고 포기했었을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편한 숙소에서 머물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도 꽤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여기에 매일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한잔의 활력 !!
이 46일의 여정동안 저자가 가장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는 아마도 베드버그가 아닐까 싶다. 직접 경험한 저자만큼이나 읽는 나도 괜히 간지러워지기까지는 하는 이 베드버그로 인해 예정된 여행기간을 중단하고 조기귀국하는 순례자들도 많다고 하니, 얼마나 무시무시하단 말인가..
산티아고 순례길 에세이는 정말 많이 읽어봤고 매번 느껴왔던 점이지만, 이번엔 특히나 걷기를 제일 싫어했던 저자가 이 순례길이 점점 좋아지고, 포기할 듯 하면서도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그 매력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옆에서 다른 책을 읽고 있는 신랑한테, 우리도 산티아고 순례길 갈까? 하고 툭 던져봤더니 단번에 아니란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고 도시보다 시골, 산 이런 자연을 좋아해서 생각 정도는 할 줄 알았더니 의외다. 뭐, 나도 자신없어 그냥 물어본 말인데.. 아마도 우리 부부는 산티아고에 갈 일은 없지 않을까...
이렇게 다른 사람의 경험담으로 만족할 수 밖에..그런데, 이런 간접경험도 꽤 재미있다. 이번 책도 대성공. 젊은 부부의 러브리한 여정 스토리 재미있다.
다음에 또 다른 산티아고 관련 에세이가 나온다면 어김없이 또 읽을 것 같다. 매번 새로우니까..


[ 허들링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