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5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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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롭게 읽고 있는 '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 의 마지막 편 !!!

아쉬운 마음에 더 시간을 들여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러시아 편만큼은 아니지만 독일의 역사도 많이 알지를 못한데다가 기존 유럽의 왕보다 더 이름들이 비슷비슷해서 너무 헷갈린다.

그래도 역사 전문가인 저자도 유럽의 왕이름 외우느라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라고 하니 큰 위안을 얻는다. 근데 진짜 왜 이렇게 이름을 비슷비슷하게 지은걸까...

 

독일의 역사에서 그나마 이름을 많이 들었던 왕은 프리드리히 대왕인데 이 책에서는 그보다 그 다음왕인 조카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백부인 프리드리히 대왕과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라 백부도 못마땅해했고, 뚱보 난봉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몹시 뚱뚱하고 정사를 즐겼다고 하는데, 독일어 사용을 확립시키고, 유명한 브란덴부르크 문 건축, 폴란드 분할 등 사실 11년의 치세 동안 꽤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프랑스인과 달리 독일인의 기질상 여자를 밝히는 향락적인 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탓에 역사적으로 박대한 평을 받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젊은 왕과 왕비가 손을 잡고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그림이 상당히 인상적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와 루이제 왕비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특히 이 시기에 나폴레옹을 2번이나 배신하고 러시아와 비밀동맹을 맺는 바람에 국가 존망의 위기까지 맞게 되지만, 결국 선왕이 이루어놓은 넓은 땅을 다 뺏기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하찮은 땅 하나만 받게 되는데 이 땅에서 나중에 양질의 석탄이 발견되면서 독일의 중공업이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런 걸 보면 왕은 실력이 필요하지만 운도 무시못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부족한 왕을 충실히 내조하면서 나폴레옹 전쟁 때에는 비록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과감한 행동을 보여줄 정도로 어머니, 아내, 왕비로서 최고의 본보기를 보여줬던 루이제 왕비가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병사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안타깝기만 하다.

 

 

유럽 역사는 다 얽히고 설킨 혼인 관계 탓에 전편에 언급되었던 역사와 인물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읽을 당시에는 완벽히 이해하고 이제 잊어버리지 않겠지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독일의 역사를 읽으며 전편의 프랑스, 러시아, 영국의 왕과 역사가 다시 등장하는데 왠걸...또 가물가물하면서 뒤죽박죽이다.

다행히 5권을 전부 소장하고 있으니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정독해봐야겠다.

 

이 시리즈 덕분에 유럽 역사의 큰 그림이 머리속에 그려지게 되었고, 몰랐던 인물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역사를 알고 싶지만 너무도 방대한 내용에 어떤 책을 선택할지 모르는 독자들에게 이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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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타 이슬라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남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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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국민작가이자 현대문학의 거장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거의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벽돌책을 만나보았다.

이 소설은 스파이 소설이라고 칭하지만 스파이 활동 그 자체보다는 스파이가 됨으로써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어떻게 무너져내리는지 그 과정을 너무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말 신기한 소설이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큰 사건이라던지 크라이막스 그런 부분이 거의 없이, 주인공의 심리와 독백이 주를 이루는데 읽다보니 어느새 800여 페이지가 거의 끝나간다. 그럼에도 스파이 스릴러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영화에서 수없이 만나봤던 멋드러진 스파이의 이미지를 이 책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로 인해 한 개인의 인생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게 되는지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이 책은 주로 부인인 베르타의 입장에서 그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나는 오롯이 그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던 토마스가 왠지 더 가엽기 그지없다.

 

뛰어난 언어 능력으로 인해 비밀요원의 눈에 띄게 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파이가 되어야만 했던 토마스.

어린 시절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으로 베르타와 부부가 됐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일을 말할 수 없는 관계로, 짦은 결혼생활 이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되고 결국은 긴 이별을 마주하게 된다.

남편을 너무 사랑했고, 하염없이 남편을 기다려야만 했던 베르타의 그리움과 고독도 마음 아프고, 선택의 여지가 없이 스파이가 되어야만 했던 토마스가 몇십 년이 흐른 후 진실과 마주하게 되지만, 잃어버린 자신의 인생에 대한 보상을 어느 누구에게서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정말 오랜만에 묵직하면서도 소설이 주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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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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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맛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1976년부터 돌아가시기 전인 1983년까지 '주부생활' 에 연재한 글들이 재정비되서 나온 책이다.

책도 책이지만 먼저 저자의 약력에 굉장히 눈길이 갔는데, 한국일보,동아일보의 편집국장,논설위원을 지내신 지성인이셨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칼럼니스트셨다고 한다. 유신시절 언론탄압에 의해 언론계를 그만두시고 그 후 음식에 대한 글들을 쓰셨다고 한다.

 

책의 서두에도 적혀 있듯이, 이 책을 읽다보면 40-50년 전 글이라 어딘가 옛스런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왠지 이런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 투박하고 살짝 촌스런 문장을 마주하게 되는데 감칠맛도 나고, 된장 고추장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한식에 대한 책이다.

 


 

신선로를 잘 모르는 젊은 주부들에게, 남편을 모르모트로 삼아 실험하는 것이 미안할지라도, 다양한 시도로 트라이해보라고 말하는데, 40-50년 전 젊은 주부들이 신선로를 잘 모를 정도이니, 지금의 젊은 주부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나는 젊은 주부가 아닌데도 신선로라는 단어만 알 정도이니..

 

엄마가 만드시는 빈대떡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을 통해 옛날 흉년이 들었을 때 서울에서 부자들이 성문에 빈대떡을 한가득 실어서 난민들에게 던져주었던 유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저 서울사람들에게는 보잘 것 없었던 이 빈대떡이 해방 후 월남한 이북사람들에 의해 비로소 다양한 재료를 넣어 뜨끈뜨끈하게 먹는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지만 빈대떡도 죽을 것 같지 않다는, 노병은 그저 사라질 뿐이라지만 빈대떡은 그저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는 저자의 입담이 참 유쾌하기 그지 없다.

 

이 책에서는 두릅, 쑥, 마, 더덕, 구절판과 신선로, 약밥, 강정, 오이소박이, 화채, 족편, 추탕, 꼬리곰탕, 순대 등 우리의 한식, 잊혀진 한식과 지금도 사랑받는 한식에 대한 유례와 인문학적인 사색을 구수하고 찰진 문장들로 이야기하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배부른 독서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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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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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분위기의, 재미와 깊이가 한가득인 우리의 한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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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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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책을 좀 더 젊을 때 읽었다면 느낌이 달랐을 수도 있겠다. 뭐 이런 자식들이 다 있어 하면서 혼자 분개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병석에 오래 계셔서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들을 종종 마주하면서 소설 속 상황이 결코 현실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 !!!!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듯..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을 듯 죽을 듯 죽지 않는 엄마를 보면서 실망을 하고, 연명치료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자꾸 뭔가를 시도하려는 의사를 원망스러워하고, 아픈 남편을 머나먼 요양병원에 처박아둔 채 병문안도 뜸하고, 남편은 그렇게 외롭게 떠나보냈으면서 정작 자신이 병들어 자리보전하게 되었을 때에는 딸에게 이제 나한테는 너 밖에 없다는 식으로 큰 부담을 안기는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소름마저 돋는다.

 

어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왜 두 딸과 어머니는 그토록 애증의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들 가족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후 비로소 주인공이자 둘째딸인 미쓰키는 스스로 독립된 삶을 시작하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해방되고, 바람피는 남편으로부터 해방된다. 중년의 여성이 이렇게 아무 두려움없이 훌훌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여기에 미쓰키는 어머니가 남긴 유산의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읽는 내내, 큰 딸에 밀려 어릴 때부터 항상 뒷전이었고, 커서는 반대로 엄마의 모든 뒤치닥거리를 도맡아 해야했던 미쓰키의 상황이 참으로 안스럽고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애증의 갈등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

또 별개의 이야기지만, 프랑스 유학 생활을 하는 미쓰키를 통해 그 시절 일본인들의 서양과 유학에 대한 동경, 우상화 등을 마주하면서 몇 십 년 전 우리나라를 보는 느낌이다.

 

굉장히 섬세하게 인간의 심리를 그려내는 한편 그 묘사는 섬뜩하리만치 직설적이고 날카로우면서도 공감이 가서 더 슬펐다.

누구나 늙고, 병들고, 외로울텐데.. 자신의 노년이 어떻게 될지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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