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책을 좀 더 젊을 때 읽었다면 느낌이 달랐을 수도 있겠다. 뭐 이런 자식들이 다 있어 하면서 혼자 분개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병석에 오래 계셔서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들을 종종 마주하면서 소설 속 상황이 결코 현실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 !!!!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듯..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을 듯 죽을 듯 죽지 않는 엄마를 보면서 실망을 하고, 연명치료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자꾸 뭔가를 시도하려는 의사를 원망스러워하고, 아픈 남편을 머나먼 요양병원에 처박아둔 채 병문안도 뜸하고, 남편은 그렇게 외롭게 떠나보냈으면서 정작 자신이 병들어 자리보전하게 되었을 때에는 딸에게 이제 나한테는 너 밖에 없다는 식으로 큰 부담을 안기는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소름마저 돋는다.
어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왜 두 딸과 어머니는 그토록 애증의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들 가족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후 비로소 주인공이자 둘째딸인 미쓰키는 스스로 독립된 삶을 시작하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해방되고, 바람피는 남편으로부터 해방된다. 중년의 여성이 이렇게 아무 두려움없이 훌훌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여기에 미쓰키는 어머니가 남긴 유산의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읽는 내내, 큰 딸에 밀려 어릴 때부터 항상 뒷전이었고, 커서는 반대로 엄마의 모든 뒤치닥거리를 도맡아 해야했던 미쓰키의 상황이 참으로 안스럽고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애증의 갈등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
또 별개의 이야기지만, 프랑스 유학 생활을 하는 미쓰키를 통해 그 시절 일본인들의 서양과 유학에 대한 동경, 우상화 등을 마주하면서 몇 십 년 전 우리나라를 보는 느낌이다.
굉장히 섬세하게 인간의 심리를 그려내는 한편 그 묘사는 섬뜩하리만치 직설적이고 날카로우면서도 공감이 가서 더 슬펐다.
누구나 늙고, 병들고, 외로울텐데.. 자신의 노년이 어떻게 될지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