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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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미술 에세이 정말 다양하게 많이 나온다.

미술 에세이 매니아로써는 그저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지만, 저자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표지선택이나 제목 정하는데 있어서 꽤나 고민스러울 것 같다.

나만 하더라도 일단 표지만 보고 혹하는 경우도 많고, 제목에 끌리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이 두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나 클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책은 표지도, 제목도 정말 맘에 쏙 든다.

내용에 있어서도 가장 좋았던 부분은, 조금은 생소한 작가의, 다른 책에서는 아직껏 만나보지 못한 많은 그림들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화가의 이름을 눈여겨 보기보다는 책의 구성소재에 따라 소개되는 그림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저자의 해설을 따라 그림을 구석구석 감상하다보면 그림에 담긴 스토리가 절로 상상이 되고, 그림 속 인물들이 책장 밖으로 톡톡 튀어 나올 것만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 카르멘 '의 경우, 화가 개인마다 카르멘을 묘사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토록 극과 극의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내 상상 속 카르멘은 2번과 3번의 중간정도의 이미지이고, 1번은 정말 의외의 분위기로 그려졌는데, 이 그림을 그린 벨기에 화가는 카르멘이 집시라는 점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윌리엄 호가스의 < 유행에 따른 결혼 > 이나, 프랭크 하이드의 연작 그림과 같이 스토리텔러 형식으로 그려진 그림들도 재밌다.

물론 나 혼자서는 그림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들을 세심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니, 이렇게 전문가의 해설을 빌려 그림의 구석구석, 인물 하나하나의 동작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데,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이 정말 흥미롭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주헌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한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저자를 '미술 에세이 분야를 개적한 1세대 미술 커뮤니케이터' 라고 칭하는데, 문득 찾아보니 정말 그동안 쓰신 책만 해도 어마어마하시네.

오랜만에 만나본 저자의 책 참 반갑다. 역시 여전히 좋고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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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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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살인을 배경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여성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초반에는 주인공의 어이없는 합리화에 짜증이 막 났는데, 어느 순간 스토리에 빠져 들다보니 그런 짜증이고 미움이고 사르륵 녹아 없어지면서 주인공의 심리변화에 몰입되면서 꽤나 긴장하면서 읽게 된다.

불륜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당화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윗층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한 여성이 오로지 그녀의 시점에서만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곱게 와 닿을리 없다.
그 불륜의 이유에 대해 그녀 리케는, 고등학교 때부터 한 남자만을 알아왔고 그 남자와 결혼에 성공했기에 다른 남자를 알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그래서 더 마음이 혹했다나 뭐래나..

그렇게 남편도 어린 두 자녀도 뒷전인 채, 사랑이라고 믿는 불륜에 빠져 제정신이 아닌 리케는 어느 순간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바로 그 이층 남자 요르겐이 살해당했는데, 하필 요르겐을 몰래 만나러 그 집에 들어갔던 리케가 요르겐이 죽은 건 알지 못한 채 그냥 그 집에서 나오다가 옆집 남자한테 들켜 버린 것 !
게다가 이제 수사과정에서 죽은 요르겐의 핸드폰이며 이메일 등을 통해 자신의 불륜이 만천하에 드러나는건 시간문제가 되어 버렸다.

수사망은 시시각각 좁혀지고 있고, 자신의 불륜을 남편에게 털어놔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죄의식, 가정파탄에 대한 후회, 어떻게든지 발각되지 않고 숨기고 싶어 발버둥치는 리케의 감정변화가 너무도 잘 표현되어져서, 순간순간 리케가 조금 가엽기까지 하다.

분명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과연 누가 요르겐을 죽였는가가 궁금해야 맞는데, (물론 그 부분도 궁금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보다는 조금씩 리케를 조이는 그 장면들이 더 숨막히고, 남편의 반응은 어떨지, 이웃들에 대한 수치심은 어떻게 감당하려는지..등에 더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이웃을 의심하고 상황을 조작하려는 리케의 행동에 더 몰입하게 된다.

어쩌면 작가도 이런 점을 의도한 게 아닐런지...
뒤로 갈수록 더 재밌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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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
한이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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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미술에세이가 좋아졌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워낙 자서전이나 한사람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대부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해서 한두 권씩 읽기 시작한 미술에세이가 지금은 책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끊임없이 새로운 책의 내용이 궁금하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우리가 잘 아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이라 소설 읽듯이 책장이 슥슥 잘도 넘어간다.
미술과 사랑에 빠진 11년차 도슨트가 들려주는 이들의 삶을 읽는 그 시간은 마치 내가 미술관에서 직접 해설을 듣는 것처럼 생생하고 친근하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예술가의 삶이 불행하기 그지없기에, 신체적인 불구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로트렉의 일생을 너무도 불행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한데, 이 책에서는 특히나 로트렉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유전병으로 인해 난쟁이 형상의 장애를 입고 살아가야 했던 로트렉. 만약 그가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귀족의 영예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았을까?영화 < 미드나잇 인 파리 > 에서 로트렉이 잠깐 스쳐지나갔다고 하는데, 왜 난 못 봤지?? 이 찰나의 장면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찾아보고 싶어지는 영화이다.




황금의 화가로만 알려졌던 클림트에게 이런 분위기의 작품도 있었구나.그래도 역시 클림트답게 호수의 분위기마저 왠지 화려하게 느껴지는 건 클림트라는 이름에 대한 나만의 선입견일까..





프리다 칼로만큼 신체적으로 엄청난 고난을 겪은 예술가는 실로 드물것 같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는 불편한데다, 18살 때 당한 끔찍한 교통사고로, 전철의 강철봉은 그녀의 옆구리를 뜷고 척추,골반을 관통해 허벅지로 빠져나오고 40대에는 몇번의 척추수술과 다리 절단까지..
여기에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 이후 겪게 되는 정신적인 고통까지 정말 왠만한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모네, 피카소, 마네, 엔디 워홀, 고흐, 베르트 모리조, 뭉크의 이야기가 작품해설과 함께 너무도 읽기 쉽게 쓰여져 있다.

미술이 어려워서 섣불리 읽기를 주저한다면 나처럼 미술가의 삶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사람의 이야기로 채워진 분량이 부담스럽다면 이렇게 대표적인 화가의 삶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으로 접근하면 아주 좋을 듯..
이 책 특히 강력추천하다.

여담이지만, 요즘은 어디서나 오디오 가이드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해외에서 영어 해설을 한국어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현직 도슨트랑 마주하며 듣는 작품관람이 최고인 듯 싶다.
적어도 예술과 관련된 분야만큼은 AI 보다 인간의 무한한 능력이 더 인정되는 미래가 되었음 하는 바램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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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전 -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들의 이야기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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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박한 책이 다 있나 !! 별의별 사물이 다 나온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사물의 90%는 이번에 처음 그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그럼 지금까지는 이름을 모른 채 다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고 명시되고 의미가 통했을까? 새삼 궁금해지는걸 !!

한번도, 이름이 뭘까 하고 궁금하지 않았던 사물들도 많은 걸 보면, 나는 정말 호기심이 부족한 사람인 듯 싶다. 


책에서 소개된 사물 가운데 이미 알고 있었던 이름은 1) 생선회 밑에 깔린 젤리 같은 그거 - 천사채, 2) 중국집 단무지 옆에 놓인 그거 - 짜사이, 3) 주방에 식탁도 싱크대도 아닌 그거 - 아일랜드 식탁 정도? 


그런데 천사채의 경우는 이름만 아는 정도였고, 가끔 천사채 마요네즈 샐러드를 먹곤 하는데, 횟집에서 장식용으로만 쓰여지는 걸 보면서 아깝다는 생각도 종종 했었더랬는데.. 당연히 자연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식재료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건강식품 연구과정에서 개발된 가공식품이라니!! 그것도 한국에서 !!! 원래 이 용도는 아니었지만 밑에 까는 무채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보관도 쉬워서, 어느 순간 이 천사채로 대체되어 주욱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흔하게 음료수잔으로 쓰이고 있는 '그거' - 이름이 '메이슨자' 란다. 

그냥 일반적인 잔인줄로만 알았는데, 냉장고가 없던 시절 메이슨자라는 사람이 장기간 보관용으로 만든 혁명적인 발명품이라고 한다. 식품 보존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현액되었다고도 하는데, 여기에 더해 구멍 뚫린 스크루 캡이 달린 소금통까지 발명했다고 하니, 당연히 돈방석에 앉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 뉴욕 빈민가에서 생을 마감했다니..어찌 이런 일이 !!






테이크아웃 컵에 씌우는 '그거' - 컵 슬리브 라고 불리운단다.

이렇게 단순하고 항상 있어 왔기에 당연시 해왔던 것들도 다 아이디어 발명품이라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기만 하다. 

그 이전까지는 컵 두 개를 포개는 정도로 뜨거운 컵을 집어왔다고 하니, 발명이야말로 정말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 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봐야겠다. 




요즘 주구장창 소설, 인문책만 읽어서 조금 머리를 식히고 싶었는데 때마침 이 책을 만나,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단순히 이름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의 유래와 더불어 다양한 이야기가 덧붙여져서 상식이 조금 풍부해진 기분이다.

주변에 널린 모든 사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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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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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 나를 찾아줘 > 가 원작도, 영화도 넘 재밌어서 이 책 완전 기대했다. 게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 표지, 제목 !!


음..그런데 데뷔작이라 그런가? 같은 작가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전혀 다르다.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너무 밋밋하고 연쇄살인범을 찾는 과정도 긴장감이 부족하다. 게다가 여주인공이며 등장인물들도 그다지 매력이 없으니 원..

그래도 다행이지. 만약에 이 데뷔작을 가장 먼저 읽었었다면, 아마도 길리언 플린 이라는 작가는 크게 기억되지 않았을테고 어쩌면 다른 작품도 읽을 기회를 놓쳤을 수도..


시카고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카밀은 자신의 고향인 윈드 갭에서 두 명의 소녀가 살해,납치된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게 된다.

카밀은 취재기간 동안 엄마와 새 아빠의 집에서 머물게 되는데, 어릴 때부터 소원하게 지냈던 엄마와의 관계는 카밀의 회상을 통해, 그녀의 여동생이 어릴 때 죽었던 사건과 함께 조금씩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되고,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듯 보이면서도 뭔가 있을 것만 같은 의구심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이 표지와 제목에서 지칭하는 소녀는 과연 누구일까? 이 사건의 피해자이거나 연관성이 있는 인물일꺼라는 나의 추측과는 달리, 이 연쇄살인사건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그녀 또한 간접적인 피해자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는 초반에 기대했던, 어린 소녀를 목졸라 죽이고 치아를 다 뽑아버리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이 연쇄살인범에 대한 궁금증은 조금씩 약해지는 반면, 카밀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현재도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 그녀의 가족사에 좀 더 관심이 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아동학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소설에서 얘기하는 MBP(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 - 병에 걸린 아이를 간호하면서 주변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보호자의 증세) 라는 정신질환에서 야기된 거구나.


이번 작품은 왠지 드라마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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