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한 아라이의 작품

소년은 자란다 - 아라이 연작 소설
아라이 지음, 양춘희 외 옮김 / 아우라 / 2009년 9월

요즘 티베트에 관심이 많다. 예전에는 티베트 하면 단지 라마승과 고원지대 그리고 웬지 미지의 분위기를 띠고 있는 나라..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몇번 접하면서 현실적인 티베트의 느낌이 다가오곤 한다.   

그래서 이번 소년은 자란다..의 작가 아라이에 대한 소개에서 티베트 출신 작가라는 문구를 접하면서 웬지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라이 작가의 작품은 나에겐 처음이지만 그의 전작 색에 물들다라는 작품을 접한 사람들이 꽤있는듯 하다.  

총 13편의 이야기는 모두 티베트 사람들이 모여사는 지촌마을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데 몇편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티베트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마지막 마부, 두 절름발이. 어떤 사냥 등이 특히 맘에 드는 작품들이다.

"마지막 마부"는 마을에 마차가 처음 들어왔을때 사람들의 기억속에 강렬히 남았던 "두 바퀴로 달리는 마차"의 모습은 몇년후 트랙터가 등장하면서 마차와 함께 이 마부의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고 귀했던 말들도 애물단지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결국 말들을 돌보며 지촌의 최초의 마부가 곧 마지막 목동이 되어버린다.
문화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혜택과 더불어 잊혀져가는 옛것에 대한 애잔함이 느껴지고 마부의 쓸쓸한 최후가 무척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어떤 사냥"은 사냥꾼에게서는 흔히 느낄수 없는 따스한 마음이 전해진다. 사냥을 나간 세 남자가 다리가 부러진 새끼 노루를 치료해주는 한편 그 새끼노루의 아빠노루를 해친 이리를 죽이고 마지막에는 새끼노루를 엄마의 품으로 돌려주는 따스한 인정미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주인공들은 다소 모자라는 듯하면서도 악함이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처음에 얘기했듯이 티베트 특유의 분위기를 접하기는 힘들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티베트라는 나라를 막연하게 느끼고 상상하는 대로 판단하고 그런 모습이 아닌 티베트를 접했을때는 그것을 부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작가는 티베트가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는 시대에 태어난 행운아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티베트 사람들이 정말로 바라는 변화인지..잘 모르겠지만 자국에 의한 변화와 발전이 아니면 그 의미는 조금 퇴색되어가지 않을까...하지만 엄연히 이 생각은 타국민으로써의 생각일뿐이니 뭐라 함부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아이들의 생각을 잘 정리해주는 책

생각이 중요해! - 생각의 기술 ㅣ 나를 빛나게 하는 어린이 사회성 기술 1
김민화 지음, 박윤지 그림 / 해와나무 / 2009년 9월

아이가 저학년때 해와 나무 출판사의 책을 참 즐겨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고학년들이 보기에도 너무 좋은 인성에 관한 책이 나와서 읽어보니 역시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또래에게서 일어날수 있는 이야기를 동화로 꾸미고 뒤에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생각의 정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그리고 부분부분 친근감 있는 삽화도 담겨 있어 아이들이 충분히 재밌게 볼 만한 책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왜 이러한 생각이 중요한지에 대해 너무도 쉽고 명쾌하게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책.
자신감과 자만감/용기와 무모함/지켜주어야 할 비밀과 지킬 수 없는 비밀
이 세가지는 반드시 우리 아이들이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릴때 자신감이 부족하고 약간 소심했던 아들이 요즘은 그나마 말로라도 자신감을 표현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일에 임하긴 하는데 난 이 자만감에 대해서는 생각을 미처 못했었다. 이 책에서 아이들이 자칫 빠지기 쉬운 자만감에 대해지적해준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리고 특히 남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곤 하는 이 무모한 용기..또래사이에서 겁장이로 인식되기 싫어하는 남자아이들의 심리를 아주 잘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행동방침과 생각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절대로 버려야 할 생각들로는, 남의 탓 하기/ 운이 나쁘다는 믿음/ 당한대로 갚아주어야 한다는 복수심을 얘기하고 있다.

짜증나면 잘못된 일을 엄마탓으로 돌리곤 하고 가끔 난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라는 말을 내뱉곤 하는 아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나중에 넌지시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가져야 하는 생각 2가지. 바로 목표의식과 잘 할수 있다는 믿음.

고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목표의식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 참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 하다.

아~어쩌면 평소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만 쏙쏙 담겨있는지...적절한 예를 들지 못해 결과론적인 이야기만 해주곤 했었는데..
같은 이야기라도 이런 책을 통해서라면 아이들은 훨씬 잘 이애하고 느낄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로 만나고 싶은 이야기~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이 책..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행에세이인줄 알았는데 읽어내려갈수록 소설같은 느낌이 들면서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도 소설로만 알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이야기의 흐름과 적절히 배치하여 마치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그 장소에 있는듯한 느낌.. 

그런데 다 읽고 다시 검색을 해보니 분명 이 책은 여행에세이로 구분이 되어 있고, 책의 소개를 보니 작가가 '민수네'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민박집에 머물면서 보고 겪은 에피소드를 엮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들은 실제의 이야기로 보아도 되는걸까...이 책의 각 주인공이 겪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는 사실인걸까..
느낌은 정말 소설같은데..아직까지도 알쏭달쏭하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이름부터 웬지 멋스런 도시이다. 그리고 탱고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도시..열정의 도시..물론 체게바라의 잘생긴 베레모의 모습까지..
아~또 있다. 하늘색 스트라이프의 유니폼을 입은 멋진 축구선수들의 모습.
그 축구선수들의 모습만 보고도 이 나라 이 도시는 매우 열정적일꺼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릴렉스한 도시인듯 하다. 더운 나라가 원래 그런 분위기를 띠긴 하지만 이 도시는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서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도시..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람들도 자기네의 가장 반대편에 있는 도시가 서울이라는 걸 느낄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탐나는 것은 빙하투어였다.
내눈앞에서 거대한 빙하가 떨어져나가는 그 광경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이 책은 매우 빨리 읽혀진다. 글쎄..그래서 그런가..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에세이를 읽는 즐거움중의 하나가 그 책을 읽으면서 사색도 하고 사진도 들여다보면서 그 도시의 분위기를 나름 느껴가면서 천천히 읽는 맛 바로 그것인데 세명의 주인공의 각자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 탓에 그냥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책속의 사진도 너무 작아서 충분히 느끼기엔 웬지 부족한 느낌.. 

그래도 영화로도 확정이 되었다고 하니 영화는 또 다른 맛이 날것 같다.
약간 옴니버스식의 영화가 되려나..암튼 영화에서라면 눈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멋진 인생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줄리아 차일드.알렉스 프루돔 지음, 허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이 책을 신청할때만해도 곧 개봉할 영화 "줄리 & 줄리아"의 원작인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책을 받아보니 겉표지의 띠지에 이 영화소개가  되어 있는 걸 보고 넘 기뻤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푹 빠질 뭔가를 찾은 사람..
오늘 이 책의 주인공 줄리아는 그런면에서 대단히 행운아인것 같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천직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프랑스의 요리가 내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머리에 그려지고 또한 줄리아와 그의 남편 폴 그리고 주변친구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는 공간..식당의 정경을 나 나름대로 상상공상하면서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기껏해야 식사시간이 채 30분도 되지 않는 나의 현실에서 비추어볼때 너무도 여유롭게 맛과 그 시간을 음미하는 그들의 삶은 정말이지..부러울 따름이다.
줄리아가 미국요리의 대모가 되기까지의 삶을 자서전식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지루할 틈 없이 매우 맛있는 시간을 제공해준다. 

줄리아도 멋지고(정말이지 그 큰키에는 너무 놀랐다. )특히 그의 남편 폴은 너무도 멋진 남자이자 남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심 많고 여유로운 남편이 있었기에 줄리아의 인생이 좀 더 멋지게 흘러가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요리는 하나의 과학이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멋진 인생..멋진 요리를 선사해준 줄리아에게 감사하며 곧 개봉할 영화도 일단 눈을 즐겁게 해줄 무한한 요리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기대된다.^^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

소울 아프리카 -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서사시
조세프 케셀 지음, 유정애 옮김 / 서교출판사 / 2009년 9월

아프리카는 아이어른 할것 없이 무한한 동경의 세계로 자리잡고 있는 나라(아니 엄격히 말하면 대륙)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이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을 읽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무척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소설은 여행작가가 여행 중에 케냐의 동물 보호 국립공원에 머무르게 되는데 우연히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처음 만난 소녀에게서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생기면서 소녀에게서 신비스러움과 환상에 이끌려  일정보다 더 머무르면서 소녀의 가족들과 지내는 이야기이다.

소녀 파트리샤의 아버지는 국립공원 관리소장으로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면서 파트리샤가 자신처럼 야생동물들과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엄마 시빌은 자연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딸만큼은 문명사회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받고  평범한 소녀로 성공적인 삶을 살길 원한다. 서로 다른 행복을 원하면서 생기는 갈등등을 그린 이야기이지만 이런 갈등이나 비극이란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않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이다.


아프리카 야생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많은 경치를 묘사했는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 말을 듣고 공감했고 영화로도 꼭 보고 싶다.

파트리샤와 어릴 때부터 같이 살았던 동물의 왕 킹과의 사랑과 우정은 문명사회에서는 결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독특한 사랑이었고 부러움이었다.  이제부터 사자는 무섭고 두려움의 상징이 아니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완견처럼 느껴진다.
아프라카 원주민 마사이족은 자연과 인간이 동일하다는 전통을 이어가면서 행복을 느꼈고 무소유의 삶 자체였다. 용맹스럽고 정직하며 자신의 부족을 너무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족이었다

파트리샤는 동물들과 같이 호흡했고 모든 걸 소통할 수 있는 신비스러우면서  자연과 동물들을 사랑하고 아꼈고 함께 행복해했다.
 
작가 조세프 케셀은 20세이전에 세계를 두차례나 일주한 모험가 였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수 있었던거 같다.
떠나고싶다. 케냐의 암보셀리 보호구역으로 페트리샤처러 동물들과 이야기 해보고 싶다.
아이들 책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훌륭한 주제와 내용을 가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