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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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폐인인 저자는 사회로부터 '지적장애인' 취급을 받았었지만 지금은 철학박사이자 10개국의 언어를 독학으로 배워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언어 천재로써, 전세계를 돌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자폐증은 장애가 아닌, 자신의 키가 195센티이고 체코 출신의 프랑스인인 것처럼 여러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자폐인에게 가장 힘든 것은 정해진 일정에 변화가 생길 때라고 한다. 수업시간에 예정된 시간보다 단 1분 늦게 끝나도 불안해진다. 어릴 때는 스위스에서 저자의 부모가 저자를 잃어버려 끔찍한 경험을 겪었다고 하는데, 부모님 앞의 덤불 속에 있었던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 부모님이 자신을 애타게 찾으며 부를 때 대답을 해야 한다는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덤불 속에 있었다고 한다. 말을 배우기도 전에 별자리를 외울 줄 알았지만, 신발끈 묶은 법은 모르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보다 글을 쓰고 읽는게 더 편하다고 한다.

 

이렇듯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폐인의 내면의 세계와 자폐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폐인으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정말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아주 솔직하고 담담하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어떤 틀에도 맞지 않는 아이!! 그러나 이 틀은 과연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자폐인이 보기에 자폐인이 아닌 사람들이야말로 참으로 이상하기 짝이 없고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차이이고 제목처럼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 라는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와 해석이 다른 것처럼 자폐인의 생각과 행동도 그저 다를 뿐이라는 사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쉽게 간과하게 마련인 이 이치를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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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행 간다면 사진 찍고 책도 내고 - 라오스에서
유광선 기획, 최병광 지음 / 와일즈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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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해서 눈길이 갔던 여행 에세이 !!

그리고, 서문에 담긴 저자의 글이 맘에 콕 와 닿는다.

 

한 나라를 잠시 보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거나 책을 쓴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라오스를 소개하는 여행기가 아니라고, 라오스를 여행할 독자에게 저자가 느낀 향기를 전할 뿐이라고 한다. 여행은 결코 남이 만들어 주는 울타리에서 하면 안되기 때문에 이 책을 믿지 말고, 나만의 여행을 가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었지만 이런 멘트를 날린 저자는 아마도 처음이지 싶다. 그런데 정말이지 이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

 

저자는 10년 전 방문했던 라오스가 너무 그리워 10년 후 다시 라오 항공에 몸을 실었다.

비엔티엔, 씨앙쿠앙, 방비엥, 루앙프라방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방비엥, 루앙푸라방 이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그 곳이 라오스인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느긋해야 즐길 수 있는 곳이 라오스이고, 걷기에 딱 좋은 곳이 이 곳 비엔티엔, 방비엥, 루앙프라방이라고 한다.

 

씨앙쿠앙이라는 곳이 굉장히 여운이 남는다. 마음이 아픈 쪽으로..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 하노이를 공격하던 미군 전투기는 하노이까지 갈 수 없는 경우 이 곳 씨앙쿠앙에 남은 폭탄을 전부 투하했다고 한다. 전투기는 폭탄을 장착한 채 기지로 돌아갈 수 없고, 일단 이륙하면 폭탄을 전부 없애야 착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죄없는 씨앙쿠앙은 지역 인구의 80%가 죽었고, 불발폭탄의 피해도 엄청났다고 한다.

 

사진 속 공동묘지가 너무 화려하고 예뻐서 깜짝 놀랐다. 사진으로 봐서는 공동묘지라고는 절대 생각조차 못할 정도.

공동묘지에 대한 가치관이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구나. 유럽의 묘지도 언제나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조성되어 있는 걸 본 적 있는데, 라오스의 공동묘지는 또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10년 전 단아했던 방비엥의 모습과 서사적인 풍경은 많이 바뀌었고, 루앙푸라방의 야시장에서 팔았던 수공예품 위주의 물건은 이제는 공장에서 찍어낸 똑같은 물건이 즐비하다고 한다.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점차 바뀌는 또 한 곳의 변화되는 모습이 왠지 슬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다음 여행에서는 꼭 사진도 남기고 글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무나 여행 작가를 하나? 하는 생각에서 한번 해보고 싶은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찍은 사진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적어 책으로 엮으면 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요게 어찌보면 간단하다면 간단할 수 있겠지만, 무척 부지런하고 꼼꼼해야 가능할 것 같다. 귀차니즘은 절대 못할 일 !!

 

이 책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바로 100여컷의 사진들. 특히나 라오스의 일상, 사람을 담은 사진들이 많아 살아 숨쉬는 라오스를 만난 느낌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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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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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죽음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일하는 전문가들 이야기는 몇 번 만나봤지만 죽음 뒤의 이야기는 기껏해야 장례지도사, 죽음 현장 청소부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나 많은 전문가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장의사, 해부 책임자, 데스마스크 조각가, 대참사 희생자 신원 확인자, 범죄 현장 청소부, 사형 집행인, 시신 방부처리사, 해부병리 전문가, 사산 전문 조산사, 무덤 파는 일꾼, 화장장 기사, 인체 냉동 보존 연구소 임직원 !!!!

이름도 생소한 직업도 많다.

 

부모의 특이한 교육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죽음과 친숙하게 성장해왔던 저자는 커서도 이 죽음과 관련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쪽 세계에서 종사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고 직접 그 현장에 참여해서 취재한 내용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출생과 동시에 죽음을 다뤄야 하는 사산 전문 조산사도 기억에 남지만 특히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직업인 사형 집행인(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사형제도를 실시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이 직업이 그들에게는 그렇게 생소하지만은 않을 듯 하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이 사형집행인은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가 굉장히 크다고 알고 있다. 죄책감을 주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으로 진행하기도 하는데,

자신이 선하고 옳은 일을 한다는 확신이 들기 위해서는 사법 체계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임무가 하나의 살인이 되는 것이므로..

 

요즘은 3D 프로그램을 이용한 가상 해부대로도 해부실습이 가능하다고 한다. 저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직접 가상 시신을 만져보고, 장기들의 색깔까지 자세히 들여다봤다고 하는데, 기술의 발전이 여기까지 확대되어 이용되고 있다는 놀라움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참여해서 느낀 부분처럼, 터치스크린이라는 이 놀라운 기능은 죽은 자와 산 자의 연결성을 끊어버리는 장벽이 되었고, 직접 기증자의 몸을 만지면서 그들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뿐더러 엄숙한 마음조차 생기지 못한다고 한다.

 

죽음에 관한 색은 흔히 어둡고 검은 계통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은 표지부터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지만 죽은 이들을 애도하는 이들의 자세는 엄숙하고 경건할 뿐 만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까지 죽은 이들을 존중한다.

 

우리나라도 죽음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장례지도사에 종사하는 젊은층도 많아지고 있는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금기시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모두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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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방 - 내가 사랑하는 그 색의 비밀 컬러 시리즈
폴 심프슨 지음, 박설영 옮김 / 윌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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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북 출판사의 컬러 시리즈 4권 가운데 < 컬러의 시간 > 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에 이번 신간 < 컬러의 방 > 도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 컬러의 시간 > 은 생각보다 훨씬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었는데, 이번 < 컬러의 방 > 은 그보다는 좀 더 흥미위주의, 컬러에 대한, 컬러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들을 하나의 방에 가득 담아두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컬러는 빨강, 노랑, 파랑, 주황, 보라, 초록, 분홍, 갈색, 검정, 회색, 하양 의 총 11가지이다.

각각의 색 가운데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들을 모아보자면,

 

노란색에 관하여 !!

중국에서는 포르노를 가끔 '노란 비디오'라 불렀고, 포르노 잡지 출판이 합법화되고 나서는 이 잡지들을 ' 노란 책'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러시아 차르정원 때에는 성매매 노동자들은 노란색 여권 소지를 의무화하였고, 그 밖의 곳에서도 노란색은 매춘부를 의미했다고 한다. 노란색 하면 나는 화가 반 고흐와 칸딘스키가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이 예쁜 노란색이 매춘과 관련된 색이었다니 굉장히 의외였다.

 


 

 

갈색에 관하여 !!

나는 갈색하면 커피, 낙엽이 떠오르는데 너무 낭만적인걸까?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록색은 생명력 넘치는 봄이 연상되서 좋아하지만, 갈색은 썩은 음식, 진흙, 배설물을 연상시켜서 싫어한다고 한다. 색을 지칭하는 단어 자체도 '갈색' 보다는 '모카색'을 더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건 맞는 말 같다. 모카색 넘 예쁜 이름 !!!

갈색 종류 중에서 팬톤 448C 라는 색이 있나보다. 미국의 한 백화점에서는 이 색의 불쾌한 느낌을 이용해서 직원들 휴게실을 이 색과 유사한 색으로 칠함으로써 직원들이 오래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하는데 큰 효과를 봤다고 한다.

14세기 영국에서는 하층계급은 법적으로 갈색 집에서 살아야 했다니 별걸 다 법으로 정해놨다 싶다.

이러니 저러니 갈색에 대해 말이 많지만 난 갈색, 브라운, 고동색, 커피색, 모카색 등등 이 계열색이 좋다. 멋쟁이 색 아닌가???

 


 

 

이 책에 나열된 11가지 색에 대한 별별 이야기들을 다 거론하기엔 지면이 턱없이 부족해서, 일단 기억에 딱 남는 몇 가지만 꼽아봤다.

색이 단순한 색 자체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역사와 사건들이 담겨 있어 갑자기 색, 컬러라는 것이 굉장히 풍부한 하나의 매체같은 느낌마저 든다.

쉽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길지 않게 설명되어져 있어서, 틈나는 대로 부담없이 읽어도 좋다.

본인이 좋아하는 색에 어떤 스토리들이 담겨 있는지 궁금할 듯도 하고, 아마 생각지도 못한 내용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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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마리아 - 혁명을 삼킨 불굴의 왕비
헨리에타 헤인즈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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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와네트의 이야기를 담은 < 마리 앙투와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 메리 여왕 이야기를 담은 < 스코틀랜드 여왕 >, 헨리 8세와 앤불린을 비롯한 왕비의 이야기를 담은 < 헨리 8세와 여인들 > 을 통해 유럽 왕실, 역사 이야기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그 후로 이런 종류의 책을 만나지 못했다가 최근에 눈이 번쩍 뜨인 책제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 헨리에타 마리아 > 라는 책이다.

 

사실, 책 제목만 보고는 어느 나라의 어느 시대의 어떤 인물인지 전혀 생소하기만 했는데 그렇기에 더욱 흥미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 역사에서 소외된 인물을 소개하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역자 소개가 유난히 맘에 콕 와 닿았던 책이기도 하다.

 

헨리에타 마리아는 프랑스 절대주의의 기초를 다진 루이 13세의 여동생이자 잉글랜드 왕 찰스 1세의 왕비였다.

왕실의 결혼이 다 그렇듯이 찰스 1세는 처음에는 에스파냐와의 연합을 위해 에스파냐의 펠리페 3세의 딸과의 결혼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프랑스로 눈길을 돌린 후 헨리에타 마리아와의 결혼이 성사되게 된다.

 

서로 반대되는 성격과 찰스 1세 측근(버킹엄 공작)의 영향으로 결혼 초기에는 찰스 1세가 왕비를 무시하고 먼 타지로 온 왕비를 차갑게 대하는 등 이 부부의 사이는 원만하지 못했다. 그러나, 측근의 암살 이후 헨리에타 마리아 왕비를 향한 찰스 1세의 마음이 점차 바뀌게 되고, 가톨릭 신자인 왕비는 끊임없이 찰스 1세를 설득하여 가톨릭 교도들의 박해를 중단하는 등 왕의 정치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역사는 그녀를 '남편을 홀려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 악녀' 로 평가해 왔고, 찰스 1세와 비교했을 때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소외된 인물로 남겨져 왔었다.

이 책은 이러한 헨리에타 마리아에 대한 역사적인 재해석을 통해, 찰스 1세 시대와 그들의 아들이자 왕이 된 찰스 2세에게 그녀가 끼쳤던 많은 영향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역사적 인물을 알게 되었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교도 혁명, 그러나 역사적 시선과 평가가 점차 바뀌게 되면서 잉글랜드 내전으로 불리게 된 이 시대적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세계사에 관심이 많고 이처럼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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