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력 수업 - 아날로그 문화에 관한 섬세한 시각
박진배 지음 / 효형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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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주 좋았던 < 공간미식가 > 의 저자의 반가운 신간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다양한 공간 이야기로 독자를 건축의 세계로 안내해줄지 읽기 전부터 기대된다.

 

이 책의 핵심 포인트는 공간이고 그 속에 담긴 문화와의 연계성인데, 부제인 '아날로그 문화에 관한 섬세한 시각' 이 이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1장에서는 공간을 탐미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저자는 우리를 골목길, 호텔, 카페, 영화의 명장소 등으로 안내한다.

도시의 시각적 풍요로움을 온전히 즐기기 위한 최적의 공간인 골목에서 객관적으로 관망하며, 그 자체를 존중하고, 목적 없이 흐트러지게 걸으라고 말한다.



 

 

 

커피 한 잔 값으로 품격 있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비엔나의 커피 하우스와 수많은 문학작품과 회화의 단골 소재, 공연의 배경이 되면서 전 세계 카페 문화의 기반을 마련한 파리의 카페문화를 소개한다. 스타벅스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커피 문화의 장소들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파괴되는지도 언급되고 있다. (세계에서 한국 스타벅스가 가격이 젤 비싸고 압도적이라고 했던가...)

 

<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 의 카페, < 해리포터 > 의 학교 건물로 사용된 영국의 교회, < 인생은 아름다워 > 의 배경이 된 토스카나 지방의 한적한 소도시, < 포레스트 검프 >에서 톰 행크스가 앉았던 벤치 등 유명한 영화와 그로 인해 유명해진 장소를 소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화 배경의 장소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정동진을 꼽고 있다.

< 모래시계 > 로 유명한 정동진은 소나무 한 그루만 서 있던 조용한 바다가 지금은 온갖 조잡한 조형물이 설치되었는데, 영화 < 구니스 > 의 배경이 된 오리건 주 해변은 지금도 아무런 유흥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된 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굳이 이 정동진뿐만 아니더라도 왜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영화나 드라마로 유명해진 곳은 가만 놔두지 못하고, 꼭 뭔가를 설치하고 인위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지 못해 안달인 걸까...

 

 

2장에서는 품격있는 디자인과 관련해서 공공 디자인, 공간의 재생, 비어있는 공간의 활용, 공간의 여백 등을 이야기한다.

미국 밀워키의 맥주 공장이 호텔로 탈바꿈하고, 뉴욕의 낙후된 창고 건물이 유명 부티크로 재활용되고, 비엔나의 쓰레기 소각장이 새롭게 디자인되면서 일부 공간이 갤러리로 활용되고, 뉴욕의 비어 있는 오피스 공간이 전시나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되는 예가 특히나 인상적이다.

 

3장에서는 존중할 때 얻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류가 존재했던 곳에는 늘 책이 존재해왔고 미래에 오브제로 그 가치를 더욱 존종받게 될 거라고 말한다. 정가가 없는 빈티지, 앤티크의 아름다움, 장인에 의해 탄생되는 수제품에 대한 가치도 들려준다.

 

각 내용들과 관련된 세계 각국의 공간과 장소에 대한 사진들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현재 뉴욕의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의 수업은, 저자가 전 세계를 다니면서 경험하고 기록한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어 언제나 큰 인기라고 하는데, 나 또한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굉장히 수준높은 강의를 청취한 기분이다. 덕분에 건축에 대한 흥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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