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사무관 7명 발표한다는 공지가 떴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그 범위내에 든 사람들은 두근거릴 것이고 따놓은 당상인 사람들은 기대감에 넘칠것이다. 지방공무원이란게 사실 운과 배경이 크게 차지하는지라 내일 발표될 대상자들은 이미 오너나 측근을 통해 이미 자기 피알을 다 해두고 확증까지 받아둔 상태일것이다. 국가직은 5급 승진이 별것 아니게 많이 하지만 지방공무원은 거의 별따기 수준이니 정말 목메다는 사람이 많고 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난 그 후자에 가깝다.

승진할려면 일단 군청으로 들어가서 무슨 프로젝트를 추진해서 오너 눈에 들어야하는데 오지 면사무소에 틀여박혀 있는데 무슨 승진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최대 인원인 7명이라는 숫자에 놀라고 부럽기도 하고 들어온지 30년이 지났지만 여태 이러고 있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기도 해서 아무 관련없는 나이지만 조금 심란했다.

사무실에 늙다리 남성은 지금 따놓은 당상이라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오늘 그를 대신해 회의를 가면서 그는 내게 당부한다. 자기 승진이야기를 다른데서 하지 말아줄것을 부탁한다. 만에 하나 나로 인해 그것이 물거품 될것도 아닌데 상당히 경계를 한다. 제발 회의 끝나고 집에가서 내가 주무셔주길 바란다는 당부까지 한다. ‘제기랄’


정신적인 부분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치나 보다. 집에와서 계란을 4개를 삶았고 그 사이 다른것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집근처 헬스장으로 왔다. 그런데 10분정도 하다보니 내가 집에 계란을 삶았던 그 인덕션을 껐는지 기억이 안나는 것이다.

부랴부랴 런닝머신에서 뛰쳐나와 3분거리 집으로 차를 몰고갔다. 눈썹을 휘날리며 거친숨을 몰아쉬며 집에 가니 인덕션은 조용히 꺼져있었다. 휴우,,한숨을 내쉬며..이게 안꺼졌다면 불이 나서 난리가 났을것이니 기껏왔는데 꺼져있다고 헛걸음했네 하는 아쉬움은 가질 필요가 없다. 나와 아무런 관계 없는 사무실 승진내정건으로 나의 영혼이 나가버린것 같았다.

다시 헬스장으로 가서 아까운 시간을 소비한지라 얼른 벨트위로 발을 딛었다. 순간 이거 웬걸 아까 나갈때 내가 중지를 안하고 가서 벨트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난 보기좋게 넘어지면서 두 무릎을 벨트에 찍고 손을 대고 무게를 잡느라 오른쪽 손이 얼얼해졌다. 한쪽 무릎은 껍질이 벗겨졌고 한쪽 무릎은 피멍이 들었다. 그리고 넘어지면서 나의 긴 턱이 벨트에 쓸렸다.

얼마나 요란한 소리였는지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콰당탕 소리가 나니 트레이너가 순간 달려왔다. 항상 트레이너가 자리에 없고 약간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서 아무도 모를거 같았는데 그 소리에 트레이너가 온것이다. 바닥에 고통을 호소하며 넘어져 있는 나를 보며 “괜챦으신가요?” 속으로 이순간 안괜챦다고 하면 어쩔 하는 생각과 함께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집에 가스불을 안켜둔거 같아서 가서 끄고 오느라 ..여기 중지를 안해놓고,,,블라블라” 그렇게 말을 하면서 도대체 내가 이 소리를 왜 트레이너한테 하는거지. 그렇게 말해도 트레이너는 그것에 집중하지 않고 순간 사라져버렸다.

고통을 호소하며 전에 같이 근무한 후배 팀원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받아서 문자로 ‘목발좀 빌려줘’. 후배는 싱가폴인가 다녀온 후 하두 걸어서 절뚝거리며 휴가복귀한적 있는데 그때 발에 기브스를 하고 절뚝거렸지 목발은 짚지 않았는데 그 후배가 목발을 짚은 것으로 생각했던것이다. 다른 남직원에게 빌려보라는것이다. 사실 넘어지면서 2주후에 행사가 있어서 몇시간 걸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 기회에 목발을 짚고자 하는 나의 계략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닝을 안할수가 없었다. 고통을 삼키며 집에가서 밴드붙여야지하면서 겨우 1시간 런닝을 ‘이놈의 더러운 세상’하면서 이를 악물고 했다. 남편에게 전화했지만 예상했던데로 큰 위로는 받지 못했다. 게다가 남편은 오늘 회사 업무가 안끝나서 철야를 할거 같다는. 아니 가뜩이나 심란한데 나 혼자라니. 인근도시에서 학교 다니는 딸도 주말에 집에 안온다고 하고 이렇게 나도 빈둥지 증후군을 겪으며 외로운 노년을 맞이하나 보다.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도 슬슬 외로움의 그림자가 나가오는가 싶어 두렵기도 하다. 어떻게 그 외로움을 채워야할지.
타인이 채워줄수도 없고 오로지 같이 놀 상대는 나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도 힘든 날들이다. 아,,나도 사무관 승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