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카네이션을 못받았다>

솔직히 자식들한테 카네이션을 못받았다고 쓰는것도 창피한 일이지만 요 며칠 일어난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원체 내가 게그 본능이 있고 속이 없는 부모인지라 이번 어버이날은 좀 입조심좀 해야겠다고 다짐했건만 결국 이번에도 이놈의 주둥이가 방정이었다.

참고 있어야 하는데 요 며칠전 큰애한테 이렇게 말했다.
˝곧 어버이날인데 뭐 준비하고 있어?˝ 결국 이말에 발끈한 큰애 ˝엄마가 그러니까 뭐 주고 싶다가도 주기 싫다니깐..˝
˝아니 뭐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무슨 준비를 해? ,,,뭐 생각하고 있얶는데 그냥 안할래...˝
아니 도대체 어디서 배운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딸의 마음은 그렇게 매정하게 돌아서버렸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 아니 엄마는 내 생일 며칠전부터 준비하고 그래?˝ 아니 당연히 생일 몇일전부터 무슨 케익을 살지 생각도 하긴 하지만 딸의 그 당돌한 말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과거 나의 사례를 보더라도 부모님이 아무말 않고 가만히 있으면 뭐라도 해주고 싶고 그런맘이 들지만 , 부모님이 먼저 나서서 뭔가를 요구하면 속물처럼 느껴지고 뭘 해주고 싶다가도 맘이 돌아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때는 문구점에 세일하던 500원짜리 모조 카네이션을 사가지고 와서 달아주지는 않았지만 집에 사온적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감동해서 몇날 몇일 기분이 좋은적이 있었고 거기다가 편지까지 받으면 감동이 두배가 되어 애들이 조금만 더 크면 가격이 조금 나가는 선물도 받을수 있겠구나 하는 나의 기대는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는걸 조금씩 깨닫고 있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지만 나와 별반 다름없는 여동생은 딸이 초등학교때부터 용돈모아서 스카프 사주고 대학생이 된 요즘은 과외알바로 번 돈으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명품핸드백도 선물받았고 특히 오늘은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받았다고 떡하니 사진까지 보내오는데 정말 그걸보고 나는 자식을 잘못키웠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든다.



그동안 사달란거 다 사주고 , 먹여주고 입혀주고 해외여행다니고 했던 그 모든 물질적인것들이 다 의미가 없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조카가 여동생에게 했던 것처럼 나도 그런대우를 받을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걸 내가 자식복이 없다고 해야할까.

여지껏 큰애한테 받은건 내가 꼬박꼬박 준 용돈에서 산 ‘발 각질 제거제‘가 전부다. 나이들고 건조해서 발 뒷꿈치가 갈라져 각질이 생겨서 애들 보란듯이 한숨쉬며 각질 뜯어내고 있으니 자기도 재미삼아 내 각질을 뜯어내면서 인터넷 보니 이런게 있더라 하며 2만원짜리 각질 제거제를 내게 선물해줬는데 그게 19년간 키운 딸에게 받은 최대의 선물이다. ㅜ

18살짜리 둘째는 하루종일 잠만자고 어버이날인지 뭔날인지 모르고 옷사달라고 인터넷으로 주소창 보내온다. 화딱지가 나서 카톡대화방을 나가버렸다. 지금도 이런데 몇년 지나면 아에 대놓고 돈 요구하고 나중에 내 재산 탐하며 부모 방임할것같은 두려움이 밀려든다.

너무도 우울한 어버이날이다. 자식복이 없나보다.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화를 내버릴까 말까 하고 있다.
카네이션은 못줄망정 옷 사달라고 주소창 보내는 둘째한테 버럭 화를 냈을때 결과를 상상해보니, 처참한 싸움으로 끝난 어버이날로 장식될거 같아 참기로 했다.

자식들에게 애초에 바란게 내 잘못이다. 효도할 자식은 따로 있는가 보다. 그냥 뭐 진심은 이런거까지 바라지는 않고 사회에 나가 자기 밥벌이 제대로 하고 잘 살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이지만 정말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큰애한테 보라고 오늘 친정엄마 만나는데 큰애 데리고 가서 엄마랑 밥먹고 과일사다줬는데도 큰애는 아무것도 못느끼는지 알수없다. 너무도 우울한 날이다. 대학생이라 용돈 60만원 주는데 저번달 50만원 줬다고 10만원 언제주냐고 채무 독촉이나 하는 딸년이 너무도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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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8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Grace 2022-05-14 10:20   좋아요 0 | URL
아 여러번 이야기했죠.ㅋ 아이들과 저가 코드가 달라도 너무 다른가봐요.ㅠ
미리 말했다고 철벽을 치고 엄마를 속물로 보는데,,방법이 없네요.
그냥 어버이날 챙겨먹기는 포기해야 할거 같아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