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매너리즘에 대해>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아이패드, 엠시스퀘어 모든게 고장이 났다. 만년필의 잉크는 말랐고 잉크병에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책장에는 쓰다만 노트들이 수십권이 꼿혀있다. 아이패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안되지만 그런데로 쓸려면 쓸수있지만 웬지 느리다.
한때 열정적으로 사용했던 물건들과 자주 행했던 취미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한 무심함으로 인해 모든게 낯설어졌다.
독서를 하는것도 필사를 하고 여행노트를 쓰고 독서후기를 쓰는것들이 한순간 과거의 행적으로 사라져 버린다는게 조금 허탈하다.
오랜만에 들어간 홈페이지에 아이디와 비번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사이트의 비번과 아이디를 잘 정리해 놓은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예전엔 그렇게 핸드폰 메모장에 정리해두었었다. 그뿐 아니라 에버노트도 월 몇만원을 내면서 어떻게 문서관리를 해보려고 했었다.
이렇게 게으름뱅이가 된것에 대해 그냥 과거 그렇게 했던것들이 식상하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모든게 그냥 심드렁해진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아니면 이제 이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 ‘그 잡다하게 하던일‘을 변경해야 할 시기가 된건지도 알수 없다.
자신이 시간을 보낼수 있는 취미같은 것을 평생 해 낼려면 그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매일매일 꾸준하게 먼지가 쌓이지 않게 해 내가야 하겠지만 그동안 해 왔던 것을 평생 꾸준히 한다는게 내게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이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만한 정신적인 여력이 없다는걸 차츰 느끼고 있다. 이렇게 매년 한살 한살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해 그냥 체념하게 되기도 한다. 시도할 여력은 없으며 청춘시기에 느꼈던 그 단순한 희열을 다시 회생시킬 방법은 없는건가 하고 느끼고만 있을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속에서는 이 매너리즘과 의욕상실을 깨우칠 뭔가가 언젠가는 다시 나올것이라는 희미한 희망은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