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일손돕기를 많이 해봤지만 인삼꽃따기는 처음이다. 과거엔 오디,복분자,블루베리 따는것이 전부였다. 사실 블루베리나 오디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만 일손돕기를 맡긴다. 따면서 처음에 살짝 몇개 먹어보기도 하지만 금방 질렸다.
농촌일손돕기를 이렇게 하루종일 계획 했다는 말에 아침엔 조금 놀랐다. 부담이 갈까봐 주로 요즘은 농가에서 아무것도 준비 못하게 한다. 어떤 농가는 우리한테 맡겨두고 외출을 해버린다. 하지만 오늘은 농장주도 같이 작업했다. 좁은 공간에서 허리와 다리를 구부린채 꽃을 따 버려야 하기에 노인분들이 일하기엔 어려워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도 한다. 우리가 가니 기다렸다는 기색이었다. 게다가 10명 맞춰오라는 농가의 요구사항이 있었다. 직원은 여기 저기 긁어모아도 9명인지라 나름 고민을 했다
속속들이 꽃을 따줘야 영양분이 꽃으로 안가고 인삼뿌리쪽으로 간다고 농장주가 직접 시범을 보였다. 잡초같이 생긴 작은 꽃이 은근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분명 다 땃다고 하고 지나갔는데 되돌아 온 길에 다른 각도에서 보면 꽃이 보인다. 세번이나 확인했는데도 또 보면 꽃이 보인다. 왔다갔다하며 세밀히 뒤져보며 꽃을 골라냈다. 잎사귀 속에 숨어 있어서 마치 머리를 뒤집어 이 잡는 느낌이다.
시간이 얼마 지난거 같지 않았는데 쭉 따다보니 한 시간에서 한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힘들지만 근육 운동에 도움이 되겠지 하는 기대로 노동을 했다.
오전엔 갑작스런 노동에 허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야산이라 화장실이 없어 급히 차를 몰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무실에 다녀왔다. 오디나 복분자 밭에서는 누구한명 없어지면 ‘도대체 어디갔냐고‘ 마치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서로 감시할텐데 모두 차광막 속에 들어가 있어서 누가 나가고 들어오는지 전혀 모른다.
오후에 나의 목표치 두줄끝내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농장주가 나타나셨다. 지레 놀라 다하고 쉬고 있다니 웃으며 쉬라 하는데 진짜 본 마음은 아닌듯해서 일어섰다. 내가 땄다고 생각한 그 줄을 보며 잘못 땄다고 하시며 딸때 잘 따야 한다고 안그러면 두번 일이라고 하신다. 그러다 대가 끊어진 인삼을 발견하고 이렇게 밟으면 안된다 하시기에 원래 끊어진거였다고 했다. 다시 보시더니 ‘썩었네‘하신다. 아무래도 인삼꽃따기 일손돕기는 더욱 신중해야 할 거 같다.
사무실에서 간식이라고 준비한건 쵸코파이 한상자와 카스터드 한상자, 알로에 덩어리가 둥둥 떠나니는 음료수와 오렌지 색소음료 한통이었다. 초코파이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뉴스가 갑자기 떠올랐다.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언제 끝날지에 대한 말이 없다. 농장주가 이제 되었다고 가라고 해야 끝난다는 직원도 있고, 4시까지 하면 된다는 직원도 있었다. 농장주는 4시안에 가라고 할거 같지 않다. 오늘 일하는 직원중에 제일 노령인 나는 힘들어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인삼밭 위 언덕으로 널판지로 사다리를 해놓은 곳을 올라간후 잡초로 무성한 무덤 두개를 가로질러 또 괴력을 발휘해 언덕을 올라갔다. 차량이 주차된 곳 앞에는 집 한채가 있었는데 진돗개와 비슷한 생김새이나 전혀 짖지 않은게 이상했다. 혈통불명의 개는 나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차량을 이용해 사무실로 탈출했다. 두고온 직원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다.
어찌되었건 농사를 짓는 사람들 대단하게 느껴진다. 농사 짓다보면 집념도 없어지고 하루 고된일 마치고 저녁먹고 눕자 마자 달콤한 꿈나라로 빠져들거같다. 농사일에 집중하느라 세상살이 인간관계등 그런것들로부터 자연히 멀어져 사람이 참 순수해질거 같은데 그건 나만의 생각일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