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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의 난
오사와 아리마사 / 이성 / 1993년 9월
평점 :
절판
야금야금 아껴 읽는 중인 신주쿠 상어 시리즈, 이번엔 3부 <주검의 난>
얼마 전에 개정판이 나오긴 했지만 시리즈가 다 나올지는 모르겠고
거기다 차례대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구판이지만 무척 아끼는
시리즈다.
1부 <소돔의 성자>에선 경관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뻔했고 2부 <독원숭이>에선 대만 프로 킬러와 신주쿠일대를 때려부수는
혈투끝에 역시 목숨이 위험했던 신주쿠 사메 사메지마, 이번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전편들이 사메지마 개인의 목숨을 담보로 했던 액션과 스타일에
치중했다면 3부는 좀더 미스터리(의학 스릴러라고도)에 가까운 기둥
줄거리와 역시나 빠지지 않는 경찰 조직 자체의 모순과 권력의 잘못된
방향성, 그리고 사회의 불합리성과 서로 다른 인간 군상들의 비대칭적인
갖가지 모습을 비춰준다.
알고 지내던 포주의 죽음을 조사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태아 밀수출
조직(?), 그들의 실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되려 형사 인생 최악의 함정에
빠지는 상어, 어쩌면 신주쿠 상어에겐 자신의 안위보다 타의로 경찰을
그만 두게 되는게 더 굴욕적이고 더 비참하고 더 견딜 수 없는게 아닌지,
과연 상어의 선택은?
역동성이나 긴박함, 스케일에선 전편들에 비해 좀 떨어질지 몰라도
역시나 상어의 맛은 끈적거리고 질기고 쫄깃한 감칠 맛이 여타의 비교를
거부한다. 이 소설의 진정한 맛은 줄거리보다는 한 명 한 명의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이 아닐까 한다. 내가 볼때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
로케트 유방 쇼!! 동료들에게 시체라는 굴욕적인 별명으로 불리는 상어의
상관 모모이 경감, 언제나 지저분하고 대머리에 뚱보지만 따를자가 없는
우수한 감식관 야부,
1부, 2부에서 이들 말고는 동료라 할만한 이들이 없던 사메지마에게
이번엔 그를 믿어주고 도와주는, 동료라고 불러도 괜찮을 이들이 생긴다.
거기다가 기존 동료들의 활약까지 두드러지는 3부, 뭐 그래도 여전히
혼자 다니지만...
이 소설은 기본이 하드보일드이기 때문에 문체나 문장, 대사가 참
간결하다. 그 간결함이 더욱 힘을 얻는건 작가의 취재와 조사의 결과물인
사실성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요즘에도 공감할 수 있는 조직과 인간의
본래 모습말이다.
아무리 한 인간이 정당성을 가지고 발버둥쳐봐도 어쩔 수 없는 조직(권력)
의 고정된 폐쇄성, 경직성, 모순점... 역기능만 있는 것 같은 불합리성의
연속... 이 책에선 이런 점을 끊임없이 말해주고 들려준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또한...
출간된지 오래된 판본이라 조금 어색한 단어나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 재미만은 요즘 나오는 신작들에 떨어지지 않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