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밀리언셀러 클럽 10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악취! 악취!! 도시에서 나는 악취... 사람에게서 나는 악취... 악취! 악취들!!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읽을때면 항상 악취가 풍긴다.

다 읽고 나서도 그 악취는 가실 줄을 모르고 내 몸에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어떡해 이런 도시가 있을까? 어떡해서 이런 사람들이 존재할까? 어떡해야

이 책의 악취를 빨리 떨쳐 버릴 수가 있을까? 현실이 아니라 다행인걸까?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는걸 다들 잘 알거다.

이 책은 잔인하다! 냉혹하다! 스산하다! 무겁다! 어둠을 더 어둡게 만든다!!

 

소심하고 능력없고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 현실을 외면하는 히어로라니...

아니, 히어로라는 단어도 이들이 주인공이여서 붙여 주는거지 작품 속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고 비난하는 이들과 다를 바 없다.

 

소수 인종과 흑인 악당보다 더 악랄한 백인 악당들에겐 아무 짓도 못 한다.

그들의 아픔을 알고 그들을 가엾다 여기면서도 오직 그들만을 응징한다.

가슴 속으론 "해치워 버려" "저질러 버려" 말을 하지만 결코 하지 못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실제 현실보다 더욱 현실같고 소설이어서 더욱 무섭다.

 

그러나 두 사람, 패트릭 켄지, 안젤라 제나로에게 반감은 생기진 않는다.

이들은 영웅이 아니다. 그렇다고 악인도 아니다. 이들은 사립 탐정일 뿐이다.

정의감에 불타지도 않는다. 무료 봉사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현실일 뿐이다.

악취를 풍기는 사람들, 악취가 넘치는 도시, 하지만... 악취를 없애진 못 한다.

단지 두 사람은 자신들이 맡은 사건에서 나는 악취를 맡고 도망가지 않는다.

 

 

이 책은 시리즈 1편 <전쟁 전 한 잔>의 바로 후속편인 2편이다. 국내엔 4편

<가라 아이야 가라>와 5편 <비를 바라는 기도>가 먼저 출간됐다. 이점이

좀 아쉽다. 독자적인 사건과 스토리여서 그리 크게 지장은 없지만 아무래도

순서대로 봐야 등장 인물들의 관계도와 심리 변화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타 시리즈도 그렇지만)내용 구성이 비슷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티격태격 사이 좋은 켄지와 제나로에게 의뢰가 들어오고 의뢰의 기본 조사를

하다 보면 다른 관계가 얽혀 있고 그러다가 일이 커지고 두 사람은 고생하고,

 

이렇게 쓰고 보니... 여타의 하드보일드와 거의 같은 거 같다... 하지만 여타의

탐정물과 극명히 다른 점은 거의 모든 대사, 거의 모든 문장이 참 우아(?)하다.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답게 거칠고 격렬하고 비속어, 은어, 욕설이 춤을 춘다.

그럼에도 허투루 내뱉는 대사가 거의 없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른다.

 

냉소적이며 폐부를 쑤시면서도 날카로운 위트, 유머를 절대 빠트리지 않는다.

비록 따뜻한 감동, 해피한 엔딩은 없을지라도 가슴 절절하고 격정적인 감상과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상, 무엇보다 인간의 정체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지 않는 사회 문제는 없다고 봐도 된다. 계층간 빈부 격차,

성적 소수자의 사회적, 윤리적 편견과 배제, 소수 인종과 특정 인종의 차별 등,

현재 미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그러나 숨겨지고 감춰진) 거의 모든 문제를

과장도 하지 않고 자르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데

부족함은 없게 진솔하게 보여준다. 독자에게 억지 시선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제 3편 <신성한 관계>(가제)만 나오면 중간에 빠졌던 시리즈가 다 나온다.

다행히 연말 안에 나올 거 같고, 최근작이자 <미스틱 리버><살인자들의 섬> 

처럼 독립 작품인 <The Given Day>까지 출간 대기 중이니 루헤인 만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