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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페이지 미스터리
아오이 우에타카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본 기준)원고지로는 10장 이하, 글자 수로는 2,000자가 안 되게..
그러니까 페이지를 달랑 두 장만 넘기면 끝나는 쇼트 단편 미스터리 모음집입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작품만 총 60편이 수록된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의 가장 기본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그야말로 여러 부류와 가지각색
인간군상들의 이면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형식. '모든 작품이 4페이지 안쪽에서
끝난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제한의 압박이 있다 보니 작가가 쓰면서도 여러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완성된 작품을 글자 수 때문에 다시 줄여야 하고 재밌다고 쓴 대사도
압축해야 했을테니까요.
그러나 작가는 이런 형식의 글쓰기에 아주 익숙하면서도 자신이 있는 듯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욕먹지 않을만한 수준의 기승전결을 보여주네요. 물론 재미의
만족도와는 별개지만요.
작품들의 편차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건 이 책을 한꺼번에 쭉 쓴게 아니라 긴 시간(7년)
동안 잡지에 연재됐었던 작품들 중에 추리고 추려 모았기 때문이겠죠. 어떤 형식인지
궁금하다구요?
음.. 그러니까 이런 식입니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내 입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다.
비싸고 양이 적은 삐삐큐 대신 오시기 두 마리 반 치킨이 땡겨서 그걸로 시켰지롱.
아~ 맛나게 잘 먹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내 수중엔 100원짜리 세 개 밖에 없었는데??
무언가 촛점이 많이 어긋난 예문입니다만 대충 저런 식입니다. 생략하고 압축하고
제한적으로! 저 뒤로 당연히 더 있어야만 하는 결말(카드로 긁었다거나 배달 알바가
고딩때 꼬붕이였다거나 옆집 사는 초딩한테 삥 뜯었다거나 하는..)은 독자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거죠.
몇몇 단편은 결말의 애매모호함이 너무 심하기도 하지만..
출퇴근할 때나 찻집에서 차 한 잔할 때. 특히 화장실에서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어렵고
힘들다는 항문 학문에 힘 쓰고 있을때 한 편씩 읽기 좋은 책입니다.
그러나 연달아 서너 편 이상씩 쭉 읽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비슷비슷한
패턴에 질리기도 쉽고 무엇보다 한 편 읽고 다시 곱씹는 맛이 상당히 괜찮거든요.
사족 -
이 책의 특성상 가지고 다닐 때가 많을텐데 생각보다 판형이 큽니다.
아에 <아이 엠 넘버 포>처럼 포켓 사이즈 미니 북을 함께 냈으면 좋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