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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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박예진 큐레이터의 문장의 기억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을 읽었다. 앞서 버지니아 울프, 안데르센,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통해 작품 속에서 핵심이 되는 문장들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을 했는데, 이번에는 일본 쇼와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유명한 인간 실격외에도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읽히며 자기 고백적 소설의 상징처럼 자리 잡아 왔고,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그 문장들과 정서를 잠깐 맛볼 수 있었다.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이라는 부제처럼, 이 작품집은 삶의 고독과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인간 내면의 진실을 담아낸다

삶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방황했던 인간다자이 오사무의 모습을 열두 편의 작품에서 뽑아낸 주요 문장들을 통해 따라가며, 그의 내면을 탐색하는 동시에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구성 또한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원문과 번역, 그리고 해설이 차례로 이어진다.

 

4개의 파트 속에 열 두 작품을 소개한다.

 

Part. 1 부서진 마음의 언어들

Part. 2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깨지기 쉽다

Part. 3 나를 만든,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Part. 4 희망은 때로 가장 잔인한 거짓말이 된다

 

읽는 동안 작품의 줄거리보다도 문장 그 자체가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갔다기보다는, 한 사람의 내밀한 목소리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듣고 돌아온 느낌에 가까웠다.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솔직함이 앞서고, 때로는 불편할 정도로 날것처럼 느껴졌지만, 그렇기에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 곱씹게 되는 진솔함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읽고 공감하며 좋아하는 이유를 이번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는 일이란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가장 어두운 면과 마주하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비극을 회피하거나 슬픔에 잠기기 위한 독서는 아니라고 덧붙인다

고독 속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했던 작가로서, 다자이는 고뇌와 성찰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작품 속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날것에 가까운 고백 그리고 아름다운보다 불편한 진실을 말이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으며, 완전하지 않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p.52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각 장의 후반에는 작품의 주제를 함축한 문장을 함께 읽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필사하며 작가의 문장을 마음에 새기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이 문장들은 스쳐 지나가는 문장이 아니라, 마음속에 오래 남아 여러 번 곱씹어 보게 만들듯하다

읽기 쉬운 작품들은 아니었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내면과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아주 조금 다가갔다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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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 리더십 - 누가 AI 챔피언이 되는가?
김경수 지음 / 라온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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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AX(Artificial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정책과 AX 대전환이라는 표현이 익숙할 만큼, 우리는 지금 사회 전반이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 서 있다. 제조업부터 금융,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전환이라는 말은, 내가 어렸을 적 제법 무섭게 시청했던 만화 ‘2020 지구의 원더키디가 상상했던 미래와는 너무도 다르다.

낯설고 두렵고 때로는 종말적 분위기까지 풍겼지만, 오늘날의 AX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도와주는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듯 서점가에는 AI에 관한 책들이 넘쳐나고 있다. AI의 본질과 원리를 이해하는 기초서부터, 기업이 어떻게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다룬 실무서까지 다양한 책들이 눈에 띈다. 게다가 최근에는 단순한 기술 설명을 넘어, AI가 업무 방식과 조직문화 전반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 역시 이러한 급변하는 AI 트랜스포메이션(AX) 시대 속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새로운 통찰과 실행의 조건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었다.

 

저자는 LG경영개발원 산하 그룹 연수원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인재 양성의 전 과정을 빠짐없이 경험했다고 한다. 신입사원부터 사장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교육을 직접 담당하며, 각자의 입장과 관점, 직면하는 이슈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던 만큼, 그만큼 풍부하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지녔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1AX시대의 리더, 당신의 역량을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2AX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의 논리적 프로세스는 무엇인가?

3AX 혁신을 위한 리더의 3단계 실행력과 조직 통찰력

4AX 혁신을 위한 리더의 단계별 실행 역할

 

책 초반 AI 버블에 대한 해석을 기재한 부분이 있다. 묘하게도 최근 들어 ‘AI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증시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AI는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기술로 주목받지만, 여전히 정보의 신뢰성과 불확실성 때문에 거품일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책에서 제기된 이야기와 오버랩되면서 기술 혁신과 투자 사이의 균형과 냉철한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이 책은 제목처럼 단순히 AI 기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급변하는 AI 시대 속에서 조직과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AI를 단순한 기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협력하는 파트너로 바라보며, 리더가 AI를 활용해 조직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 회사 최고경영자도 회의 때마다 AI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 부서가 업무 효율화와 실무 적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리더십의 본질은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학습하느냐, 그리고 그 능력을 조직 성과의 관점에서 해석해 전략적 의사결정과 조직 변화를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AX 리더십에서 말하는 리더의 역할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조직 전체에 변화를 일으키고 조직원들이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리더십의 역할이 아닐까.

 

책의 내용이 다소 학술적이라 나같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조금 쉽지 않았다는 점과 중간중간 삽입된 도표와 시각 자료들의 인쇄상태가 충분히 선명하지 않은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조직이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행동지침서를 찾는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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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생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전략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나관중 원작 / PASCAL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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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영화, 드라마 등 삼국지와 관련된 수많은 콘텐츠들이 있지만 나와 비슷한 세대의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KOEI사의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시리즈를 접해봤을 것이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하후돈, 사마의, 손권, 손책, 주유 등 위··오 삼국의 수많은 영웅들이 각자의 야망과 이상을 품고 대립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플레이어는 그중 한 인물이 되어 중국 전토 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영토를 넓히고 장수를 등용하며 전투를 벌이던 그 게임은, 단순한 전략 시뮬레이션을 넘어 어린 시절의 나에게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권력의 원리를 엿보게 한 창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병력 수를 늘리고, 전투에서 이기는 데만 집중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삼국지 속 인물들의 삶과 선택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내, 신뢰, 판단, 관계의 힘 같은 것들이 결국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다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시기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삼국지 인생공부였다.


책은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흐름을 읽는 자가 기회를 얻는다 - 시대와 전략의 감각

PART 2 리더는 결단과 원칙으로 움직인다 지도자의 조건

PART3 인간은 관계로 완성된다 - 신뢰와 통찰의 미학

PART 4 뜻을 품은 자는 꺾이지 않는다 - 집념과 의지의 길

PART 5 진정한 승리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있다 인간의 본질을 묻다


진수가 쓴 삼국지와 나관중이 집필한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고대 전란의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과 전략, 그리고 인간 군상의 다양한 얼굴들을 재조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특히 삼국지 속 인물들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했던 말이나 정치와 전쟁 인간관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뛰어난 글 등 30개의 삼국지 대문장을 선정하여, 그 명문장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탐색한다. 단순히 알고 있는 스토리 나열식이 아닌 심리와 흐름을 읽어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인생의 교과서로 읽어낸다. 저자는 조조, 유비, 제갈량, 손권 등 각 인물의 리더십과 인간관계를 현실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조조는 냉혹한 권력자이기보다, 혼란한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현실주의자로 그려진다. 유비는 허약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줄 아는 리더로 묘사된다. 또 제갈량의 철저함은 자기 관리의 본보기이자 동시에 완벽주의의 한계를 보여주고, 관우의 의리는 숭고하지만 때로는 오만으로 변할 수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읽는 내내 마치 어린 시절의 게임 속 인물들이 다시 내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능력치가 높은 장수를 찾는 데만 몰두했지만, 이제는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신념으로 결정을 내렸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진정한 승리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있다'PART처럼 결국 삼국지의 수많은 전투와 계략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제갈량의 지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유비의 신뢰가 없었다면 그 재능은 꽃피지 못했을 것이었을 것이고, 조조의 냉철함도 결국 그의 곁에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빛났던 것이 아닐까.


책을 덮는 순간, 어린 시절 밤새도록 마우스를 움켜쥐고 전장을 누비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싸움은 그저 이기기 위한 전투였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시선을 열어준다. 영웅들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승패 그 자체보다 리더십과 인간관계, 신뢰와 같은 삶의 본질적 가치가 더 중요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오래된 이야기 속 인물이지만, 그들의 삶은 생각보다 낯설지가 않은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삼국지 등장인물 심리분석이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 조조와 유비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성향을 MBTI로 해석해 놓아 흥미를 더한다. 오래된 영웅들의 심리와 현대적 성격 유형을 연결해 바라보니,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한층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삼국지가 어떻게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삶에 무게와 의미를 남기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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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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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일상을 단 세 단어로 요약하자면, 화남, 불안함, 그리고 조급함이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 앞에서 화가 나고,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떠올리면 불안해지며,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에 조급해진다.

겉보기엔 서로 다른 감정 같지만, 결국 이 셋은 한데 어우러져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끝내는 나 자신과 다투게 만든다. 그런 마음으로 무심코 집어 든 책이 있다. 이 복잡한 감정들을 억지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잠시 멈춰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돈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책. 바로, 동양의 탈무드라 불리는 홍자성의 <채근담>이다.


사실 처음엔, 고서 특유의 고루하고 어려운 느낌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고, 뜻밖에도 그 안에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채근담이라는 제목은, 사람이 풀뿌리를 씹을 수 있을 만큼 고통을 견딜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인내하고 버텨낸다면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 책을 쓴 홍자성은 명나라 말기의 학자로, 인생의 굴곡을 직접 겪으며 얻은 깨달음을 담담히 글로 남겼다.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단단한 시선을 담은 실용적 고전이라 느껴졌다.

 

PART 1.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 _절제의 길

PART 2.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_처세의 이치

PART 3. 운명과 시련을 대하는 자세 _역경 속의 도

PART 4.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_세상을 초월한 미학

PART 5. 마음을 비우는 공부 _백지의 여백에서

PART 6. 세상을 비추는 눈 _속세를 초월한 관조

PART 7. 자연과 하나 된 삶 _삶의 해탈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무려 10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목차였다. 이 책은 총 7개의 파트, 356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집 222조와 후집 134조를 완역한 뒤 현대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에세이 형식이라 어렵지 않게 읽힌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고민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400년 전에 쓰인 책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오늘의 삶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는 것이 놀라웠다.

 

기존의 원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덕분에, 원문과 나란히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한자에 특별히 능한 편은 아니지만, 페이지 하단에 실린 원문을 따라가며 본래의 뜻을 가늠해보는 경험도 흥미로웠다.

각 페이지마다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 장 한 장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책 제목처럼 무너지지 않는 고요하고 단단한 마음공부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다. 워낙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들이 많다 보니, 어떤 걸 사진으로 남겨야 할지 고민스러울 정도였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짧고 간결하게 전해지는 문장들 속에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마음이 조급하면 일이 어긋나고, 욕심이 지나치면 복이 멀어진다는 말은 요즘처럼 무엇이든 빨리 얻으려는 나에게 그대로 하는 조언처럼 들렸다. 책을 통해 고전의 지혜와 현대의 고민이 교차하는 뜻깊은 시간을 경험했다. 356개의 문장인만큼 하루에 한 장씩 필사하며 그 깊이를 천천히 되새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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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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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창극 등 전통 예술이라고 하면 대개 어렵고 고루하다는 인식을 갖기 쉽다. 옛말와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고, 문어체 문장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거니와 짧고 간결한 콘텐츠에 익숙한 탓에 그 공연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하다. 나 역시도 화려한 무대, 조명, 의상 등이 있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선호했었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우연히 접하면서, 가령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판소리 공연으로 접했을 때다. 무대를 통해 젊은 소리꾼들이 햄릿의 고민을 재기 발랄한 판소리로 고전의 무거움을 덜어내는 모습 등을 통해 그간의 고루하다는 선입견을 깰 수 있었다. 이후 코로나시대 전까지 몇몇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방구석 판소리란 책으로 저자의 이전 방구석 작품들인 방구석 오페라’, ‘방구석 뮤지컬에 이은 소리로 떠나는 서사 여행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서양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거쳐 이제 우리의 전통 음악인 판소리를 다룬 책이라고 하니 어떤 재미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졌다. 기술한 방식은 전작들과 비슷하다. 작품에 대한 줄거리와 소개 그리고 저자의 감상평 등의 순이다. 책을 통해 스물두 개의 고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은 총 다섯 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PART 1에서는 조선의 오페라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청가’, ‘흥부가’, ‘춘향가등 판소리 다섯 마당을 소개한다. PART 2 ‘잃어버린 조선의 아리아들는 사라진 7마당 중 줄거리가 확실하고 널리 알려진 4마당. ‘옹고집타령’, ‘장끼타령’, ‘변강쇠타령’, ‘숙영낭자전을 소개하고 있다.

PART 3에서는 삼국시대 뮤지컬이라고 명명하며 도솔가’, ‘서동요’, ‘처용가등 향가를 소개한다. 고전의 발라드 고전시가를 소개하는 PART 4는 하여가&단심가, 황진이와 소세양 이야기 등 4편을 만날 수 있으며, 마지막 PART5를 통해 이생규장전’, ‘옥단춘전등 달빛 아래 붉은 실이라는 이름으로 4편의 고전소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익숙한 작품들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중 시험문제에도 출제된 향가 서동요처용가’, 이방원과 정몽주의 하여가, 단심가는 유명한 작품일 듯하다.

 

판소리의 정의, 구성요소, 용어 등 용어해설을 책 서두에 둠으로써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 배려를 하고 있다. 판소리의 주인공이자 이야기꾼인 소리꾼, 장단을 치며 소리꾼의 가락과 이야기 흐름을 받쳐주는 고수 그리고 박수, 추임새, 호응 등으로 공연에 직접 참여해 분위기를 띄우는 청중이 만들어 나가는 판소리와 관련된 내용들이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우리가 익숙히 아는 심청전이나 흥부전, 춘향전 등이 판소리로 만날 때 전혀 다른 생명력을 얻는 듯하다. 소리꾼의 해석과 고수의 장단, 청중의 반응에 따라 알던 내용의 이야기가 새롭게 펼쳐지고 감정의 깊이가 더해질 것이다.

아마 단순히 읽는 이야기가 아니라 듣고 보고 느끼는 공연이 되니 텍스트로 만나는 것보다 그 재미가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구문으로 읽고 있지만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무대가 그려지는 것이 이 전통 예술이 가진 힘인 듯하다.

 

책 제목답게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소리의 매력을 방 안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단순한 소개서가 아니라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각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과 한, 풍자와 해학의 세계를 만날 수 있고 그 속에서 소리가 담고 있는 의미를 마주할 수 있다. '어렵다' 또는 '옛것'이라는 인식을 깨고 전통예술과의 거리감을 줄여주고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각 장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마련해놨으니 자연스럽게 소리의 흐름을 따라가보도록 하자. 아마 조금은 판소리와 친해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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