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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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창극 등 전통 예술이라고 하면 대개 어렵고 고루하다는 인식을 갖기 쉽다. 옛말와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고, 문어체 문장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거니와 짧고 간결한 콘텐츠에 익숙한 탓에 그 공연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하다. 나 역시도 화려한 무대, 조명, 의상 등이 있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선호했었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우연히 접하면서, 가령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판소리 공연으로 접했을 때다. 무대를 통해 젊은 소리꾼들이 햄릿의 고민을 재기 발랄한 판소리로 고전의 무거움을 덜어내는 모습 등을 통해 그간의 고루하다는 선입견을 깰 수 있었다. 이후 코로나시대 전까지 몇몇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방구석 판소리란 책으로 저자의 이전 방구석 작품들인 방구석 오페라’, ‘방구석 뮤지컬에 이은 소리로 떠나는 서사 여행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서양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거쳐 이제 우리의 전통 음악인 판소리를 다룬 책이라고 하니 어떤 재미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졌다. 기술한 방식은 전작들과 비슷하다. 작품에 대한 줄거리와 소개 그리고 저자의 감상평 등의 순이다. 책을 통해 스물두 개의 고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은 총 다섯 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PART 1에서는 조선의 오페라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청가’, ‘흥부가’, ‘춘향가등 판소리 다섯 마당을 소개한다. PART 2 ‘잃어버린 조선의 아리아들는 사라진 7마당 중 줄거리가 확실하고 널리 알려진 4마당. ‘옹고집타령’, ‘장끼타령’, ‘변강쇠타령’, ‘숙영낭자전을 소개하고 있다.

PART 3에서는 삼국시대 뮤지컬이라고 명명하며 도솔가’, ‘서동요’, ‘처용가등 향가를 소개한다. 고전의 발라드 고전시가를 소개하는 PART 4는 하여가&단심가, 황진이와 소세양 이야기 등 4편을 만날 수 있으며, 마지막 PART5를 통해 이생규장전’, ‘옥단춘전등 달빛 아래 붉은 실이라는 이름으로 4편의 고전소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익숙한 작품들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중 시험문제에도 출제된 향가 서동요처용가’, 이방원과 정몽주의 하여가, 단심가는 유명한 작품일 듯하다.

 

판소리의 정의, 구성요소, 용어 등 용어해설을 책 서두에 둠으로써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 배려를 하고 있다. 판소리의 주인공이자 이야기꾼인 소리꾼, 장단을 치며 소리꾼의 가락과 이야기 흐름을 받쳐주는 고수 그리고 박수, 추임새, 호응 등으로 공연에 직접 참여해 분위기를 띄우는 청중이 만들어 나가는 판소리와 관련된 내용들이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우리가 익숙히 아는 심청전이나 흥부전, 춘향전 등이 판소리로 만날 때 전혀 다른 생명력을 얻는 듯하다. 소리꾼의 해석과 고수의 장단, 청중의 반응에 따라 알던 내용의 이야기가 새롭게 펼쳐지고 감정의 깊이가 더해질 것이다.

아마 단순히 읽는 이야기가 아니라 듣고 보고 느끼는 공연이 되니 텍스트로 만나는 것보다 그 재미가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구문으로 읽고 있지만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무대가 그려지는 것이 이 전통 예술이 가진 힘인 듯하다.

 

책 제목답게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소리의 매력을 방 안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단순한 소개서가 아니라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각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과 한, 풍자와 해학의 세계를 만날 수 있고 그 속에서 소리가 담고 있는 의미를 마주할 수 있다. '어렵다' 또는 '옛것'이라는 인식을 깨고 전통예술과의 거리감을 줄여주고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각 장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마련해놨으니 자연스럽게 소리의 흐름을 따라가보도록 하자. 아마 조금은 판소리와 친해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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