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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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일상을 단 세 단어로 요약하자면, 화남, 불안함, 그리고 조급함이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 앞에서 화가 나고,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떠올리면 불안해지며,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에 조급해진다.

겉보기엔 서로 다른 감정 같지만, 결국 이 셋은 한데 어우러져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끝내는 나 자신과 다투게 만든다. 그런 마음으로 무심코 집어 든 책이 있다. 이 복잡한 감정들을 억지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잠시 멈춰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돈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책. 바로, 동양의 탈무드라 불리는 홍자성의 <채근담>이다.


사실 처음엔, 고서 특유의 고루하고 어려운 느낌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고, 뜻밖에도 그 안에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채근담이라는 제목은, 사람이 풀뿌리를 씹을 수 있을 만큼 고통을 견딜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인내하고 버텨낸다면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 책을 쓴 홍자성은 명나라 말기의 학자로, 인생의 굴곡을 직접 겪으며 얻은 깨달음을 담담히 글로 남겼다.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단단한 시선을 담은 실용적 고전이라 느껴졌다.

 

PART 1.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 _절제의 길

PART 2.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_처세의 이치

PART 3. 운명과 시련을 대하는 자세 _역경 속의 도

PART 4.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_세상을 초월한 미학

PART 5. 마음을 비우는 공부 _백지의 여백에서

PART 6. 세상을 비추는 눈 _속세를 초월한 관조

PART 7. 자연과 하나 된 삶 _삶의 해탈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무려 10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목차였다. 이 책은 총 7개의 파트, 356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집 222조와 후집 134조를 완역한 뒤 현대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에세이 형식이라 어렵지 않게 읽힌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고민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400년 전에 쓰인 책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오늘의 삶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는 것이 놀라웠다.

 

기존의 원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덕분에, 원문과 나란히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한자에 특별히 능한 편은 아니지만, 페이지 하단에 실린 원문을 따라가며 본래의 뜻을 가늠해보는 경험도 흥미로웠다.

각 페이지마다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 장 한 장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책 제목처럼 무너지지 않는 고요하고 단단한 마음공부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다. 워낙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들이 많다 보니, 어떤 걸 사진으로 남겨야 할지 고민스러울 정도였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짧고 간결하게 전해지는 문장들 속에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마음이 조급하면 일이 어긋나고, 욕심이 지나치면 복이 멀어진다는 말은 요즘처럼 무엇이든 빨리 얻으려는 나에게 그대로 하는 조언처럼 들렸다. 책을 통해 고전의 지혜와 현대의 고민이 교차하는 뜻깊은 시간을 경험했다. 356개의 문장인만큼 하루에 한 장씩 필사하며 그 깊이를 천천히 되새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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