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김수정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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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의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아트북스)』는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는 ‘손쉬운’방법으로 여러분에게 미술의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9p)”라는 마음을 담은 따뜻한 초대장으로 시종일관 그 길을 안내한다.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서 소통해온 시간은 대상자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했고 본인이 검증한 가장 좋은 것들로 채워 선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가 어쩌면 형식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포장을 걷어내고 본질을 선택하고 내면의 성장에 집중하게끔 강제했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았지만 익숙해지도록 그래서 충만하고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저자의 응원이 전해진다.

 

 

이 작지만 예쁜 책,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 미술을 전공한 적이 없지만 늘 선망했던 나의 시간을 ‘잘했어’ 라며 지지해주는 책, 내가 아는 것 다 알려줄게 하며 아낌없이 내어주는 책, 나의 내일이 달라질 것 같다고 가슴 뛰게 하는 책, 줄과 체크로 가득 채워진 책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를 다시 열어 본다. 첫 장은 강렬한 그녀, 프리다 칼로다. 화집은 물론이고 인물 이야기부터 여러 버전의 그림책까지 그녀의 이야기는 다양한 각도로 조명되는데 SNS 셀러브리티의 가능성은 공감되면서도 신선했다. 결국 해시태그와 검색과 좋아요에 소심 미적지근했던 나조차 긍정 게이지가 약간 상승한다.

 

 

“그림을 부르는 그림”에서는 앞선 그림의 영감을 받아 그린 오마주 작품들, 짝을 이루는 연작들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루이 베루가 나오는데 그는 20장 “미술관에서 그림 그리기를 허하라”에 재등장하고 이번에는 “모나리자 도난 사건”과 함께 기억에 남는 이름이 된다. “뭉크는 그림을 자식처럼 예뻐해서 그림을 팔았더라도 똑같은 그림을 다시 그려 모든 그림을 자신이 갖고 있기를 원했다(49P)”는 말에 뭉크가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취향은 수많은 실패와 낭비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53P)”는 말과 함께 자신만의 “궁극의 넘버원”을 갱신하려는 노력, 열정은 배우고 싶다. “취향을 선물하는 사람”을 읽으며 동유럽 여행에서 클림트 우산을 선물해줬던 후배를 떠올렸다. ‘뭐 이런걸 다’ 머쓱해하면서도 정작 손떨려 비닐도 못빼고 먼지 속에 고이 간직하는 명화 우산, 이제 꺼내야 겠다 마음먹으며 선물 목록을 작성할 생각에 내 맘도 몽글몽글해진다.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큰, 그러나 강렬했다는 그웬 존의 “누드 소녀”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의 그 정물화가 선명히 떠올랐다. 너무 작은데도 너무 강력했던 그림, “해골, 촛대와 책” 세잔이었다. 촬영 금지 표시 앞에 그림을 외워야 하나 생각하며 미치는 줄 알았다. 왜 검색을 하지 않았을까 그 또한 불가사의다.

 

 

“그러나 모든 감상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같습니다. 바로 미술을 ‘삶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76P)” 이 문장에 별표를 한다. 미술 일기 쓰는 법부터 트레이싱, 피가되고 살이 되는 사이트 목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작품과의 인연, 부럽기 그지없는 마인드맵의 빼곡함, 영화 속 그림 찾기······그렇게 다시 페이지를 넘긴다. 마지막으로 “너와 함께라면, 미술관”에서 나의 인생의 미술관, 너무 오래 가보지 못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올해는 가보리라 내게 약속한다.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를 밀고도 갔던 곳, 아기의 소중한 목각 버섯 딸랑이를 잃어버려 경사진 통로를 무한반복 수색했던 곳, 조각 공원의 “노래하는 사람”을 보고 “아저씨가 왜 저래?”끝없이 묻던 아이, 그 아이가 훌쩍 커 대학생인데 다시 손잡고 가볼 생각이다.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속 “미술로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따로 엮은 팁만 잘 활용해도 알차고 훌륭한 방법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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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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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문학동네/안정혁 옮김)』은 대문호 괴테가 25세에 발표한 첫 번째 작품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사조로 이행하던 과도기에 괴테는 낭만주의의 선구자로서 이성과 질서, 규범 보다는 인간 본연의 감성에 충실한 대변자 베르테르를 창조한다.(괴테의 교양/생각뿔) 너무 유명해서 식상하다 싶을 베르테르, 당대의 아이돌로서 모방의 대상이었고 베르테르 효과라는 신드롬을 초래하기도 했던, 그러나 ‘누구나 알지만 정작 읽지 않는’이라는 수식을 받곤 하는 ‘고전’의 한 권으로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1세기에도 유효한 실제적 질문을 던진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절친한 벗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괴테 역시 루소나 리처드슨의 영향을 받았지만(202p) 서간소설 중 가장 고지를 점하는 작품일 것이다. 친근한 어조로 최대한 솔직하게 감정을 서술함으로 수신인을 납득시키고, 이해와 지지에 대한 호소를 은연중에 내포하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수신인은 곧 독자이기도 해서 베르테르가 겪는 사건과 감정의 굴곡을 촘촘히 간접경험하게 된다. 7주간 이어지는 총 82편의 편지는 “그렇게 떠나오고 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네! 내 소중한 친구,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대체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11p)”로 시작되는 기대와 설렘 가득한 출발의 기운으로 시작한다. 기대는 기념비적 인물이 된 로테와의 만남으로 곧바로 이어지고 둘이 나눈 이야기와 정서적 교감은 모든 순간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로테를 영웅이자 시인인 오시안과 동격으로(55p), 자석산의 예화를 떠올리며(63p) 거부할 수 없는 가치인 유일한 사랑으로 고조시킨다.

 

 

1부에서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의 대화는 인상적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알베르트가 베르테르의 열정을 극단적이고 과도하다 여기나, 이에 반하는 베르테르의 입장은 타협하지 않는 순수함이 스스로를 연소시키는 것 조차 허용한다. 로테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했지만 그곳에서도 쉼을 얻지 못하는 베르테르는 말한다. “활동이란 게 대체 뭔가! 감자를 심고 시내에 가서 곡식을 내다 파는 사람이 나보다 많이 활동할 걸세. 그게 아니라면 사슬에 묶여 사는 이 노예선에서 10년은 더 몸 바쳐 일할 용의가 있네.(97p)” 사회가 요구하고 받아들여지는 인간상이나 삶이 민감한 베르테르에게는 부조리하게만 다가온다.

 

 

나름의 시도를 접고 로테의 곁, 로테의 대기권으로 돌아온 베르테르는 이전에 알았던 사람들과 차례로 조우하며 그 속에서 자신 역시 다르지 않을 비극을 조금씩 발견한다. “나만 이 모양으로 사는 건 아닐 테지.(117p)”라는 목소리가 슬프고 안쓰럽다. 농가의 젊은 머슴이나, 이성을 잃고 꽃을 찾아다니는 하인리히나 모두 베르테르를 변주하고 있다. 다른 얼굴들이지만 그는 ‘우리’라고 부른다. “자네는 구제받을 수 없네, 불쌍한 인간아! 우리가 구원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네.(150p)” 극도로 사로잡혀간 인간의 점진적 변화 과정이 생생해서 더 애처롭게 남는다. 아름다운 묘사와 문장이 베르테르의 슬픔을 더 짙게 채색한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초와 사탕과자와 사과 등으로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앞에 나타나 하늘을 날 듯 황홀해지던 시절 말입니다.(157p)” 자신의 어린시절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려주던 베르테르, 아이들과 별과 시를 사랑하던 베르테르가 다시 맞지 못한 그 시간이 가슴아프다.

 

<책 속에서>

-또한 그는 내 마음보다는 내 이성과 재능을 더 높이 평가한다네. 그러나 마음은 내가 자부심을 느끼는 유일한 것으로, 모든 에너지와 모든 행복 그리고 모든 불행의 원천이네. 아, 내가 아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지만 이 마음은 나만의 것이라네.(114p)

-사람들이 서로 가지겠다고 다투지 않는 대상이 단 하나도 없네! 건강, 평판, 기쁨, 휴식 등 모든 것이 그렇다네. 대부분 어리석고 이해심이 부족하며 옹졸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도 그들은 좋은 의도로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네.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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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활용을 알려줌 - 화상수업, 강연에 꼭 필요한
고정욱 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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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유격대의 줌 활용을 알려줌(비전코리아)은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며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중요한 툴인 줌을 설명한다. 비대면 소통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에 어떤 목적으로든 줌 미팅은 일반화되고 있다. 경험을 누적하며 배워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부터 활용까지 틀을 갖춘 체계적인 지식 습득은 자신감을 높일 것이다. 유익한 동화와 강연으로 친근한 고정욱 작가님의 이름을 보고 신뢰가 더 커졌고 현장에서 경험한 과정을 쉽게 풀어 공유해 주심이 감사했다.

 

줌 활용을 알려줌은 다섯 챕터로 구성되어 처음 줌을 접하고 회의를 개설해야 하는 경우에도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평소 궁금했던 질문으로 시작하기에 더 집중하게 되고 문제 해결법을 익힐 수 있다. 챕터1회의 초대하기에서도 단계별로 번호를 매겨 설명하고, 실제 화면을 보여줌으로 직관적으로 이해를 돕는다. 주의해야 할 점도 상황별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시각적 친절함과 깔끔한 요약정리다.

 

챕터 4화상강의 꿀팁은 한층 현장감 있게 다가왔다. 오프라인 강의는 콘텍스트(context)강의라 문맥과 흐름을 청중과 공유하는 한편 온라인 강의는 텍스트(text)강연이라는(94p) 차별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각각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며, 사람간의 소통과 지식 전달이라는 근본 목적은 변함 없다는 지적 또한 중요하게 와 닿았다. 강의 스킬이나 강의 팁들도 눈여겨 보았고 부록의 단축키 정리표도 유용할 것이다. 검색을 통한 정보 수집에는 한계가 있는데 검증된 노하우를 한 권의 책으로 익힐 수 있는 줌 활용을 알려줌은 꼭 필요한 무기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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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에디션 제인 에어
구예주 지음, 서유라 옮김, 샬럿 브론테 원작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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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예주의 『제인 에어(21세기북스/샬럿 브론테 원작)』는 샬럿 브론테가 1847년 커러 벨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발표한 고전 명작을 일러스트 에디션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책은 물론 영화와 연극 등으로도 다양한 옷을 입고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제인 에어의 용기있고 생생한 성장 이야기가 매번 감동을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출판 당시의 원제목이 Jane Eyre: An Autobiography 엿듯이 자전적 색채는 독자의 몰입감을 높힌다. 어린왕자나 빨간 머리 앤이 콜렉터에게 설레임을 주듯이 제인 에어 또한 내게는 모두다 소장하리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 제루샤 애벗이 읽는 소설 중 하나이며, 가까이는 제인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의 주인공 헬레네의 친구가 되어주는 책 제인 에어는 그렇게 빛 바래지 않는 현재의 동행자이기도 하다.

 

고전 명작을 만나는 최선의 방법은 완역 읽기가 정답이지만 그에 앞서 또는 그 이후에 또 다른 버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다. 구예주는 일러스트 에디션 제인 에어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프롤로그에 설명하는데 기쁘고 보람되었을 애쓰는 순간들 자체가 그려지기도 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등장인물과 제인의 공간을 일러스트와 요약글로 보여주는데 이런 부분이 무척 매력적이다.

 

작가의 마음을 두드린 장면들은 일곱 장으로 담아냈는데 원작이 총 38700여쪽 이상의 분량임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과도한 축약이 원전에 대한 편향된 관점을 제시할 수 있고 사라진 장면들에 대한 아쉬움을 남길 수 있지만 일러스트 에디션은 가능한 분량 내에서 균형있게 흔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붉은 방의 상징성, 기숙학교에서의 고통과 우정, 로체스터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까지의 과정 중 버사 메이슨으로 인한 긴장감이나 위트크로스에서의 고난도 엿보게 된다. 가장 인상깊었던 로체스터의 부름에 제인이 반응하는 부분도 오래전의 감동을 상기시킨다. 행간을 통해 꿈꿨던 장면들이 아름다운 색조와 풍부한 표정 그대로 눈앞에 펼쳐지니 이 책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제인 에어 재독을 위해 시간을 들여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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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이야기
세스 노터봄 지음, 김영중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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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노터봄의 계속되는 이야기(1991)/문학동네/김영중 옮김는 고전, 역사, 철학,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깊이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로 의미있는 수상들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계속되는 이야기 속 주인공은 작가의 분신처럼 공통의 특징과 성정을 지닌 채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특징없이 이어지는 일상의 틈새로 반짝이는 인문학적 성찬이 차려지는 그리 길지 않은 소설 계속되는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귀 기울여 그의 목소리를 찾게 만든다.

 

나는 진실을 대면하고 싶었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중에서 어떤 쪽이 그 과거의 방에 있는지 알아야 했다.(29p)” 주인공 헤르만 뮈서르트는 자신의 마지막 고전어 수업에서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를 재현한다. 학교에서의 별명 또한 소크라테스인 그에게는 적절하면서도 그다운 인사다. 그 후 연금이 나올 때까지 여행안내서 작가로 글을 쓰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오비디우스 번역이다. 잠들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깨어나는 반복은 시간과 공간을 왜곡시키고 과거 관계했던 마리아 세인스트라와의 흔적을 좇기도,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리톤과 동일시되는 자신의 이상적 제자 딘디아를 불러내기도 한다.

 

2부에서는 항해중인 선상에서 여섯 명의 여행객들과 실제인 듯 하면서도 불가사의한 여행을 함께한다. 1부에서 의미있게 등장했던 마리아, 딘디아, 마리아의 남편과의 진기했던 싸움장면, 그 이전의 마지막 수업까지 회상하며 특별했던 순간들을 재조명한다. 여섯 명의 동행자가 나누는 별, 바다, 별자리, 이름 등에 대한 공동의 경험과 대화는 독자 역시 집중하게 만든다. 나는 나 자신을 보았다. 여행 동료들로만 이뤄진 별자리를 보았다.(128p)“ 이 결함 많은 집단(129p)은 차례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끝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건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내가 보기에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단계는 이미 지났다.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광희를 느꼈다.(134p)“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해될 것 같으면서 동시에 모호한,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죽음의 찰나들을 목격하게 된다.

 

내 집은 온통 책으로 가득차 있고, 나는 책들 틈에 끼여 살고 있었다.(14p)” “그리고 실제 혹은 가상 인물들의 같으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묘사된 수만 페이지 책들에 둘러싸인 남자.(71p)“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표지의 그림은 이런 뮈서르트를 그려낸 것 같다. 다양한 고전 문학은 물론 예술 작품들이 등장하고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선명하게 이야기의 진행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거듭 멈추고 표시하곤 했다. 미국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에서 본 우주 여행 영화는 망망대해를 떠가며 무수한 별을 바라보던 2부의 해상장면을 연결시킨다. 시간, 관계나 사랑, 언어, 신화 등을 곱씹고 자유롭게 구체적 현실로 이끌고 와 풀어놓으니 무척 매력적이다.

 

그 중에서도 시간에 대한 문장들은 따로 노트를 만들고 싶어진다. 둘은 나이가 같아 보였으나, 더 이상 나이라는 범주로 그들의 삶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들은 시간을 극복한 자들이었다.(104p)“ 시간을 극복한 자들이라니, 고전 속 전형적 인물들을 기억하게 한다. 책의 시작 부분, ”부인이 죽음이라고 일컫는 것은 사실 정신의 집중이에요.(14p)“ 등대처럼 정확히 불을 밝히고 책을 읽곤 했던 그를 관찰한 이웃들에게 무심히 했던 이 말은 죽음을 정의하는 노터봄의 화두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 “시곗바늘은 시간을 지배한다. 시계 위에는 큰 글자로 법정 시간이라고 쓰여 있고, 뭉쳐 있던 매듭이 풀린 듯한 광장 안에 법조문 같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시간을 보러 오는 이가 누구든, 시간을 보러 오는 곳이 어디든, 시간을 늘리고 싶거나, 거부하고 싶거나, 흘러가게 놔두고 싶거나, 막고 싶거나, 방향을 바꾸려 한다면, 나의 법이 절대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내 거대한 시겟바늘은 공허하고 덧없고 실재하지 않는 현재를 가리킨다. 늘 그렇다. 내 거대한 시곗바늘은 부패해가는 분배정책과 오늘날 학자들의 음란성을 거부한다. 내가 가리키는 현재는 유일하고 실제적이며 계속되는 현재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롭게 육십 초를 이어간다. (44p)

 

-시계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불가사의한 것임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시간은 얽매인 데 없는 측량 불가의 현상이며 스스로를 드러내기를 거부한다. 우리 인간이 궁여지책으로 순서의 외양을 입혀주었을 뿐이다. 시간은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났을 수 없도록 해주는 체계다. (45p)

 

-이름은 그것이 나타낼 생명체가 있어야 생겨난다. 별자리 형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페르세우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103p)

 

-또 중요한 건 한 인간이 삶의 마지막 시간들을 논증이 아닌 사고활동에 보낼 수 있다는 것, 선택, 가정, 모순, 반박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그 한정된 공간 속에서 긴장된 정신과 정신을 잇는 일에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생각을 바꿀 수 있으며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다시 확실성 자체를 부정하는 불확실한 영역 안에 고정시키는 인간의 놀라운 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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