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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문학동네/안정혁 옮김)』은 대문호 괴테가 25세에 발표한 첫 번째 작품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사조로 이행하던 과도기에 괴테는 낭만주의의 선구자로서 이성과 질서, 규범 보다는 인간 본연의 감성에 충실한 대변자 베르테르를 창조한다.(괴테의 교양/생각뿔) 너무 유명해서 식상하다 싶을 베르테르, 당대의 아이돌로서 모방의 대상이었고 베르테르 효과라는 신드롬을 초래하기도 했던, 그러나 ‘누구나 알지만 정작 읽지 않는’이라는 수식을 받곤 하는 ‘고전’의 한 권으로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1세기에도 유효한 실제적 질문을 던진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절친한 벗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괴테 역시 루소나 리처드슨의 영향을 받았지만(202p) 서간소설 중 가장 고지를 점하는 작품일 것이다. 친근한 어조로 최대한 솔직하게 감정을 서술함으로 수신인을 납득시키고, 이해와 지지에 대한 호소를 은연중에 내포하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수신인은 곧 독자이기도 해서 베르테르가 겪는 사건과 감정의 굴곡을 촘촘히 간접경험하게 된다. 7주간 이어지는 총 82편의 편지는 “그렇게 떠나오고 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네! 내 소중한 친구,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대체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11p)”로 시작되는 기대와 설렘 가득한 출발의 기운으로 시작한다. 기대는 기념비적 인물이 된 로테와의 만남으로 곧바로 이어지고 둘이 나눈 이야기와 정서적 교감은 모든 순간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로테를 영웅이자 시인인 오시안과 동격으로(55p), 자석산의 예화를 떠올리며(63p) 거부할 수 없는 가치인 유일한 사랑으로 고조시킨다.
1부에서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의 대화는 인상적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알베르트가 베르테르의 열정을 극단적이고 과도하다 여기나, 이에 반하는 베르테르의 입장은 타협하지 않는 순수함이 스스로를 연소시키는 것 조차 허용한다. 로테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했지만 그곳에서도 쉼을 얻지 못하는 베르테르는 말한다. “활동이란 게 대체 뭔가! 감자를 심고 시내에 가서 곡식을 내다 파는 사람이 나보다 많이 활동할 걸세. 그게 아니라면 사슬에 묶여 사는 이 노예선에서 10년은 더 몸 바쳐 일할 용의가 있네.(97p)” 사회가 요구하고 받아들여지는 인간상이나 삶이 민감한 베르테르에게는 부조리하게만 다가온다.
나름의 시도를 접고 로테의 곁, 로테의 대기권으로 돌아온 베르테르는 이전에 알았던 사람들과 차례로 조우하며 그 속에서 자신 역시 다르지 않을 비극을 조금씩 발견한다. “나만 이 모양으로 사는 건 아닐 테지.(117p)”라는 목소리가 슬프고 안쓰럽다. 농가의 젊은 머슴이나, 이성을 잃고 꽃을 찾아다니는 하인리히나 모두 베르테르를 변주하고 있다. 다른 얼굴들이지만 그는 ‘우리’라고 부른다. “자네는 구제받을 수 없네, 불쌍한 인간아! 우리가 구원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네.(150p)” 극도로 사로잡혀간 인간의 점진적 변화 과정이 생생해서 더 애처롭게 남는다. 아름다운 묘사와 문장이 베르테르의 슬픔을 더 짙게 채색한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초와 사탕과자와 사과 등으로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앞에 나타나 하늘을 날 듯 황홀해지던 시절 말입니다.(157p)” 자신의 어린시절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려주던 베르테르, 아이들과 별과 시를 사랑하던 베르테르가 다시 맞지 못한 그 시간이 가슴아프다.
<책 속에서>
-또한 그는 내 마음보다는 내 이성과 재능을 더 높이 평가한다네. 그러나 마음은 내가 자부심을 느끼는 유일한 것으로, 모든 에너지와 모든 행복 그리고 모든 불행의 원천이네. 아, 내가 아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지만 이 마음은 나만의 것이라네.(114p)
-사람들이 서로 가지겠다고 다투지 않는 대상이 단 하나도 없네! 건강, 평판, 기쁨, 휴식 등 모든 것이 그렇다네. 대부분 어리석고 이해심이 부족하며 옹졸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도 그들은 좋은 의도로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네. (10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