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살롬, 압살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9
윌리엄 포크너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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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민음사/이태동 옮김)』은 1936년 작품으로 “소리와 분노” 7년 후에 출간되었다. 현지인 미국에서는 포크너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 포크너 작품들 가운데 가장 적게 이해된 가장 위대한 작품(552p, 해설)이라는 평가는 읽으면서도 무엇을 읽고 있는가 혼란한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집중하게 했다. “그의 읽기 어려운 산문시에 가까운 복잡한 문체 역시 난해함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참여를 요구하고 그의 주제 의식을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549p)”는 해설은 찾아내어야 할 것 또는 들어야 할 감추어진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만든다.

 

 

“1833년 6월의 그 일요일 아침, 서트펜이 그 어디선가 말을 타고 이 거리에 처음 나타났고, (중략) 토지를 수탈해서(중략) 대저택을 짓고, (중략) 결혼해서 두 아이를 (중략) 얻었고, 그에게 할당된 생애를 비참하게(중략) 마쳤다.(15p)” 작품 서두에 이미 스토리는 공개되었다. 비극임을 인치며 과거로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이야기는 이후 복잡한 곁길들을 탐색하며 종말을 향한다. 동일한 내용은 바로 앞 10p에도 조금 변형된 문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길이를 달리하며, 꾸밈말이나 수식을 추가하며, 비장함을 더하거나 빼며 골자는 반복된다. 사건 자체를 끈질기게 반복할 때 가장 중심에는 서트펜 대령이 있다.

 

 

서트펜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악령같은 운명을 지닌 자, 이 세상에 실제로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걸어다니는 그림자(250p), 또는 번거로움도 아랑곳 하지않고 괄호를 여닫으며 병기하거나, 대화를 중단시켜 가면서 강조하는 “악귀”, “불한당 같은 악귀”다. 반면 로자는 “악귀는 아니었어. 악한이기는 했으나, (중략) 미치광이이기는 했지만, 광기는 역시 광기 그 자체의 피해자가 아닐까?(244p)”라는 논리를 편다. 서트펜은 왜 악귀가 되었을까, 그는 누구일까를 추적하는 곁길들이 서트펜의 유일한 친구의 손자인 퀜틴 컴프슨을 비롯한 다른 화자들을 통한 사건의 묘사이자 해석으로 펼쳐지기에 단순하지 않다.

 

 

서트펜에게는 스스로 합리화 시킨 ‘최고 선’인 ‘계획’이 있었다. 서트펜이 남부 요크나파토파 군, 제퍼슨 읍에서 요지부동 확고한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면서 필요한 사회적 지위의 수단이었던 콜드필드 가문과 그 딸들, 처음에 앨런 그리고 후에 서트펜의 딸보다 어렸던 앨런의 동생 로자까지 비운으로 이끈다. “그래, 이 남부에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운명적인 저주가 내려졌던 거야.(28p)”할 만큼 비극은 서트펜 얼굴을 한 아들, 헨리 서트펜과 성격과 정신을 물려받아 “서트펜계‘라 할수 있는 딸 주디스 서트펜에게도 이어지고, 자신이 설정한 틀만이 기준인, 멈춰 돌아보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헤치고 질주하는 집착은 그가 손을 뻗은 대상들을 황폐케 한다.

 

이 집착이 질주하는 이유는일을 서둘 필요성과 자기도 모르게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48p)“,시간은 화살이다, 서둘러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마을을 지나 달리거나(51p)“ 조급히 시간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서트펜이 더 이상 젊지 않은 시기가 오자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만은 아니었어. 문제는 오히려 그 시간의 부족을 깊이 파고 들어갔다는 데 있었어. 그는 시간 부족으로 인한 농축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어.(399p)“ '한정된 시간'이라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을 초월할 수 없음에도 겸허함 대신 자만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본다.

 

 

‘계획’과 더불어 비극의 두 번재 축, 집착, 질주, 광기의 동기는 서트펜의 ‘순진함’이다. “서트펜은 순진한 것이 탈이었어. 갑자기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발견했어.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일을 해야만 된다는 것이었어.(319p)” 인종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는 지점으로 “그는 나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 그것을 말하지도 못했다고.(343p)”이후 폭발 같은 각성과 가출은 ‘계획’을 발동시키는 시발점이 되고 순진함은 불타는 맹목에 기름을 붙는다.

 

 

비극의 와중에도 서트펜의 두 자녀에게 발견할 수 있는 아버지와는 다른 온기가 그나마 위안으로 남는다. 자기 방식의 속죄를 위해 스스로를 유폐시켰던 헨리와 충격과 절망에도 손을 내밀고 챙겼던 주디스의 마지막 시간들도 여운이 남는다.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누가 압살롬인가?”, 또는 “왜 압살롬인가?”였다. 다윗과 압살롬을 서트펜과 찰스 본에 대입할 수는 절대로 없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름을 기다렸던, 이름이 불리워지기만을 바랬던, 인정받지 못해 괴로워했고 결국 다윗을 대적했던 압살롬은 일정 시기 또는 찰스 본 전 생애를 통한 정서의 간절함에서 겹쳐보인다.

 

 

오만가지를 다 갖다 붙이는 듯한, 그 지리멸렬 중에도 톡 쏘는 액센트를 발산하는 만연체의 복문들, 안은 문장과 안긴 문장, 종속절의 릴레이, 부연에 부연을 쌓는 문장이 해설에서도 말했듯이 도스토예프스키를 떠오르게 했다. 긴 근거제시, 이유 설명과 설득 후에 단문으로 앞의 내용을 부정하고, 번복하는 이유를 다시 제시하기 시작하는 패턴의 문장들-그는 미친 사람이었어(242p)~ ,그래, 그는 결코 미친 사람은 아니었어.(243p)/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그러나 나는 그를 용서했어.(249p) 등-,도 독특하고 265p중반부터 270p까지의 끊어지지 않는 한 문장은 “백년의 고독”의 잊지못할 장문이 연상된다.

 

 

대화의 질문 또는 시간적 배경을 기점으로 영화 장면 전환처럼 그 당시 상황으로 이동해버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문장들도 즐비하다. 표현의 탁월함을 놀라움으로 지켜보게 만든다. “그녀는 하나의 변신-결혼 생활의 파탄 아니면 간통-에서 다음으로,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 축적된 먼지 같은 세월과 나라는 거창한 자아를 짊어지고 옮겨 가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 누에고치에서 나온 나방처럼 과거를 일절 현재에 들여 놓지 않고 현재를 일절 뒤에 남기지 않은 채 하나의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변화하여 가는, 만개한 장미나 목련이 금년 6월에서 내년 6월로 말없이 옮겨 가는 것처럼 완전한 모양으로 양순하게, 아무런 뼈대도, 실체도, 어떤 죽은 순수한 혼이 없는 풍성한 껍데기 먼지도, 아무것도 태양과 땅 사이 어느 곳에도 남기지 않고 다음 모습으로 변신하는 그런 여자였어.(287p)”처럼.

 

 

같은 장면이 다시 그려질 때마다 중요한 요소, 결정적 단서가 돌연 추가되어 인물의 감정에 확 공감하며 빨려들게 되는데 찰스 본의 주검 앞에서 주디스는 왜 눈물 한 방울 조차 흘리지 않았을까의 의문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비로소 풀리는 점도 그렇다. 그때까지 짐작했던 나름의 추측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으며 이후 주디스의 행동, 그녀가 살아낸 삶과 맞이한 죽음까지도 파노라마처럼 재생케 한다.

 

 

“압살롬, 압살롬!”은 눈에 비치는 활자를 읽어나가는 책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숙고해야 하는, 정지에 정지를 거듭해야 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남북전쟁 이후의 남부, 흑백 인종 차별과 계급질서 문제, 만연한 남녀차별 등의 배경읽기도 필요하다. 여러 목소리를 가져와 인간의 다양한 선택과 배척, 그로 인한 책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반면교사적 울림도 주는 다층적인 작품이라 생각된다. 초독의 아쉬운 점은 주 화자인 퀜틴 컴프슨을 중심으로 하는 포크너 논문을 봤을때 퀜틴에 집중하지 못했던 점이다. 포크너의 첫 작품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을 읽어나갈 때, 또 언젠가 다시 압살롬을 읽는다면 전혀 새롭게 다가오고, 이 아쉬움 또한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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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만화 바이러스 세계사 - 모두가 쉽게 읽고 이해하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역사 3분 만화 세계사
사이레이 지음, 이서연 옮김 / 정민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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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레이의 3분 만화 바이러스 세계사(정민미디어/이서연 옮김)3분 만화 시리즈의 최근작으로 세계사에 이어 근래 가장 중요한 이슈인 팬데믹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이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주제로 인문학적 또는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심도있게 전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3분 만화 바이러스 세계사는 제목에서 보이듯이 짧고 명쾌하게 그러나 요점을 놓치지 않고 강조하는 형식이다. 주제를 만화로 전달하는 만큼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는데 오뚜기 같기도 한 단순화된 캐릭터는 자유자재로 활약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총 열 네편의 구성은 12가지의 전염병과 야생 동물과 전염병”, “코로나 19를 예방하는 법까지 두 편을 더해 핵심을 전달한다. 낯익은 질병들도 있고 이름은 익숙하지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과거의 전염병들도 만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여전히 강력한 흔적을 남긴 전염병들의 출현과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노력들, 오해와 희생, 남겨진 과제 등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완전 정복을 외친 질병도 있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기에 대유행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 잊을만 하면 뉴스 기사로 올라오는 조류 독감 등 우리의 과제는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는다. 특히 사스의 형제자매라 할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두려움과 고통을 안기는 현재 최대의 과제다. 코로나19의 증상 비교 표나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와 관련된 세분화된 정보들은 눈여겨 보았다. 캐릭터의 활용과 그림, 사진, 말주머니 등을 사용한 풍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정보제공이 이 책의 장점이다. 다시 한 번 읽으며 숙지할 생각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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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를 잡아라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로알드 달 원작 / 시공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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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를 잡아라(시공주니어)/페넬로프 바지외』는 어린 시절 작가가 탐독했던 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를 그래픽 노블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로알드 달 애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다. 2020년 영화로도 리메이크 된 “마녀를 잡아라”를 이번에는 굵직한 상들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페넬로프 바지외 버전으로 다시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 셈이다. 강렬한 푸른색 표지 속 마녀의 눈동자는 세 인물을 흡사 독안에 든 쥐를 향하듯 주시하고 있다. 앞 뒤의 보랏빛 면지는 단순화된 패턴처럼 반복되는 마녀들로 채워져있다. 시작되는 페이지는 헐리우드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려 새로운 이야기에 매력을 더한다.

 

 

퀸틴 블레이크의 멋들어진 삽화가 있었지만 그를 제외하면 로알드 달의 문장만으로 상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동화와 달리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맘놓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페넬로프 바지외 버전 “마녀를 잡아라”일 것이다. 일단 캐릭터들이 몹시 귀엽고 색감도 사랑스럽다. 가장 중요한 원작과의 차이라면 부모님에게도 살뜰히 보호받지 못하고, 주인공 소년보다 먼저 쥐로 변했던 식탐 많은 친구 브루노 젠킨즈가 전혀 다른 캐릭터의 여자 아이로 대체된 점이다. 생쥐로 변했을 때조차 예쁜 파란 눈을 가진, 지혜로운 조력자이자 “자, 자, 힘내자.(170p)”, “너의 감정을 외면하지 마. 겁이 나니? 막 화나고 그래? 네가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해 봐.(171p)”라고 침착하게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친구라 모험은 더 흥미진진해진다.

 

 

“사람들은 순종적이지 않은 나이 든 여자들을 경계하고, 무슨 불길한 힘이 있을 거라고 여겨 버렸어.(38p)” 역사 속 마녀 재판과 관련된 부조리를 짚어주는 지점은 원작에서 추가된 의미있는 장면이다. 마녀 구별법을 도식화해서 보여주거나 시간 지연 효과를 노린 생쥐 만들기 방법인 제조법 86호 요약 페이지, 할머니가 어린시절 친구를 잃었던 회상 장면도 차별화된 표현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용감함은 기본, 쿨하고 으레 연상되는 할머니 답지 않은 할머니는 화려한 악세서리와 패션으로도 분위기를 전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탱고 춤을 출 만한곳···? 할머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실 거예요?(근데 거기가 어디죠?)” “언젠가는 가겠지! 할미의 앞날은 창창하니까 말이다. 콜록콜록(61p)” 신문을 스크랩하며 건네는 86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답변이 머뭇거림이라고는 없듯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할머니와 친구, 두 여성의 공조는 직면한 불행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띈다. 주어진 삶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와 자세에서 작가의 전작인 “걸크러시;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문학동네)”의 연장선으로도 읽힌다. 원작의 주요 서사를 거의 대부분 유지해서 더 마음에 들고, 할머니와 단 둘이 전 세계 마녀 소탕을 위해 출발하던 원작의 마무리보다 밝은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부분 또한 멋지다. 어쩌면 후속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상상은 계속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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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괴물 - 재활용 맛있는 그림책 2
에밀리 S. 스미스 지음, 하이디 쿠퍼 스미스 그림, 명혜권 옮김 / 맛있는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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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S. 스미스의 쓰레기 괴물(맛있는책/하이디 쿠퍼 스미스 그림)은 강렬한 표지가 순식간에 시선을 빼앗습니다. 결코 한 번 보고 바로 다음 장으로 넘길 수 없는 표지에 머무르며 괴물의 정체를 파악하느라 목소리를 높일 수 있습니다. “괴물의 콧수염은 자전거 핸들이야!”라고요. 한계에 도달해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로 쉽게 선택하고 읽어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형태의 책으로 나오고 있지요. 두 명의 스미스가 글과 그림으로 건네는 쓰레기 괴물은 무엇을 말해줄지 기대하며 넘긴 면지에는 알록 달록 찌그러진 캔부터 비닐 봉지까지 흩어져 민트색 바닷속을 떠다닙니다. 자세히 보면 표지의 무시무시한 괴물을 따로 풀어 헤쳐 놓은 모습이군요!

 

쓰레기 괴물은 바다 불청객’, ‘골칫덩이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바다에 버려지거나 흘러들어온 쓰레기들이 모여 커다란 덩어리를 이룰 때 인간에게도 그렇지만 가장 먼저 바다 생물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됩니다. 나는 황새치보다 날렵하고, 조개보다 단단해.(책 속에서)”를 비롯해 쓰레기 괴물이 어류에 빗대어 특징을 나열하는 부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더 두렵게 느껴집니다. 의인화된 쓰레기와 바다 생물들이 여는 파티에서도 물고기들이 당하는 고통이 연일 접하는 뉴스 등 미디어 소식과 중첩되며 현실적으로 다가오네요.

 

하지만 암전같은 페이지 전환 이후 분위기는 확 바뀝니다. 분리수거와 재활용 등 일상에서 실천하는 행동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이때 쓰레기 괴물은 더 이상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환경오염과 쓰레기의 순환, 노력해야 할 일들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쓰레기 괴물은 명료한 글과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의 조화로 깊은 인상을 전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뒷면지를 앞면지처럼 양면으로 활용했다면 비교해서 차이를 볼 때 어린이 친구들과 더 효과적었을 텐데 하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작가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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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를 잡아라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
로알드 달 지음, 지혜연 옮김, 퀜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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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시공주니어/퀸틴 블레이크 그림/1983)』는 아동문학에 자주 출연하는 마녀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으로 제목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작가도 작품도 인기가 많아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듣는 로알드 달은 독특한 그만의 세계를 구현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등 책보다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 작품들을 비롯해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을 각인시키킨다. “마녀를 잡아라”도 역시 퀸틴 블레이크와의 작업으로 ‘로알드 달’표 동화에 인장 역할을 한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존 테니얼의 삽화를 만났을 때 가장 완벽하듯이 퀸틴 블레이크의 삽화는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동화책에 나오는 마녀들은 언제나 우스꽝스러운 검은색 모자에 검은 망토를 두르고는 빗자루를 타고 다닌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다. 이것은 진짜 마녀에 관한 실화이다.(9p)” 진짜 마녀에 대한 정보를 진지하게 전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주인공은 부모님과 할머니의 고향인 노르웨이에서 지내며 본격적으로 ‘마녀’, ‘사실에 기초한 마녀의 역사’를 접한다. 여섯 가지 마녀 구별법을 익히고 각오를 다지지만 우연히 마녀들의 정기총회 자리에 숨어있다 발각되어 돌연 생쥐로 변하고 만다.

 

 

변했으면 돌아오는 것이 동화의 규칙 또는 묵언의 약속이라 생각했지만 혼자만의 착각인 듯 종결되는 마무리, 반전이 없다는 반전에 멍한 순간이 잠시 지속되었다. 그리고는 자꾸 왜 그랬을까, 작가는 왜 그랬을까, 숨은 ‘고귀한’ 의도, 내가 여전히 깨우치지 못한 의도는 무엇일까, 대체 어쩌란 말인가 등의 혼잣말을 중얼댔다. “한 가지 여쭤 봐도 돼요, 할머니?”(중략) “생쥐는 얼마나 오래 살까요?”(중략) “아, 그렇지 않아도 네가 언제나 그 이야기를 꺼내나 기다리고 있었단다.(260p)” 두 주인공의 침착하고 의연한 대화를 어른 독자인 내가 전전긍긍 쩔쩔 매며 따라가고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리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깨지고 생쥐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의 씩씩한 주인공은 박수받을 만하다. “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가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264p)”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마녀가 데려간 아이들의 이야기는 책 속의 책처럼 몰입된다. 무시무시한 내용을 주저라곤 없이 쿨하게 전하는 할머니는 의아하면서도 유쾌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수용하는 등 지혜로운 면모가 인상깊다. ‘맛있었니?’, ‘더 먹고 싶으냐?(132p)’하며 마녀가 주인공의 친구 브루노 젠킨즈를 유혹하는 부분은 “사자와 마녀와 옷장(C.S.루이스)”의 겨울 마녀가 터키 잴리로 에드먼드를 유인하던 장면을 오마주한 듯 연상되어 즐거웠다. 브루노가 시시각각으로 작아지던 장면(140p)은 아이에서 작은 쥐까지 책의 양 면을 활용해 우하향 대각선으로 그려내 시각적 효과를 만끽할 수 있었다. 빼어난 묘사와 멈추고 생각하게 되는 문장들을 읽으며 또 한 편의 소중한 로알드 달을 간직한다.

 

 

마지막은 “자, 출발!”이라는 희망적 장으로 마무리된다. 할머니와 손자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구원의 영역을 확대할 때 걸림돌이라고는 없다. 대수롭지 않은 세부사항으로 치부하자 걸림돌은 디딤돌로 변하기 때문이다. 여왕마녀를 소탕함으로 모든 어린이들에게 닥칠 위험의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새롭게 시작할 때 독자의 마음도 두근거린다. 재미와 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동화를 영화로 또 그래픽 노블로 다시 볼 수 있다니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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