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를 잡아라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로알드 달 원작 / 시공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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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를 잡아라(시공주니어)/페넬로프 바지외』는 어린 시절 작가가 탐독했던 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를 그래픽 노블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로알드 달 애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다. 2020년 영화로도 리메이크 된 “마녀를 잡아라”를 이번에는 굵직한 상들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페넬로프 바지외 버전으로 다시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 셈이다. 강렬한 푸른색 표지 속 마녀의 눈동자는 세 인물을 흡사 독안에 든 쥐를 향하듯 주시하고 있다. 앞 뒤의 보랏빛 면지는 단순화된 패턴처럼 반복되는 마녀들로 채워져있다. 시작되는 페이지는 헐리우드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려 새로운 이야기에 매력을 더한다.

 

 

퀸틴 블레이크의 멋들어진 삽화가 있었지만 그를 제외하면 로알드 달의 문장만으로 상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동화와 달리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맘놓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페넬로프 바지외 버전 “마녀를 잡아라”일 것이다. 일단 캐릭터들이 몹시 귀엽고 색감도 사랑스럽다. 가장 중요한 원작과의 차이라면 부모님에게도 살뜰히 보호받지 못하고, 주인공 소년보다 먼저 쥐로 변했던 식탐 많은 친구 브루노 젠킨즈가 전혀 다른 캐릭터의 여자 아이로 대체된 점이다. 생쥐로 변했을 때조차 예쁜 파란 눈을 가진, 지혜로운 조력자이자 “자, 자, 힘내자.(170p)”, “너의 감정을 외면하지 마. 겁이 나니? 막 화나고 그래? 네가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해 봐.(171p)”라고 침착하게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친구라 모험은 더 흥미진진해진다.

 

 

“사람들은 순종적이지 않은 나이 든 여자들을 경계하고, 무슨 불길한 힘이 있을 거라고 여겨 버렸어.(38p)” 역사 속 마녀 재판과 관련된 부조리를 짚어주는 지점은 원작에서 추가된 의미있는 장면이다. 마녀 구별법을 도식화해서 보여주거나 시간 지연 효과를 노린 생쥐 만들기 방법인 제조법 86호 요약 페이지, 할머니가 어린시절 친구를 잃었던 회상 장면도 차별화된 표현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용감함은 기본, 쿨하고 으레 연상되는 할머니 답지 않은 할머니는 화려한 악세서리와 패션으로도 분위기를 전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탱고 춤을 출 만한곳···? 할머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실 거예요?(근데 거기가 어디죠?)” “언젠가는 가겠지! 할미의 앞날은 창창하니까 말이다. 콜록콜록(61p)” 신문을 스크랩하며 건네는 86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답변이 머뭇거림이라고는 없듯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할머니와 친구, 두 여성의 공조는 직면한 불행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띈다. 주어진 삶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와 자세에서 작가의 전작인 “걸크러시;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문학동네)”의 연장선으로도 읽힌다. 원작의 주요 서사를 거의 대부분 유지해서 더 마음에 들고, 할머니와 단 둘이 전 세계 마녀 소탕을 위해 출발하던 원작의 마무리보다 밝은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부분 또한 멋지다. 어쩌면 후속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상상은 계속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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