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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먹는 날 ㅣ 크레용하우스 동시집 7
송명원 지음, 김도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산골 마을 작은 분교에는 어떤 아이들이 있을까, 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하다면 동시집 ‘짜장면 먹는 날’을 읽어보면 될 것이다. 교사이기도 한 시인은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을 맑게 그려 보인다. 아이들은 물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박한 삶도 정겹게 노래한다.
1부의 동시들은 엄마, 아빠를 할머니를 떠오르게 한다.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사과, 큼직하고 동그란 사과, 달콤하고 예쁘게 생긴 사과 모두 자식들의 차지다. 멀리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고 ‘태풍에 상처 나고 썩은 사과는 할머니 집 부엌 냉장고에(’사과‘ 중에서)’남는다. 좋은 것 아낌없이 나눠주시고 흠있는 것만 남기시는 부모님의 마음이 짠하다. 얼마 있으면 추석인데 ‘택배’는 안타까운 여운이 길다. ‘추석이 지나도록/ 기다리던 아들 손자는 오지 않고/ 택배 아저씨만 들락날락합니다.’ 한 번이라도 더 찾아 뵈어야지 싶다.
‘우리집’에서는 ‘학교 올 때 다섯 걸음/ 집에 갈 때 다섯 걸음’이라는 아이의 소개가 부럽다. 마당에서 빨래 너시는 엄마도 보이니 종일 든든할 것이다. ‘전학 간 친구’는 많은 것을 함께 나눴던 단짝 친구가 전학을 간 후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오롯이 전해진다. ‘비야, 내려라!’는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종류의 비를 빗방울 내리듯 위에서 아래로 적고 오른편에는 쓰고 소비하는 ‘비’를 아래에서 위로 써나간다. 자유롭고 신선한 형식으로 담고 있는 의미를 배가시켜준다. 주유비, 학원비, 도서비....모두 오르는 현실의 갑갑함을 한 번 웃음으로 해소해본다.
중학생이 된 딸아이에게 어느 동시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물어봤다. 두 편을 선택한다. ‘급식검사’는 아기 돼지를 생각만 해도 귀여워서, ‘쏘는 날’은 먹을 것이 많이 나오고 유쾌한 분위기가 좋다고 말한다. 동시를 읽다보면 장면 장면이 선하게 그려진다. 안타깝고 안스러운 이야기도 있지만 정겹고 따스한 이야기, 순수한 아이 눈동자같은 이야기들이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듯하다. 흘러 지나쳤을 순간들을 이렇게 예쁜 동시로 기록해준 시인에게 감사한 마음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