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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구경 ㅣ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18
안선모 지음, 강경수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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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입에서 불을 뿜으며 싸우고 있는 사람들. 표지의 그림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의 두 아이들이 이 싸움을 구경하고 있는 듯하다. ‘싸움 구경’은 주변에서 익숙하게 경험하곤 하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고 있어 단숨에 몰입해 읽어나가게 된다.
새로 이사온 시우에게 유민이는 소중한 단짝 친구다.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게 되었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시우의 엄마도 외아들인 시우가 잘 자라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불량’장난감은 안된다. 친구에 대한 가이드도 있다. ‘모범’친구가 곁에 있기를 바란다.
거절당할 게 뻔해서 이제 시우는 엄마가 사 주는 것만 먹고, 엄마가 사 주는 장난감만 갖고 놉니다. 하지만 친구는 다릅니다. 친구는 시우 마음대로 사귀고 싶습니다.(14쪽) 유민이는 시우가 가지지 못한 면들을 지닌 친구다. 어른들이나 반 친구들에게는 장난꾸러기 또는 말썽쟁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우는 친구의 좋은 면들을 발견할 줄 안다.
어느 날 두 친구는 장풍놀이를 하다가 잘못해서 시우의 얼굴이 심하게 멍들고 만다. 시우의 실수였지만 상황은 유민이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몰린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들 사이에 싸움이 시작된다. 바로 표지의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1차전은 전화 통화 전, 2차전은 문자 전으로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에 아이들의 어려운 마음을 엿보게 된다.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말펀치’를 날리게 된다.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사건을 점점 크게 만든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서 오해가 불러온 어른들의 다툼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게 될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된다.
강경수 작가 특유의 생생하고 재미있는 삽화를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생활 주변의 현실적인 대상에 흥미를 보이는 초등 저학년 아동이 읽기에 좋은 동화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필요할 책이다. 책을 읽은 후에 친구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나의 경험도 비추어 이야기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