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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 - 단숨에 술술 읽는
드니 랭동.가브리엘 라부아 지음, 손윤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2년 12월
평점 :
드니 랭동과 가브리엘 라부아의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손윤지 옮김,BH(balance harmony),2022)』는 그리스 신화 덕후들을 또 한 번 유혹할 만한 책이다. <소설로 읽는 소크라테스와 아테네>,<소설로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등 역사와 철학 관련 저작을 출간했던 드니 랭동이 이번에는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로 독자를 만난다. “단숨에 술술 읽는”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형식은 산뜻한 그래픽 노블이며 이 작업에 룰루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프랑스의 만평가이자 카투니스트 가브리엘 라부아가 힘을 보탠다. 그는 드니 랭동의 저서 『신들은 신난다』를 각색해 현대의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신들의 특징을 정리해 주는데 잘 안다고 여겼던 게 착각이었을까, 또 한 번의 지루한 반복일지 모른다는 우려는 이내 떨치고 호기심만 장착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요점만 정확히 담아낸다. 속도감 있는 전개가 페이지 터너 역할을 하며 시선을 붙잡는다. 티탄족과 기간테스족의 충돌부터 크로노스, 제우스를 비롯한 유명한 신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제우스, 권력을 가지다”부터 “아테네의 창설”까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몇 개의 소제목을 포함하고 소제목별로 1~4면을 할애해 상황과 분위기, 사건과 인과관계를 정리한다. 최초의 인간 여자 판도라가 가진 단 하나의 결함인 호기심은 결국 금지된 상자를 열게 만든다. 작가는 프로메테우스가 숨겨둔 유일한 해독제 “희망”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은 인간이 살면서 겪을 모든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해독제로, 모든 질병에 대한 보편적인 치료제이자 온갖 괴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 위안”(p.42)이라고. 지혜의 여신 아테나 편에서는 “숨기지 않겠다. 아테나는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여신이며, 그녀는 제우스가 가장 사랑하던 딸이기도 했다.”(p.108)고 애정을 드러낸다.
책은 서구문화의 기원이면서 철학과 예술 등 분야를 넘나들며 영향을 끼쳐온 그리스 신화를 재 소개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학습용 시리즈물부터 테마별로 묶은 이윤기의 저서를 비롯해 근래까지도 지속적으로 출간되어 선택지가 상당하다. 그 폭이 넓어 오히려 적절한 결정을 지연시키는 수도 있겠다.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세련되고 때론 유머러스한 그림은 등장인물의 성격적 특징도 반영한다. 경쾌한 문체는 비극의 색조는 낮추나 어리석음이나 실패는 간과하지 않는 거울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일러스트와 텍스트가 서로를 보완하고 강조하는 그래픽 노블이 지닌 직관적 아름다움이 즐거운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결국 행간과 여백에 숨은 서사를 한껏 캐내고 싶도록 동기부여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는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 신화의 매력을 일깨울 책이며 본격적인 완역 읽기에 앞선 가이드북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어쩌면 다양한 버전의 그리스 로마 신화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사 도서제공/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