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의 생명 공부 -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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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는 출판사와 신뢰하는 저자가 만난 책이 나왔다.
당연히 그 책을 읽어야만 했다.
송기원 교수의 생명공부다.
이 책은 저자의 생명(2014년 출간)의 개정 증보판이다. 10년의 시간동안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고 생명과학은 점점 빠르게 정보 과학으로 변화하면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고 있다.
나 역시 저자처럼 생명과학이 이제 그만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가끔은 나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명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삶의 자리에서 생명을 살린다는 실용적이며 간절한 소망들이 발전 속도를 가속화 시킬 것이며 무엇보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연구는 진행될 것이다.
17개의 질문을 통해 현재 생명과학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이 책은 저자가 문과 출신 학생들을 위한 과학 교양수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만든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망하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ㅡ 지구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움직이는 논리가 같고, 인간이 지구의 생물 중 중 단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p10

생명과학에 대한 17가지 질문들로 이루어진 책의 첫 번째 질문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다.
마치 아름다운 수필처럼 쓰인 1장에서 저자는 생명체와 무생물체의 차이점을 확실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고백을 한다.
더불어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을 인용하며 인간의 유한성, 불완전성이 인간이 생명체라는 증거라는 점도 이야기한다.
흔히 여러 다른 책들은 일반적으로 생장과 생식, 자극과 반응, 물질대사를 생명체의 기본 특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대부분의 지점들에선 동의하지만 모호한 경계가 많다는 생각은 했다.
불완전성, 유한성 그리고 비가역성을 인간이라고 한다고 훗날 기계도 대체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비가역성을 생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실제로 타임지는 2045년이 되면 로봇과 결합하여 노화를 극복해낸 신인류 호모에볼루티스가 등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생명의 정의는 더욱 모호해 질 것 같다.
2장에선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를 화두로 꺼내며 내가 가장 존경하는 다윈을 이야기한다.
먼 옛날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생명체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자연발생설을 경험적으로 믿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파스퇴르에 의해 생명은 생명체에서 나온다는 생물속생설 (바이오 제네시스 biogenesis) 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다윈의 통찰 덕분에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하며 화학적 반응으로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ㅡ 다윈으로부터 시작되어 오파린과 홀데인에게 계승된 생명체가 원시 지구에서 수프 상태로 다량 존재하던 유기물로부터 유래했다는 설명의 기원에 대한 가설은 1950년대 초 시타고 대학교 박사 과정 학생이던 스탠리 밀러에 의해 증명되었다.
p44
다윈의 진화론은 분자유전학을 만나 더 빛을 발했다. 하나의 생명에서 시작했다는 다윈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ㅡ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효모부터 인간까지 다양한 생물이 많은 유전 정보를 공유하며 인간과 침핸지는 유전정보가 98퍼센트 동일함이 밝혀졌다. 단순히 유전 정보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동일한 논리로 생명을 유지한다. p51
[ 다윈의 위대한 점은 인간이 특별한 생명체가 아니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공유한 논리인 진화에 의해 지구에 출현한 여러 생물 중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인식 전환의 틀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 -p50
다윈의 팬이라서 2장에서 언급된 다윈의 이야기들은 더없이 뿌듯했다.
생명체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3장에서는 <생체는 고분자 화합물(유기화합물)의 집합체>라고 명명하며 이름들이 익숙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과 핵산(DNA & RNA을 설명한다.
이 책에는 꽤 많은 시가 소개되는데, 3장 마지막의 김지하 시인의 <새봄 8> 이란 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인의 노년이 내 기준에서 많이 실망스러웠는데 이 시를 쓴 시인 김지하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생명의 기능단위는 무엇인가란 제목의 4장은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한다. 매우 교과서적인데 대학원 수료로 배움을 마친 나와 다르게 계속 학문의 길을 걷는 저자가 나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저자는 세포 내부의 DNA를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노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들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똑같은 장면을 관찰할 때 별 느낌이 없었다.
학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저자의 모습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5장의 제목은 생명의 정보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제목이다.
DNA의 발견과 우리 몸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하는지를 설명한다. 아무래도 이 5장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후생유전학에 대한 설명이었다.
인간에 대해 본성과 양육환경 중 어떤 것이 중요하느냐고 할 때 아무래도 유전자의 힘이 더 강력하다는 생각은 한다. 그러나 유전자가 환경에 반응하는 경험에 의해 나타나는 형질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후생유전학은 환경의 영향으로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며 다음 세대로까지 넘어가는 것을 연구하는 분야다.
DNA는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일종의 패키지인데 그 패키지를 살짝 조절하거나 DNA 자체는 변화시키지 않고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은 세포 내 패킹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한다.(121) 이 후생유전학에 의해 시스템 생물학이란 분야가 새롭게 생겼다고 한다. 시스템 생물학이란 생명체를 단순한 유전자 발현의 합이 아닌 유전자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유지되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설명하는 분야다.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과 경험 그리고 내 삶의 방식이 내 DNA 패킹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조금은 버겁게 다가왔다.
6장은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DNA 시퀀싱 기술과 DNA의 원하는 부분을 복제 증폭시킬 수 있는 중합 효소연쇄반응인 PCR 등에 대해 서술한다.

6장과 인간에 의한 생명의 변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의 7장 그리고 생명체의 교정과 편집에 경계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8장은 내용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일단 생명체 각각이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 전체를 '유전체 genom'라고 부른다.
앞서 말한 시퀀싱과 PCR 기술에 유전자가 이 기술이 더해져서 맞춤아기 탄생이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의 원하는 부분을 자를 수 있는 물질이다. 1970년대부터 사용해왔지만 정교함이 부족했다. 그러나 2013년 꿈의 기술인 크리스퍼 ( CRISPER-Cas9 )가 인간의 손에 들어왔다.
*콜라과학쌤 설명 _ 자연계에 존재하는 제한효소들이 있다. 이들이 DNA를 자를 때 이용하는 물질인데 세균의 효소이며 과학자들은 수백 개의 제한 효소를 찾아냈다. 어떤 제한효소는 DNA의 특정 부위만을 자르는 성질을 가진다.
크리스퍼의 경우 DNA를 찾아내는 RNA와 제한효소 중의 하나인 Cas9을 결합하여 만든 것이다. 이전에 비해 단순한 구조이며 한 번에 여러 군데의 유전자를 손볼 수 있어서 연구 시간을 단축시켰다. 그러나 아직 오작동에 의한 보호장치가 없어서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편이다. 유전자 가위인 제한효소와 반대로 유전자를 붙이는 물질은 DNA 리가아제 ligase라고 부른다.
크리스퍼 기술 이후 2018년 인류 최초의 맞춤아기가 중국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p170)
이제 과거에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유전병들도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인간 수정란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윤리적인 반대와 실질적 필요성 사이에 있다.
사실 가계에 확실한 유전병이 존재한다면 인공수정으로 여러 개의 배아를 만들어서 미리 검사한 후 건강한 배아를 선별하고 있다. 유전자가위를 쓰지 않을 뿐이지 어느 정도 맞춤 아기들은 존재해왔다.
유전체 검사도 손쉬워져서 신생아의 피 한방울로도 유전체 정보를 읽어서 질병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영화 가타가의 장면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비용과 인력, 시간이 필요한 거대과학이 이제는 생명과학으로 옮겨오고 있다.
유전체 정보로 보험회사는 고객을 등급으로 나누거나 거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유전자 검사 결과로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한다.
더불어 유전공학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스템의 생명체를 만들고자 하는 합성생물학이 만들어졌다.
만들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명제 아래, 생명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보는 학문이다. 생명체를 제대로 이해함으로 다양한 의약품 생산과 질병치료, 에너지 생산과 환경 오염 물질 제거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현 시점에서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6~8장까지의 내용은 인간에 의한 생명 재생산을 이야기하는 11장의 복제와 내용이 연결된다.
복제한 나는 진정한 나인가 하는 존재론적 질문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저자는 블레이드 러너와 2001년의 영화 비밀 (에바 호프먼 원작)을 추천하는데 나는 최근 봉준호 감독이 선택했다는 미키7을 추천하고 싶다.


9장은 생명이 생명을 만드는 과정 즉 세포분열과 생식을 설명하고 10장은 생식의 결과로 만들어진 수정란의 발생과 분화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줄기세포 개념이 등장한다.
초기 수정란은 단 하나의 세포인데 전능성을 가진다. 즉 수정란이 인체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1개였던 수정란은 체세포분열을 하며 세포의 수가 2,4,8,16 하는 식으로 늘려가고 이 상태의 세포들이 배아줄기세포인 것이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세포이지만 난자 채취는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황우석사태 시절 고등학생에게까지 난자를 기증받으려고 하는 행태와 그 모습에 가만히 있던 여성계에 분노했노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분화된 배아는 12장의 노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알다시피 우리는 산소를 이용하며 살아간다. 산소라 인체 내의 세포로 들어가 세포호흡을 해서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노화물질인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노화시계인 텔로미어는 많이들 알고 있는 단어인데 책에는 GDF11이라는 단백질이 등장한다. 이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 노화가 진행된다고 알려져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미생물과 바이러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13장을 가장 재밌게 읽었다.

세균은 전제 지구 생물 무게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인간이 세균을 박멸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환상이다. 또한 미생물 덕분에 우리는 지구에서 편하게 살고 있다,
수업시간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다르니 감기걸리면 약국에서 항생제가 아닌 항바이러스제를 달라고 말하라고 가르친다.
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에 대한 설명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수수께끼 물질인것 같다.
14장은 자극과 반응을 이야기하면서 수능에서 준킬러 문제로 종종 나오는 인체의 신경전달 시스템이 소개된다.
재밌는 건 신경전달을 이야기하면 보톡스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사랑은 뇌에서 호르몬과 신경 전달 물질을 통해 조절되는 생화학 반응으로 설명된다고 저자는 말한다.(p309) 호르몬은 16장에서 자세하게 설명된다.
면역을 이야기하는 15장이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의 아와 비아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점이 신선했다.
진화과정에서 나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의 면역계가 되었다. 이 면역체계의 경우 매우 고마운 시스템이지만 동시에 장기이식 수술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앞의 11장에도 언급되었던 내용인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장기이식용 맞춤형 아이도 탄생하고 있다. 영화 아일랜드가 떠오른다. 영화나 문학이 보여주는 기술을 실제 과학이 따라가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놀랍고 오싹해지기도 한다.
17장에서는 생명과학의 윤리를 이야기한다.
정말 많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자칫 과학발전의 규제로 작용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회사에 의뢰하여 내 유전체를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방법, 약을 선택하는 건 물론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내 유전체 정보가 유출되거나 어딘가 나와 동일한 생명체를 복제할 수도 있는 세상에 산다는 건 너무나 무서울 것 같다. 영화 아일랜드처럼 노화와 죽음을 피하기 위해 복제된 나를 만들고 싶지도 않다.
인간의 불완전성에 좀 더 관대해지자는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는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란 생각은 한다.
은하철도 999와 같은 미래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일침은 누구나 기억해야 할 것 같다.
ㅡ 30여 년간 생명이 유지되는 논리를 공부해 오면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간은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중 단 한 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구의 다른 많은 생명체가 지구의 생명 순환에 나름의 공헌을 하는 데 비래 인간은 지구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에 철저히 기생하면서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지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눈앞의 여러 가지 욕망에 발목이 잡힌 인간은 생물계에서 기생체나 포식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잊고 지구에서 생명이 유지될 수 있는 핵심인 평화로운 순환구조를 망가뜨리고 있다. 실제로 생식 가능 연령의 2배 이상을 살며 끊임없이 자원을 소모하는 생물종은 인간 밖에 없다. p363


이 책은 친절하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백과사전처럼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대학 교양 수준에서 배울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다.
유발 하라리가 책 제목으로도 사용하며 언급했던 것처럼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데우스로 가고 있다.
합성 생물학과 같은 생명과학의 기술발전으로 모든 생로병사를 인간이 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구글 베이비는 낯설지 않으며 어느 시점에서는 진 리치(gene rich)가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생명의 논리를 알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런 시대적 흐름에 이 책의 등장은 참 귀하게 느껴진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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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식물학 잡학사전
다나카 오사무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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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외한도 단숨에 생활 속 식물학자로 만들어준다는 [똑똑한 식물학 잡학사전]은 식물의 전 생애에 걸친 여러 정보를 알려주는 제목 그대로의 잡학사전이다.
지금은 중고등학교의 과학 교과과정이 물리,화학, 인간의 유전과 호르몬 및 물질대사 과정들 그리고 천체 위주로 구성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에는 과학 교과서에선 물고기나 닭의 해부도가 있었고 식물의 수정과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현재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내가 대학교 1,2학년때 배웠던 내용들이 많이 눈에 뛴다.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고등학교 물리교과서에 실린 걸 처음 봤을 때의 가벼운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특수 상대성이론을 매우 단순화시켜서 문제를 만들어낸 교수님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바뀌었거나 학생들이 더 학구적이 된 것이 아니라 과학의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고 대학에서 새로운 과학을 배우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변화인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많은 내용은 9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에겐 익숙하고 어디서 본듯한 내용들이 많겠지만 9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에겐 새로운 내용들일 것이다.

가장 먼저 쌍떡잎과 외떡잎 식물의 차이를 보여준 책은 식물세포에 대한 설명한다.
식물의 잎 속에 엽록소라 불리는 클로로필이 있고 빛을 반사하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녹색으로 보이게 되는 과정 역시 군더더기 없이 설명한다.


이 책에서 재밌다고 느낀 건 에틸렌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은 답을 알고있다]는 사기이며 식물에게 욕을 하건 칭찬을 하건 의미없다는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다니는데 이 책에서도 그 내용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식물은 접촉 자극을 느끼면 몸에서 에딜렌이라는 기체가 발생한다. 에틸렌은 줄기가 길게 자라나지 못 하도록 억제하는 대신 몸을 통통하게 만든다. (p31)

즉 매일 만져주면 키는 작아도 색도 짙고 통통해져서 더 건강한 느낌을 풍기게 된다.
책은 이어서 이렇게 설명한다.
- 접촉자극으로 줄기가 짧고 튼튼하게 자라는 식물의 성질을 우리는 흔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즉 '상냥하게 말을 건네며 식물을 키우면 아름다운 꽃이 핀다'라고...식물은 상냥한 말을 들었기 때문에 특별히 예쁜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p32)

초반에 언급된 에틸렌은 후반에 다시 한번 언급된다.
알다시피 익지않은 초록색 바나나를 수확 후에이동하면서 숙성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물질이 에틸렌이다. 에틸렌은 '과일 성숙호르몬'으로 불린다.
(p133)


비슷하게 눈에 자주 들어온 이름이 지베렐린이다.
지베렐린은 에틸렌과 다르게 길쭉하게 크도록 유도한다.
과일의 경우 자신의 씨앗이 다른 동물이나 곤충의 몸으로 들어가야 이동과 수정이 쉽게 이뤄진다. 동
물과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과육이 풍부해지고 향을 만들거나 한다.
그런데 바나나나 거봉의 경우, 씨가 없는데도 과실이 크게 자라나는 '단위결과'가 일어난다. 단위결과가 일어나도록 하는 물질이 지베렐린이다.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색과 모양의 조화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꽃이 예뻐서 사진찍는게 아니라 사진으로 예쁘게 나올 것 같아서 꽃을 찍은 나같은 사람에게 점점 크고 화려한 방향으로 육종시키는 기술들이 감탄스럽기도 하다.

꽃에 대해서 설명할 일이 있으면 식물의 생식기라고 표현한다.
꽃은 씨앗을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부위다. 생식기를 감추는 인간과 다르게 식물은 벌과 나비 새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화려하고 아름답게 꽃을 진화시켰다. 광합성을 수행해야 하는 몸통 부위와 차별시키기 위해 독특한 색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색소들이 카로티노이드 (노랑이나 연핑크)나 안토시아닌 (폴리페놀의 일종,붉은 색이나 푸른색의 꽃)이다.
그런데 이 색소들은 자외선의 피해도 막아주고 있다.

ㅡ자외선은 식물과 인간의 몸에 닿았을 때 ' 활성산소'라는 물질을 발생시킨다...식물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역활을 하는 '항산화물질'을 몸에서 만든다...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이 있다. 바로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라는 꽃잎을 아름답고 예쁘게 장식하는 색소다. (p108)

이런 이유로 온실에서 재배된 꽃보다 노지에서 자란 꽃들이 색이 더 화려하다.

식물은 씨앗보다 식물이 먼저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히는 이 책은 92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떤 내용도 2페이지를 초과하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없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싶어하는 목적에 충실한 책이었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솔직하게 적은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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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식물학자 #재미있고_똑똑한_식물이야기 #컬쳐블룸리뷰단
#메이저는식물이었지만_식집사는_결코_될수없는 #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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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 근현대 편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이즐라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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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작 전 상식 퀴즈부터 내고 싶다.
다음의 유명한 말들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다들 아는지 궁금하다.
1.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선 침묵해야 한다.
2. 배부른 바보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게 낫다.
3.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

고백하자면 나는 정말로 지적 허영심이 강하다.
많이 알고 싶고 많이 아는 척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참 맘에 들었고 세상에서 가장 있어 보이지만 가장 무용한 학문이라 철학을 좋아한다는 지은이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펼치면 서양 근대 철학자들의 연표가 나오고 간단한 소개와 목차가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자크 데리다라는 철학자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서양철학자만을 다룬 책이다.
그래서 책의 초반에는 영국 중심의 경험주의 철학자 3인방( 존 로크, 데이비드 흄, 조지 버클리) 과 대륙의 합리주의 철학자 3인방(데카르트, 스피노자 , 라이프니츠 )들이 서로 비교되며 소개된다.
미적분을 만들어내서 뉴턴과 경쟁하다가 뒤통수 맞은 라이프니츠가 낙관주의적인 철학가도 겸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후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파로 역시 3명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렇게 큰 흐름과 별도로 여러 철학자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철학과 무관한 전공을 했고 만화의 형태라지만 작가의 지식과 가끔씩 나오는 자기고백들이 감탄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때때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전까지 나는 내 종교관이 무신론에 가까운 불가지론자였다고 생각해왔었다. 내 종교관에서의 신은 인격신의 개념이었는데 스피노자와 볼테르 편을 읽으며 내 종교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가가 가장 좋아한다는 스피노자 챕터를 읽으며 나 역시 작가처럼 스피노자가 좋아졌다.)

자유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스피노자는 유일신이나 인격신의 개념이 아닌 "의도없이 존재하는 거대하고 무한한 실체로 세계나 우주, 자연 그 자체가 신"이라고 믿는 범신론자였다. 그러면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신에 대한 아는 것 즉 지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은 매우 감성적이면서도 매우 이성적이라고 느껴졌다. 수줍은 렌즈 세공인이었다는 작가의 스피노자 소개도 참 맘에 들었다.
평소 만일 신이 있다면 힉스까지만 만들고 딴짓했을 거라고 말하던 사람이 나였다. 그런데 볼테르의 아신론에 대해 읽으니 평소 내 말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한나 아렌트의 스승이지만 나치에 부역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스토리만 알던 하이데거의 철학은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의식할 수록 삶의 소중함을 지각한다고 주장한 하이데거는 인간은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하기에 인간이 곧 시간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책들 중 유일하게 원본으로 제대로 읽은 책이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이었다. 그 때도 지금도 선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악을 제거하기 투쟁해야하며 실수를 통해 배워나간다는 포퍼의 이론은 다시 읽어도 설득력이 강했다.

사르트르편에서 작가는 한 시대의 유행은 그 시대의 결핍을 보여주고 누군가의 본질이 궁금하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한 사람의 욕망에 그 사람이 실존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의 욕망을 스스로 들여다보니 나의 실존은 너무나 세속적이고 소박하단 생각이 들었다.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세상에 대한 감수성이란 작가의 표현에 매우 많이 동의한다. 입에 쉽게 부정적이며 상스러운 표현을 올리는 사람들, 특히 지하철같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는 할아버지들을 보면 인류애가 바사삭 부서지는 느낌이다. 말과 글에서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 사람들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이 책은 17세기 데카르트로 시작한다. 보통 철학공부를 한다하면 탈레스로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서양 철학사 책을 들고 탈레스로 출발해서 여러 낯선 이름을 꾸역꾸역 뚫고 지나가며 1권이 끝나고 더불어 철학 공부도 끝나곤 했었다. 평소 이름과 주요 주장들만 조금 알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현대의 철학가들에 대한 지식이 한 스푼씩은 더 한 것 같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 했던 질문들의 답은 이렇다,
1번은 비트겐슈타인.
2번은 존 스튜어트 밀
3번은 칸트다.

전부 맞췄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말을 이 사람이 했구나하면서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지식이 늘어나며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제목에서 한 약속을 잘 지키는 책이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ㅡ


#지적허영을위한퇴근길철학툰_근현대편 #이즐라 #넥서스
#철학자21린이들려주는재미있는일상속_철학이야기
#21명보다_많은 수의 철학자가_언급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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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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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생각법 - 생각의 지름길을 찾아내는 기술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 북라이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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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주식, 코인, 부동산 등을 공부한다.
그런데 이런 공부는 어렵다. 그리고 경기의 흐름을 읽기도 힘들다.
이러한 시기 시장에서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이 있다. 펀드의 경우, 소개 자료에서 수학전공자의 수를 세보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펀드 뒤에는 수학 박사 학위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믿기지 않는 얘기 같을 수 있다. 그러나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수학자들의 수요가 높다. 카지노에서 승률과 이익을 높이기 위해 수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수학이란 학문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대학만 입학하면 어디에 써먹어?라고 툴툴거리는 과목이 아닌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목이라는 것이 실감된다.
수학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 마커스 드사토이가 지은 [수학자의 생각법]이다.
저자는 인류가 지난 2,000년 동안 개발해 놓은 더 나은 사고방식으로 가는 지름길을 탐방하는 여행서라고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 " 수학은 배워서 어디다 써요?" 하는 오래된 질문에 훌륭한 답을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옥스포드 대학의 수학과 교수인 저자의 어릴 적 꿈은 스파이였단다.
전 세계의 동료 요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언어를 배우고자 노력했는데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능력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꿈이 사라지고 허탈함에 빠져있을 때 베일슨 선생님이 주신 <수학의 언어>라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책 덕분에 수학도 하나의 언어라는 것을 이해하고 주변 세계를 묘사하는데 수학이 얼마나 강력한 언어인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ㅡ <수학의 언어>는 수학이 단순히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많은 다양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또한 수학은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변환하는 사전을 만들어 보이지 않던 지름길을 다른 언어를 통해 나타나게 하는 데 매우 뛰어나단 점도 깨닫게 했다. 수학의 역사는 이런 찬란한 순간들로 점철되어 있다. p125 ㅡ
수학을 이야기하는 책이라서 내용이 무척 어렵고 접근하기 힘들 것 같다는 이미지를 주는 책이다. 물론 이게 무슨 말이야? 싶어지는 내용 설명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책에서 이야기하는 예시와 내용 설명들은 유명한 일화들이 많아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지수함수적 증가를 이용하여 뱀파이어가 존재할 수 없는 이유나, 게으름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설명 등의 이야기들은 정말 흥미로웠다. 19세기 말 수학자들의 연구를 통하여 (p141) 인간이 그릴 수 있는 대칭적 형태의 디자인은 17개뿐이라는 걸 밝혀냈다는 등의 정보도 유익했다. 왜 사람은 큰 도시에 사는 게 유리한지 실생활에 과연 쓰일까 싶었던 복소수가 우리의 해외여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수학의 언어라고 하면 쉽게 통계나 함수, 방정식들은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다이어그램도 매우 효율적인 수학적 언어란 걸 나만 몰랐나 싶었다. 다이어그램을 이용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끌어낼 수 있음(p218)을 이 책으로 이해되었다, 나이팅게일은 장미도표라는 다이어그램으로 동부지역 군인사망수를 알림으로 병원 내 위생 개선을 할 수 있었고 코페르니쿠스도 태양계 다이어그램으로 지구중심설에 한방을 날렸다.
이 다이어그램을 지름길로 쓰는 완벽한 예가 지도인데 런던 지하철 노선도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었다. 조앤 롤링은 덤블도어 교수의 왼쪽 무릎에 런던 지하철 노선도 모양의 흉터를 새겼다고 한다. 해리 포터의 번개 모양 흉터만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일타 수학 강사는 수학을 배움으로 논리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고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되어준다고 말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교육의 힘에 좌우된다는 수능이지만 수능 수학과 과학은 논리력과 사고력 없이는 풀 수 없으면 문제풀이는 그 사고력을 훈련시키는 과정이다. 암기만 해서 푸는 시험이 아니라 내신용으로 암기만으로 공부한 친구들이 무너지는 모습은 안타깝지만 사고력 훈련을 힘들어서 외면한 결과이기에 냉정한 이야기를 해줄 수밖에 없다. (보다 냉정한 이야기는 우진희에게 들을 수 있다. 올해는 유해지긴 하셨지만..)
수학자의 생각법을 배우고 기르는 것은 살아가는 데에 참 큰 힘이 되어준다.
나를 비롯하여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으로 수학적 사고법을 익혀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했으면 좋겠다.
ㅡ 수학은 무작위로 문제의 개별 경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 방식을 더 높은 수준의 사고로 대체하여 전체 구조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할 때 비로소 지름길이 나타난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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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무라카미 미쓰루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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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지 않고 챙겨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 [세계사를 바꾼...]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책이 새로 나오면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데 이번에는 맥주의 역사가 나왔다.
이 책은 꼭 읽어야 해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 밖에 없었다.

맥주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독일이다. 전체 14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그래서 초반은 독일의 역사와 독일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일 처음 종교개혁을 시작하는 루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종교개혁 이전까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로마제국의 영향으로 와인을 주로 마시는 문화였다. 루터의 등장과 종교개혁의 결과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종교전쟁인 30년 전쟁이 일어나고 독일은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더 이상 포도를 키울 수 없게된 땅에서 찾아낸 것이 맥주였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맥주의 역사는 와인만큼이나 길다.
성경의 창세기에 최초로 취한 인간 노아가 마신 건 와인이었지만 맥주 역시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나 이집트에서 매우 귀하게 여긴 음료였다.
이집트에선 맥주를 가벼운빵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맥주와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두 효모가 이용되기 때문인데 실제 중세의 수도원에는 제빵실과 맥주 양조실이 나란히 붙어있었다고 한다.
사실 누가 맥주를 발명했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고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한다. (p98)
효모를 이용한 이집트인과 달리 수메르인들은 자연발효법을 이용했고 모든 백성들은 맥주를 배급받았단다. 세금도 맥주도 내고 급여도 맥주로 지급된 사회였단다.
다시 한번 인류는 술과 마약을 얻기 위해 농경을 시작했다는 주장에 신뢰가 가는 대목이었다.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함무라비 왕의 바빌로니아가 수메르 지역을 통치하면서는 무려 스무 종류의 맥주를 양조했고 맥주 양조 기술자에게 지위가 높은 신관과 동등한 권리를 주었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함무라비 법전에 쓰여진 맥주에 관한 법률들이다. 함무라비 법전과 독일에서 가장 엄격한 형벌이라는 레겐스부르크 시의회의 형벌(p49)은 어쩐지 비슷하다고 여겨졌다.
예나 지금이나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나쁜 사람들은 존재했었는데 이런 나쁜 사람들에겐 레겐스부르크 시의회의 형벌같은 강력하고 치사한 형벌이 가해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사람이 먹는 음식이건 동물이 먹는 음식이던지 말이다.

로마인들은 전 유럽 (특히 영국)에 도로와 법률과 와인이라는 유산을 물려주었다. (고대 로마 도로의 총길이는 무려 40만 킬로미터 이상으로 미국 고속도로 총길이와 맞먹는다고 한다._P112)
와인이 귀한 술로 대접받는 동안 보리와 밀등으로 만든 맥주는 품위가 떨어지는 술 대접을 받게 된다. 로마제국 이후 교회가 사회의 중요한 세력이 되어가면서 교회와 수도원을 방문하는 민중들을 위해 음료로 에일이 제공되었다고 한다. 홍차와 커피가 등장하기 전까지 에일맥주는 빵과 함께 필수로 먹는 수프와 비슷한 위상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주기적으로 단식을 견뎌야 하는 수도사들은 액체는 음식의 대상이 아니기에 맥주양조에 공을 들인다.
초창기 맥주는 지금과 달리 기운이 나도록 해주는 영양식이었다. 그래서 초창기 맥주 양조기술은 매우 중요한 집안일이었고 초반 맥주양조기술은 여성의 몫이었다.
맥주 양조 기술자를 뜻하는 브루마스터brewmaster이전에 여성 맥주 양조 기술자인 브루스터brewster라는 단어가 먼저 존재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루터에게는 수녀출신의 아내가 있었는데 루터의 아내 역시 브루스터 출신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맥주에 들어가는 주된 원료는 홉.이다.
홉을 처음으로 맥주에 사용한 사람도 18세기 독일의 브루스터였다.

길고 긴 먁주의 역사에서 현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3가지라고 한다. (p341)
독일 뮌헨의 린데가 발명한 냉동기, 과학자 파스퇴르가 개발한 저온 살균법 그리고 덴마크 칼스버그가 완성한 효모 순수 배양법이라고 한다.
파스퇴르는 여기서도 등장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생물학에 있어서 파스퇴르의 업적은 정말 대단하다 싶다.

냉동기와 파스퇴르 등장이전 맥주는 상면 발효맥주였다고 한다. 대표적인 종류가 에일이나 스타우트나 바이스등인데 20도 내외에서 발효시킨다고 한다. 당연히 저장기간이 길지 못하다. 반면 16세기 중반 기후의 특징으로 만들어진 독일의 하면 발효 맥주는 10도 내외의 저온에서 발효시켜서 보관시키는 맥주들이다. 하면 발효맥주의 대표가 저장이라는 뜻을 지닌 라거라고 한다.

파스퇴르에 의해 하면 발효맥주의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맥주의 대표주자가 영국의 에일에서 독일의 라거로 바뀌었단다.
독일의 경우 북부의 프로이센과 남부의 바이에른지역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 중 가장 재밌던 내용이었다.)그래서인지 독일 북부맥주와 남부의 맥주는 여러가지로 반대라고 한다.
앞서 말한 30년 전쟁 이후 바이에른 지역의 빌헬름 5세는 북부의 아주 진한 맥주인 아인베크 비어를 바이에른 공국의 도시에서 양조하게끔 지시하고 오늘날 세계 최대의 맥주집인 <호프 브로이하우스>를 1589년에 완공시킨다. 오늘낳 바이에는 지역이 여전히 보크비어로 명성을 얻게 해준 일이었다. 동시에 이 호프 브로이하우스는 히틀러의 나치당이 뮌헨폭동을 일으키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독일에서 맥주가 루터에게 에너지를 선물해 종교개혁을 일으키게 하고 독일 국민들에게 맥주 축제등으로 수입을 얻게 해준 일과 함께 세계사의 아픈 부분을 만들어내기도 했음을 작가는 지적했다.
맥주와 커피가 각각 종교개혁과 시민혁염의 원동력의 하나라는 주장들은 사실 무시할 수 없는 주장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먹는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로 독일과 가끔 영국의 맥주 역사를 이야기하던 책이 마지막으로 맥주의 왕자라면서 벨기에 맥주를 언급할 때는 괜스레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들이 벨기에 맥주들이기 떄문일것이다.
21세기에 맥주후진국이라 여겨지던 중국맥주가 약진했다는 서술에는 몽골이 송연해지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에 맥주 미니 사전이 나오는 건 좋았는데 강조하고 싶어하는 경우에 사용된 글자색들이 주황색인건 좀 아쉬웠다.

어쩌다보니 커피만 마시면서 이 책을 읽었다.
다 읽었으니 기분좋게 맥주 한잔이 하고 싶어진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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