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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5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김보영작가의 팬이다.
김보영 작가의 첫 창작론이란 이 책이 소개되고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나서 나는 매우 설렜고 서평단에 선정되어서 매우 기뻤다.
책이 도착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고, 언박싱할때는 두근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읽게 된 이 책은 김보영 작가다웠다.
좋았다는 의미다.
SF전문 계간 문학잡지인 어션 테일즈(The Earthian Tales)에 실린 김보영작가의 에세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글을 쓰기 전 - 글쓰기 - 퇴고의 순서로 구성된다.
1. 책을 쓰기 전
왜 현대의 소설들이 점점 SF화가 되는지 먼저 설명한다.
SF라는 말은 1916년에 처음 생겼고 그것도 처음엔 지금과 같은 science fiction이 아닌 scientifiction이었다고 한다.
신화와 전설 ,민담을 좋아하는 소설가가 이런 것들로 이야기하려면 과거에는 미지의 섬으로 가던가 땅속으로 들어가던가하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섬들과 땅과 하늘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서 우주로 나가야 하고 그러면 그 소설이 SF가 된다. 전설과 민담 속의 괴생물을 소재로 쓰려면 유전자 돌연변이나 바이러스로 시작해야 하니 역시 SF에 속하니 어쩔수 없이 현대의 소설들은 SF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에는 깊이 동감했다.
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사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괜찮은 소설이 나올 것 같지만 김보영작가는 그런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아이디어는 소설의 모든 부분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아이디어의 총합이 소설 그 자체이며 소설의 모든 것은 디테일이라고 강조한다.
ㅡ 소설의 모든 부분이, 그 하나하나 전부 다시없이 중요하다. 모든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는 자리마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니다. <SF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_김보영/ 디플롯.p43>
2. 글쓰기
아마도 본격적인 내용일텐데 크게 인물과 설정에 대한 팁들이 들어있다.
순문학이 아닌 SF기에 인물과 설정(세계관)이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SF에서 과학의 의미가 변했기 때문에 과학기술은 이제 사실 중요하지 않지만 주설정은 매우 중요하며 주인공과 동등한 주역이라고 강조한다.
주설정이 주인공의 역할을 모두 같이 하거나 주설정이 주인공보다 큰 역할을 할 경우 보다 SF다운 소설이 된다고 한다.
주설정이 주인공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나 토르의 묠니르와 망치로 설명한다.
주인공처럼 변화하면서 내적 논리와 일관성을 가진 주설정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독자(관객)는 허무맹랑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인물은 가르치기가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고 김보영작가는 얘기하는데 주연이든 조연이든 모두 주관을가지고 각각의 인격을 구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구분되고 대비되는 인격을 만들기 위해 색이나 MBTI를 이용하라는 팁은 작가 지망생들에겐 참 좋은 안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신선했고 가장 공감했던 내용은 핵심을 틀려라였다.
여기에서 틀려야 하는 것, 현실에서 비틀기 해야하는 것은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 한가지, 주설정이다.
주설정 또는 중요 소재하나는 뻔뻔하게 틀리고 나머지들은 과학적으로 엄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스타워즈의 광선검이 있다.
사실 빛은 진행중에 멈추지 않는다. 진행하다가 멈추는 빛으로 만든 광선검은 실재할수 없다. 하지만 영화 스타워즈는 뻔뻔하게 설명없이 광선검을 들고 싸우게 한다. 비슷한 것으로 초광속 우주선 팔콘도 있다.
ㅡ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한다.
팔콘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과학적인 엄밀함을 지켜야 한다.
만약 당신의 소설에서 차가 하늘을 날았는데 그 차가 바퀴로 달리는 차와 하는 일이 아무 차이가 없다면 날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감정이 없다든다, 마음이 없다든가, 사회에서 차별받는다든가 하는 시시한 용도로 로봇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이 없는 인간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고 차별받는 인간도 산더미처럼 많다. 인간과 다름없는 역할만 하고 퇴장한다면 왜 로봇을 쓰는가?
<SF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_김보영/ 디플롯.p121~123 부분발췌>
시간을 상대적으로 쓰는 법과 이중 구조로 써야하는 이유, 그리고 독자가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3. 퇴고
흔히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퇴고라고 한다.
작품의 정수는 디테일이기에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다는데 로버트 하인리히같은 작가는 원고를 한번에 완성했다고 한다. 김보영작가는 초고만큼은 스스로 판단하라고 얘기하며 퇴고는 자신을 더없이 믿으며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칭찬과 비판보다는 칭찬과 비판이 없는 부분들을 신경쓰고 고치려 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걸 택하라고 말한다.
(고치는 건 고쳐봤자 여전히 미숙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하루 또는 마감기한까지 해결할 수 없는 조언은 하지말라고 하는데 소설쓰기만이 아닌 모든 일에 통하는 조언이란 생각이 든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일화를 읽으면서 봉준호 감독의 대단함에 감탄했다.
김보영작가는 완벽한 글보다는 매력있는 글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작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ㅡ 속도감 있는 글이 밀도까지 있기 어렵다. 고요하고 정갈한 글이 스릴 넘치고 경쾌하기 어렵다. 쉽고 가벼운 글이 무겁고 진중하기 어렵다. 소프트SF라 편하게 읽히는 글이 하드 SF일 수도 없고 하드 SF라 지적인 쾌락을 주는 글이 쉬울 방법도 없다. 창작이 완벽할 수 없는 까닭은 모든 좋은 가치가 서로 대치되기 때문이다. <SF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_김보영/ 디플롯.p176>
과학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면 아동용 책으로 공부하라는 팁이나 SF도 결국은 소설이며 문학이기에 먼저 자기 자신의 글을 쓰고 몰두하라는 메시지가 힘차서 좋았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ㅋㅋㅋ 거렸다. 작가님 특유의 시니컬한 위트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심사위원으로 또는 질문과 응답의 행사에서 느꼈던 황당했던 경험을 풀어놓으셨는데 대충 상상이 되면서 유쾌하기도 했다.
특히 아래 90페이지를 읽을 땐 카페에서 소리내서 웃기도 했다.
물론 나는 내가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감히 해본적이 없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책에 대한 수다떠는 시간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내가 가진 그릇은 독자라는 걸 항상 느끼고 있다.
( 사실 몇번 글쓰기에 도전했다가 확인했다. )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저자에 대한 팬심으로 읽게된 책인데 읽으면서도 점잖은 다른 작법서와 달리 굉장히 실용적인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특히 김보영작가님이 자신의 작품들로 예시를 들어 설명했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고 그 작품에 이런 고민이 있었구나 하면서 감탄하면서 읽기도 했다.
팬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멋진 작가의 실용적이며 유쾌한 창작론, 작법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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