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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 - 유전학자가 들려주는 60가지 과학의 순간들
천원성 지음, 박영란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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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읽고 적은 후기입니다.]
"과학으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세상을 다시 본다"는 띠지의 문구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게다가 유전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의 순간들이라기에 혹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대만에서 나온 대중과학서인데 우리나라에까지 번역되었다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들기도 했다.
책을 처음 볼때는 차례를 살펴보는 스타일인데 이 책의 목차를 보고서는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추천사가 무려 8개나 들어가 있었다. 저자가 대만에서 매우 유명한 스타과학자인가보다 싶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왜 추천사들이 그리 많았는지 깨달았다. 이 책은 정말 쉽고 재밌으면서동시에 메시지가 분명한 대중과학서였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현직 학원강사로 힘겨운 기말고사 기간으로 피곤한 나날들이었지만 이 책은 계속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전체 5장 6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의 길이는 길지 않다. 부담없이 가볍게 챕터별로 읽을 수 있는 수준들이다. 1~3장까지는 다양한 과학분야에 대해서 그리고 4장과 5장은 저자인 천원성 교수의 전공인 유전과 생명과학 부분을 조금 더 깊이 다룬다.
책의 삽화는 저자가 직접 그렸다. 시카고대 출신의 저명한 생명과학자가 뛰어난 그림솜씨까지 가졌다는 점이 부러웠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과학자들이 다른 분야를 배우는 것이 반대의 경우보다 더 쉬운 건 맞는 얘기인것 같다.

60개의 챕터인 만큼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다양하다. 책을 읽을 때는 리뷰를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이 내용은 다시 읽어야지 싶은 부분에는 포스트잇을 붙여놓으면서 읽는데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이 책에는 아주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게 되었다. 그만큼 괜찮고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먼저 탄산수에 대한 내용에서 약간 뜨끔했던 부분이 있다.
탄산수를 즐겨 마시고 수업시간에 탄산음료를 설명하기도 했는데 정작 탄'산'수에서는 왜 신맛이 느껴지지 않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시중에서 파는 탄산수에는 천연 광천수가 들어가는데 천연광천수에는 미네랄이 풍부해서 중화작용이 일어나서 신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직접 탄산수를 만든다면 정수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탄산수보다 더 강한 신맛을 낼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교과서에는 거의 실리지 않는 멘델의 두번째 연구논문을 언급해서 재밌었고 미시세계의 영역에 속하는 유전자(DNA)의 구조를 알아내는데에 얼마나 많은 물리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이 있었는지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기도 했다.
학부 시절, 물리나 화학을 배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생물학도였던 나에게 [물리화학]이란 과목의 등장이 무척 생경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탐런의 영향으로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수학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성향때문인지 과학적 정신을 이야기하는 3장의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이론과 가설은 틀릴 가능성이 많기에 실험만큼은 정확하고 신중하게 수행하라(p157)는 메시지가 좋았다.
크리스퍼를 발견한 다우드나가 도덕적 폭풍을 걱정하다가 끔에 히틀러가 나타나서 크리스퍼의 사용법을 물었다는 일화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게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은 이방인의 작가 카뮈와 "우연과 필연"의 작가인 분자 생물학자 자크 모노의 관계였다. (p130~134)
카뮈와 모노는 2차대전 시기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파리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다고 한다.
카뮈는 저항을 촉구하는 글을 쓰면서 지하와 지상에서 모두 명성을 얻는 작가가 되었고 모노는 낮에는 파스퇴르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레지스탕스 임무를 하면서 참모 총장 직책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독립운동하는 생물학자라는 조합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멋있었다.
카뮈와 모노 모두 사회주의자였으나 소련의 스탈린 독재와 스탈린 체제를 옹호하기 위해 멘델유전학을 부정한 소련의 생물학자 트로핌 리센코에는 반대를 하면서 레지스탕스 시절의 동지들에게는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자 기쁨의 편지를 모노에게 보내고 모노는 자신의 책 서두를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인용했다고 한다.
사실 카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일화를 읽고 카뮈가 조금은 더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대중 교양과학서에 실존주의의 핵심사상이 언급된 점이 신선하기도 했고 대중 교양서 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ㅡ 신성한 계획을 기반으로 한 도덕적 신념은 아무 근거가 없으며 선천적 기준이 없다면 인간은 스스로 행동을 규범화하고, 그 결과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실존주의의 핵심 사상이다. < 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_천원성 지음 / 미디어 숲. p134>
DNA는 오른 쪽 이중나선이 안정적인 구조이며 몸집이 커지는 것이 단순한 양적변화가 아닌 질적변화를 초래하는 일이라는 점, DNA도 산이고 일요일의 작곡가 알렉산드르 보로딘이란 과학자에 대한 정보, 덩치차이가 나는 동물들의 돌연변이 발생비율과 암발생비율 그리고 75%알코올이 소독에 유리한 이유까지 생물학을 중심으생명과학한 과학정보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도구제작자는 결국 자신이 만든 도구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다'는 아서 클라크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만든 도구가 우리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조금 섬뜩했지만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과 어조는 참 좋았다.
우리가 흙냄새라고 부르는 것은 미생물의 발효냄새인데 그 미생물이 스트렙토마이신이다. 항생제를 만드는 주요 미생물인 스트렙토마이신을 연구하는 이 유전학자의 책이 생명과학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과학적사고로여는_새로운세계 #천원성_지음 #박영란_옮김 #미디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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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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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김보영작가의 팬이다.
김보영 작가의 첫 창작론이란 이 책이 소개되고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나서 나는 매우 설렜고 서평단에 선정되어서 매우 기뻤다.
책이 도착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고, 언박싱할때는 두근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읽게 된 이 책은 김보영 작가다웠다.
좋았다는 의미다.
SF전문 계간 문학잡지인 어션 테일즈(The Earthian Tales)에 실린 김보영작가의 에세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글을 쓰기 전 - 글쓰기 - 퇴고의 순서로 구성된다.


1. 책을 쓰기 전
왜 현대의 소설들이 점점 SF화가 되는지 먼저 설명한다.
SF라는 말은 1916년에 처음 생겼고 그것도 처음엔 지금과 같은 science fiction이 아닌 scientifiction이었다고 한다.


신화와 전설 ,민담을 좋아하는 소설가가 이런 것들로 이야기하려면 과거에는 미지의 섬으로 가던가 땅속으로 들어가던가하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섬들과 땅과 하늘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서 우주로 나가야 하고 그러면 그 소설이 SF가 된다. 전설과 민담 속의 괴생물을 소재로 쓰려면 유전자 돌연변이나 바이러스로 시작해야 하니 역시 SF에 속하니 어쩔수 없이 현대의 소설들은 SF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에는 깊이 동감했다.

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사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괜찮은 소설이 나올 것 같지만 김보영작가는 그런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아이디어는 소설의 모든 부분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아이디어의 총합이 소설 그 자체이며 소설의 모든 것은 디테일이라고 강조한다.

ㅡ 소설의 모든 부분이, 그 하나하나 전부 다시없이 중요하다. 모든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는 자리마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니다. <SF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_김보영/ 디플롯.p43>


2. 글쓰기

아마도 본격적인 내용일텐데 크게 인물과 설정에 대한 팁들이 들어있다.
순문학이 아닌 SF기에 인물과 설정(세계관)이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SF에서 과학의 의미가 변했기 때문에 과학기술은 이제 사실 중요하지 않지만 주설정은 매우 중요하며 주인공과 동등한 주역이라고 강조한다.
주설정이 주인공의 역할을 모두 같이 하거나 주설정이 주인공보다 큰 역할을 할 경우 보다 SF다운 소설이 된다고 한다.
주설정이 주인공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나 토르의 묠니르와 망치로 설명한다.
주인공처럼 변화하면서 내적 논리와 일관성을 가진 주설정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독자(관객)는 허무맹랑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인물은 가르치기가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고 김보영작가는 얘기하는데 주연이든 조연이든 모두 주관을가지고 각각의 인격을 구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구분되고 대비되는 인격을 만들기 위해 색이나 MBTI를 이용하라는 팁은 작가 지망생들에겐 참 좋은 안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신선했고 가장 공감했던 내용은 핵심을 틀려라였다.
여기에서 틀려야 하는 것, 현실에서 비틀기 해야하는 것은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 한가지, 주설정이다.
주설정 또는 중요 소재하나는 뻔뻔하게 틀리고 나머지들은 과학적으로 엄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스타워즈의 광선검이 있다.
사실 빛은 진행중에 멈추지 않는다. 진행하다가 멈추는 빛으로 만든 광선검은 실재할수 없다. 하지만 영화 스타워즈는 뻔뻔하게 설명없이 광선검을 들고 싸우게 한다. 비슷한 것으로 초광속 우주선 팔콘도 있다.

ㅡ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한다.
팔콘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과학적인 엄밀함을 지켜야 한다.
만약 당신의 소설에서 차가 하늘을 날았는데 그 차가 바퀴로 달리는 차와 하는 일이 아무 차이가 없다면 날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감정이 없다든다, 마음이 없다든가, 사회에서 차별받는다든가 하는 시시한 용도로 로봇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이 없는 인간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고 차별받는 인간도 산더미처럼 많다. 인간과 다름없는 역할만 하고 퇴장한다면 왜 로봇을 쓰는가?

<SF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_김보영/ 디플롯.p121~123 부분발췌>

시간을 상대적으로 쓰는 법과 이중 구조로 써야하는 이유, 그리고 독자가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3. 퇴고
흔히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퇴고라고 한다.
작품의 정수는 디테일이기에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다는데 로버트 하인리히같은 작가는 원고를 한번에 완성했다고 한다. 김보영작가는 초고만큼은 스스로 판단하라고 얘기하며 퇴고는 자신을 더없이 믿으며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칭찬과 비판보다는 칭찬과 비판이 없는 부분들을 신경쓰고 고치려 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걸 택하라고 말한다.
(고치는 건 고쳐봤자 여전히 미숙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하루 또는 마감기한까지 해결할 수 없는 조언은 하지말라고 하는데 소설쓰기만이 아닌 모든 일에 통하는 조언이란 생각이 든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일화를 읽으면서 봉준호 감독의 대단함에 감탄했다.
김보영작가는 완벽한 글보다는 매력있는 글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작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ㅡ 속도감 있는 글이 밀도까지 있기 어렵다. 고요하고 정갈한 글이 스릴 넘치고 경쾌하기 어렵다. 쉽고 가벼운 글이 무겁고 진중하기 어렵다. 소프트SF라 편하게 읽히는 글이 하드 SF일 수도 없고 하드 SF라 지적인 쾌락을 주는 글이 쉬울 방법도 없다. 창작이 완벽할 수 없는 까닭은 모든 좋은 가치가 서로 대치되기 때문이다. <SF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_김보영/ 디플롯.p176>



과학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면 아동용 책으로 공부하라는 팁이나 SF도 결국은 소설이며 문학이기에 먼저 자기 자신의 글을 쓰고 몰두하라는 메시지가 힘차서 좋았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ㅋㅋㅋ 거렸다. 작가님 특유의 시니컬한 위트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심사위원으로 또는 질문과 응답의 행사에서 느꼈던 황당했던 경험을 풀어놓으셨는데 대충 상상이 되면서 유쾌하기도 했다.
특히 아래 90페이지를 읽을 땐 카페에서 소리내서 웃기도 했다.

물론 나는 내가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감히 해본적이 없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책에 대한 수다떠는 시간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내가 가진 그릇은 독자라는 걸 항상 느끼고 있다.
( 사실 몇번 글쓰기에 도전했다가 확인했다. )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저자에 대한 팬심으로 읽게된 책인데 읽으면서도 점잖은 다른 작법서와 달리 굉장히 실용적인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특히 김보영작가님이 자신의 작품들로 예시를 들어 설명했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고 그 작품에 이런 고민이 있었구나 하면서 감탄하면서 읽기도 했다.
팬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멋진 작가의 실용적이며 유쾌한 창작론, 작법서 책이었다.



#SF작가의사유와글쓰기 #김보영 #디플롯
#김보영첫창작론 #먼저당신의글을써라 #몰입하라
#뻔뻔하게_한개만틀려라
#창작은펼쳐진들판 #완벽이_아닌_매력적인글
#김보영_첫_창작론 #컬처블룸서평단
#쇼코is콜라쌤 #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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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 - 식물에서 발견한 새로운 지능의 미래
파코 칼보 지음, 하인해 옮김 / 휴머니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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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식물을 전공으로 삼았고 꽤 오랜 시간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공부하던 시기가 있었다. 사실 생물학과에서 식물은 그다지 인기 있는 전공이 아니다. 대부분은 분자생물학으로 빠지고 아니면 동물분야로 진출했다. 분자생물학의 인기가 어쩐지 불편하고 동물을 해부하고 실험해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식물생리로 관심을 이끌었던 것 같다.
몇 년 전 랩걸을 읽을 때 내가 포기한 분야를 열심히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에 존경과 부러움이 섞인 복잡한 심정으로 읽었다. 세계식물지능을 논한다는 이 책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는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인 파코 칼보교수는 스페인에서 과학철학 교수다. 또한 식물 신호 전달 및 행동철학연구소 '민트(MINT, Mivimal Inteligence Laboratory)'의 연구소장이다 작가 소개를 읽으며 연구소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동물학자로 유명한 프란스 드 발교수는 "우리가 과연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같은 질문을 식물에게 던진다. 그러면서 똑같은 질문을 덧붙인다. "우리는 그만큼 용감할까"
저자는 다른 존재를 알아야 우리 자신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며 인류가 가시적인 뇌와 뉴런의 집합이 없다면 지능이 없다고 여기는 몹시 좁은 시야에 갇혀있다고 지적한다.


생각보다 식물은 매우 고차원적인 일들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식물을 그저 배경으로만 여긴다. 식물의 생태학적 중요성과 인간에게 선사하는 경제학적 가치 또한 이해하지 못 하고 동물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식물맹"이라고 부른다고 정의한다. 다윈 이전까지 인간들을 거의 모두가 식물맹이었으며 지구상의 생명체에 모두 위계질서를 두는 오만을 저지르고 있는데 아직 대부분이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경향이다.
ㅡ 우리는 단세포보다는 다세포를 , 단순한 유기체보다는 복잡한 유기체를, 무척추동물보다는 척추동물을 , 본능적 유기체보다는 지능적 유기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p50
심지어 19세기까지는 식물이 유성생식 유기체라는 사실도 부정해 왔다는 것이다. 식물이 오랜 시간 수많은 생명체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을 생각하며 우리 인간은 식물에게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물을 학문적으로 식물의 속도에 맞춰 관할하고 연구한 학자가 바로 다윈이다.

식물의 지능을 이야기하는 1장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물 중심주의라서 동물과 식물에 보이는 관심에 근본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해 우리의 시각과 뇌에서 식물에 대해서는 처리능력이 많이 쓰이지 않고 있다고 해서 조금은 놀라웠다. 생각해 보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식물이긴 하다.
지능을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항상 지능이란 단어와 기준이 지극히 인간중심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식물들의 처리 방식이 꼭 인간과 비슷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제목처럼 식물은 뇌와 신경이 없는데 무슨 지능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에 대해 다윈부터 꽤 많은 식물학자들이 "뿌리 뇌"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연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나조차도 익숙한 식물학자인 스테파노 만쿠소는 식물 뇌가 어디에 자리할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식물의 속도에 맞춰 관찰한 결과 놀라운 결과를 계속 얻었다.
먼저 식물은 적응을 통해 식량 확보 문제를 독특하게 푼다고 한다.
대부분의 녹색식물은 광합성을 하고 균류는 다른 땅속 영양분들을 흡수하는데 몇몇 식물들은 이 두 가지 방법 외에 다른 방법으로 영양분을 얻는다고 한다. 바로 도둑질이다. 다른 식물들의 공생 네트워크에 침입해 영양분을 훔치는 식물을 '스키아필라 야쿠시멘시스'라고 부른다.
또한 식물은 주변 생명체와 심리전을 벌인다.
토마토는 초식곤충의 공격을 받으면 특수한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이 초식동물을 육식동물로 바꾸어버린다.
토마토가 생성한 화학물질이 애벌레의 입맛을 바꾸어 버리는데 주변의 토마토들도 동시에 같은 물질을 분비해서 굶주린 곤충들이 다른 곤충을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날 변화를 예측하여 미리 준비를 하는 식물(p109)도 있고 경호원을 부르는 식물도 있다.
위와 같은 예들은 매우 놀라운데도 식물의 학습능력이라는 인정보다는 적응방식의 진화로 여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해서 한때의 식물연구원이었던 사람으로 살짝 아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동물들이 동족을 인식하는 것처럼 식물도 사회적 지능을 지니고 있으며(p124, 공기와 뿌리를 통해 화학물질로 동족을 인식함) 스스로 내린 선택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도 있다.
식물은 동물과 같은 뉴런이 없지만 동물처럼 조직을 통해 전기를 전달하면서 내부소통을 할 수 있다.
ㅡ 신경이 없는 식물에서는 뿌리에서 잎까지 이어지는 관으로 이루어진 관다발계가 수송망 역할을 하며 전기신호를 전달한다. p139
동물에게서 중요한 GABA와 글루탐산염 등은 식물에서도 생성된다.
ㅡ동물학에서 GABA는 뉴런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지만 식물에서는 pH조절 같은 대사기능을 한다 또한 포유류의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염이 식물에서도 통증 신호를 빠르게 전달한다. 동물에서 글루탐산여 수용체와 관련한 유전자들은 식물의 유전자들과 거의 같다. GABA와 글루탐산염 같은 분자들은 세포 성장과 발달의 바탕이 되는 식물행동에 특히 중요하다. p144- 145 요약발췌
식물도 동물처럼 통증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식물의 스트레스는 나노 센서로 직접 측정이 가능하다. p263) 클로로폼으로 마취가 가능하다.
식물이 동물처럼 그러나 동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며 소통을 하고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식물이 잘 적응한 것인지 아니면 식물에게 의식이 있다는 증거인지는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온 나는 식물에게 의식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던 찰나에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두 개 던진다.
첫째는 농작물이 우리를 길들였다는 것이다.
ㅡ 지금의 밀이나 옥수수 종들은 과거 고난 속에 살던 종보다 훨씬 윤택한 삶을 산다. 현실에 안주하며 둔감해졌지만, 이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인간 보호자들이 농작물의 이익을 보호해 준다. 하지만 사실은 농작물이 우리를 길들였다고도 할 수 있다. p 250
또 하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였는데 채식주의자들의 윤리체계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식물을 먹었던 건 동물만 고통을 느낀다는 생각으로 식물을 먹는 것이 윤리적으로 안전한 행위라고 생각해 왔는데 식물 역시 주관적 경험을 겪는다는 사실이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저자는 눈을 돌려 화성을 이야기한다. 화성에 보낸 탐사로봇이 왜 꼭 바퀴를 가지고 움직여야 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동대신 성장해도 되지 않을까 하며 저자는 식물로봇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2020년 조지아대학교 연구팀은 덩굴성 콩을 로봇 개발의 핵심 모형으로 삼았고 스탠퍼드와 캘리포니아의 연구자들은 그로우 봇 Growbot (식물이 잎끝에서 싹을 내듯이 성장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식물과 비슷한 연성로봇이 만들어질수록 환경 적응력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처음과 끝에서 다윈을 이야기한 저자는 다윈처럼 생각할 것을 주문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식물지능과 식물감정을 증명하고 입증하기 위해 무척 애쓰는 책이었다.
책에도 여러 번 언급되는 스테파노 만쿠소는 식물의 지능을 이해하면 우리와 다른 외계 생명체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윤리적 존재로 여기려면 다른 유기체의 괴로움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식물과 우리는 매우 다르다.
그러나 모두 동일한 하나의 세포에서 출발했다. 생명의 나무에서 거리가 많이 멀어졌지만 식물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이 지구를 배려하는 방법은 맞을 것이다.
식물맹부터 벗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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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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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쓰리걸즈'로 불리던 여자친구들이 있었다.
글쓰는 직업을 가진 독신의 다미코, 영국에서 생활하다가 이제 귀국한 활달한 리에 그리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며 사는 사키다.
출석부에 이름이 나란히 있어서 친해졌던 세 친구는 리에가 영국 생활을 접고 귀국하자 50대 후반의 나이에 다시 뭉치게 되었다.
이 세 명의 중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리에의 조카인 10대 사쿠와 사쿠의 친구 아이리, 다미코를 잘 따르는 죽은 친구의 딸인 마도카와 마도카의 연인인 리쿠토, 그리고 다미코의 어머니 가루오의 이야기들이 잔잔한 일일 드라마처럼 엮인 소설이다.
사실 잔잔하다고 하기엔 내부로 들어가서 당사자가 되어보면 큰 사건일 수도 있다. 연인과의 이별이라던가 도박으로 경찰서 신세를 진다거나 백내장 수술을 받는 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그러나 옛 연인이 편안한 친구가 되고 젊은 시절에 열심히 노력해서 따놓은 수많은 자격증들이 든든해지는 나이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소설내에서는 분명 호들갑스럽지만) 읽는 나에게는 차분하단 느낌이 들게 했다. 350페이지가 넘는 책임에도 자극적이라던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들은 없었다.
번역가 김난주님의 표현대로 어디에나 있을 법하면서도 조금은 특별하고 전형적이면서도 조금은 다른 오십대 후반의 세 여자를 둘러싸고 흘허가는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 이 책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이다.


다미코와 리에 그리고 사키는 대학 시절 서양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과 옷,가구와 습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던 세대니 서양의 문화가 매우 생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쓰리걸즈는 외국 소설에 묘사된 물건이나 음식등을 상상하고 제멋대로 이미지를 만드는 경우들이 많았다.
어딘가 레트로하고 기품이 있어보이던 물건의 실재를 알고 나서는 실망도 하지만 그 당시에 검색기능이 없던 점을 다행이라고도 여긴다.
📔 인터넷이 정말 편리하더라. 뭐든 조사할 수 있으니 말이야. 그 시절에도 인터넷이 있었다면, 포크파이 해트도 셔닐도 바로 검색해서 알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기도 해. 안 그래? 정체를 알 수 없어서, 그래서 이렇게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기억하리만큼 인상적이었던 거잖아 P188
📕 사키가 사진을 보여 준 후로 다미코는 문득문득 셔닐 손수건과 그에 대한 실망이 떠오르곤 한다. 셋이 뭘 모르고 오해했을 뿐인데, 왠지 배신당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P200
📗 "우리 참 오해가 많았던 인생이네." P204
그이들이 상상한 포크파이 해트와 셔닐, 그리고 캔덜루프 멜론등을 책을 읽으면서 나도 검색해봤다.
셔닐 손수건은 나도 실망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한 리에덕분인지 책에는 다양한 와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 낯선 이름의 와인이 하나 있어서 검색해보니 일본에서만 유통되는 와인이었다.
맛이 궁금해진다.

간혹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내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준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다음 문장들에서 그랬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장소가 얼마나 낯선 곳인지 p8
📍마음을 그렇게 자주 열지 않아도 되잖아? p113
📍그것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안심되는 침묵이었다. P299

이전까지 에쿠니 가오리의 글들은 사랑의 중심에 서있던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도발적이라는 느낌도 들었고 때로는 서늘하다 싶은 순간도 있었다.
이 작품은 조금 결이 다르다. 물론 리에의 연애가 들어있긴 하지만 손쉽게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부를 정도의 깊이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나이드는 것처럼 에쿠니 가오리도 나이들었구나가 느껴졌다.
그 점이 아쉽기도 하면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나와 함께 비슷한 속도로 걸어가는 존재가 있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미코와 리에와 사키는 그래서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이들이 운이 좋을 수 있던 또다른 이유는 가오루같은 할머니가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오루처럼 귀엽고 열정적인 할머니가 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ㅡ
#셔-닐손수건과_속살노란멜론 #에쿠니가오리
#김난주옮김 #소담출판사 #컬쳐블룸
#다미코 #리에 #사키 #가오루 #친구 #애인보단_친구
#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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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감염 예고 - 팬데믹을 예견한 목소리는 왜 묵살되었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다섯수레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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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시절, 세계 최강국이란 미국의 끔찍한 현실을 접하곤 했다. 당시 미국은 무려 50만명이 사망했고, 어느 날 뉴욕타임즈는 1면에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의 특징을 기록하는 사망기사를 실었다.
미국에는 연방정부가 비상시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를 통제하는 [질병 통제 예방센터]가 있음에도 코로나에 무기력했다. 2020년 4월에는 뉴욕의 일일 사망자가 천명이었고 시체 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 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고 그 이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다큐멘터리처럼 엮은 책이 이 책 [세계 감염 예고]다.
이 책에선 미국이 세계 인구의 4%를 차지하지만 코로나 19사망자의 20%이상이 미국인이었음을 밝히며 트럼프 정부는 하나의 동반질환이었다고까지 말한다.
프롤로그와 1부, 2부 ,3부로 이루어진 책은 프롤로그에선 글래스부녀가 소개된다. 10대 소녀인 딸 로라 글래스는 과학 경진대회에서 발표하기 위한 질병 전파 모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선보인다.


이어지는 1부는 코비드19 팬데믹 이전 상황이다.
책의 뒤에서 코로나팬데믹 상황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몇몇 사람들을 '울버린즈'리고 부르는데 , 그 울버린즈들이 소개된다.
울버린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채리티 딘 이라는 여성 의사다. 초교파라는 이상한 종교집단에서 자랐지만 종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의사가 되어 공중보건의의 길을 걷는 사람이다.
채리티는 결핵이나 뇌수막염등의 전염병에 대해 기대만큼의 역할을 못 하는 질병통제 예방센터에 실망한다.
그녀가 바라보는 질병통제 예방센터는 정치적 논리로 움직이며 나중에 책잡힐 행동을 모두 꺼리며 세력이 약한 사람에게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는 일에만 몰두하는 집단이었다.
방관한 죄는 사람들을 죽어 나가게 하지만 책임에서 빠져 나갈 수 있고 행동에 나선 죄는 해고당하게 되는 현실때문이다. (p64) 관료주의의 무기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 까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채리티의 모토는 달라졌다.
ㅡ 누가 구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아무도 당신을 구하러오지 않는다. p64
세월호의 가만히 있으라와 책임자가 없던 이태원 사태가 떠올랐다.

채리티에 이어서 책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팬데믹에 관심을 가지고 팬데믹예산과 기구를 준비했다는 사실이 소개된다. (사실 이 부분은 좀 놀라웠다. )
조지 부시에 의해 등장한 사람이 라지브와 리처드 해칫, 카터 미셔 등의 사람들이다.
리처드 해칫은 무려 2003년에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전염병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 사회적 관계망을 끊기 위해 사람들간의 물리적 거리를 벌리는 방법을 제안하고사회적 거리 늘리기 전략이라고 불렀다. (사회적 거리라는 용어는 사실 인류학에서 이미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
그리고 2007년도에 질병통제 예방선터에선 팬데믹 전략을 발표한다.
라지브와 리처드가 제안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지금 읽어보면 코로나 팬데믹 시절, 우리나라가 엄격하게 실시했던 내용들이다.
대부분의 바이라스들은 생명연장을 위해 독성을 점점 낮추고 또한 백신이 개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초반이 가장 많은 피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 재빨리 저런 대응책을 실시한 정부의 태도와 제대로 협조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민성은 박수받아 마땅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위의 사진의 내용이 발표되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는 신종플루 (H1N1)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멕시코는 학교를 폐쇄했고 미국은 학교 폐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만 이천명 정도의 사망자에서 그치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2부는 2003년의 사스( 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 으로 시작된다.
사스는 당시에는 충격적이었다.
박쥐가 중간숙주인 박쥐코로나 바이러스로는 최초로 발견된 경우였고 기존 알려진 바이러스들 중에서는 유전적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유전체 분석의 암흑물질]이었기 때문이다.
수시로 위급한 상황에서 울리는 전화를 레드폰이라 부른다는 내용으로 시작된 2부는 사스를 비롯해 발라무시아라는 뇌를 먹는 아메바의 치료법등을 소개하며 질병 예방 및 퇴치에 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지 설명된다.

ㅡ 기업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만 흥미를 보였다. 반면 학계는 출판가치가 있는 연구에만 흥미를 보였고 논문이 완성되면 흥미가 식어버리곤 했다. 이 공백을 정부가 메워야한다. p206


그리고 내용은 2020년의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시절을 보여준다.
2018년 트럼프의 백악관은 미국인의 삶을 위협하는 건 오직 다른 나라뿐이라는 지침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ㅡ 부시와 오바마 정부가 주목했던 다른 종류의 위렵들은 지하에 처박혔다. 볼턴은 백악관을 재설계해 자연재해나 질병보다는 적대국에 대응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특히 끔찍한 사건보다 나쁜 사람에 주목했다. p213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 건 2003년의 사스였다.
부시와 오바마 시절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던 직원이 200명 가량 있었지만 트펌르 정부때 뿔뿔히 흩어져버렸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있던 채리티는 드디어 카터와 합류한다. 채리티는 코로나 검사 키트를 만들어 검사를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그것도 적어도 독감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카터는 로사 글래스가 발견했던 다층 표적방역을 주장한다. 시간이 곧 전염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 26일 트럼프는 미국내 감염자는 15명 뿐이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7년의 팬데믹 대비 계획에 따라 싱가포르와 일본 (책에는 안 나오지만 대한민국)도 입국자를 격리시키고 접촉자를 추적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국민들에게 미국은 안전하다는 보도만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채리티는 지역 보건의 시절 배운 교훈을 되새겼다.
ㅡ 아무도 당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디 (p288)

3부는 짧지만 드라마틱했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임상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이 내려지자 박사학위를 가진 이공계 인재들이 모여들어서 훈련을 받고 며칠만에 준비를 마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돕기 시작했다.
챈 저커버그 바이오 허브의 새로운 코로나 19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 그러나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허탈하게도 면봉이 없어서였다. 제조업을 외국으로만 보낼 경우 생기는 가장 안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면봉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연구소는 받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패턴이 팬데믹 내내 이어졌다.
ㅡ 트럼프 행정부는 물자가 작 주로 운송되고 있다며 팡파르를 울렸고 정작 물자가 도착하지 않으며 주정부 관계자들과 소통하던 연방 공무원들이 망신을 당했다. 백악관의 이러한 대응은 연방 공무원들의 신뢰도를 처참히 떨어뜨렸다. p321

결국 4월부터야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는 가능했고 그 결과는 슬프기까지 했다. 바이러스는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가난한 유색 인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소수의 감염자가 대다수의 감염자를 발생시키는 병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더불어 백신에 적응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되기 시작했다. 변이하며 진화하는 바이러스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체 분석이 중요한데 미국은 영국이나 덴마크의 분석속도보다 훨씬 뒤쳐졌다.
몇개월 뒤 코로나와 맞서 싸운 울버린즈의 한명의 카터의 부모님마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관료주의와 유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이 얼마나 끔찍한지 고발하는 책이다.
조금은 딱딱한 내용이지만 2007년 사스 이후 유행했다는 신종 뱀 아레나 바이러스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설치류나 극히 드물게 인간에게 나타나는 아레나바이러스 계열이면서 고대 에볼라 바이러스가 병원균이었다는 것이다.
그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보아뱀이나 비단뱀에게 주사해야 하는데, 이들 뱀에겐 정맥이 없다.
( 학부시절 웬만한 동물들 해부는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뱀해부는 못 해봤다.) 정맥이 없는 뱀에게는 심장에 직접 주사해야 하는데 이 뱀들은 심장이 돌아다닌다. 따라서 뱀의 심장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려면 세 사람이 필요하단다. 대학원생들의 충성심을 시험할 기회라는 저자의 문구가 진짜 너무나 얄미웠다.

이 실험결과가 눈길은 끈 건, 고대 에볼라 바이러스가 구세계 뱀인 비단뱀에겐 영향이 없었으나 신세계 뱀인 보아뱀은 죽였다는 것이다.(p196)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서 얼어붙은 고대 바이러스들이 활동을 재개할 경우, 어떤 끔찍할 일이 발생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싹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출발하려는 시기에 이 책이 나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이제는 까마득하지만 사실은 얼마전에 일어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신선했고 그만큼 의미있었다.
당시 너무 과했다며 아직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을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대응이 정확했음을 알게 되었다.

정답을 여겨지는 생각들을 따르지 않지만 결국엔 옳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뉴욕타임즈는 이 책을 평가한다.
보건의료와 보건의의 필요성이 그리고 당장 수익성이 없더라도 꾸준한 기초연구의 필요성이 도드라지는 책이었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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