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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감염 예고 - 팬데믹을 예견한 목소리는 왜 묵살되었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다섯수레 / 2024년 11월
평점 :
코로나 팬데믹시절, 세계 최강국이란 미국의 끔찍한 현실을 접하곤 했다. 당시 미국은 무려 50만명이 사망했고, 어느 날 뉴욕타임즈는 1면에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의 특징을 기록하는 사망기사를 실었다.
미국에는 연방정부가 비상시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를 통제하는 [질병 통제 예방센터]가 있음에도 코로나에 무기력했다. 2020년 4월에는 뉴욕의 일일 사망자가 천명이었고 시체 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 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고 그 이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다큐멘터리처럼 엮은 책이 이 책 [세계 감염 예고]다.
이 책에선 미국이 세계 인구의 4%를 차지하지만 코로나 19사망자의 20%이상이 미국인이었음을 밝히며 트럼프 정부는 하나의 동반질환이었다고까지 말한다.
프롤로그와 1부, 2부 ,3부로 이루어진 책은 프롤로그에선 글래스부녀가 소개된다. 10대 소녀인 딸 로라 글래스는 과학 경진대회에서 발표하기 위한 질병 전파 모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선보인다.
이어지는 1부는 코비드19 팬데믹 이전 상황이다.
책의 뒤에서 코로나팬데믹 상황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몇몇 사람들을 '울버린즈'리고 부르는데 , 그 울버린즈들이 소개된다.
울버린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채리티 딘 이라는 여성 의사다. 초교파라는 이상한 종교집단에서 자랐지만 종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의사가 되어 공중보건의의 길을 걷는 사람이다.
채리티는 결핵이나 뇌수막염등의 전염병에 대해 기대만큼의 역할을 못 하는 질병통제 예방센터에 실망한다.
그녀가 바라보는 질병통제 예방센터는 정치적 논리로 움직이며 나중에 책잡힐 행동을 모두 꺼리며 세력이 약한 사람에게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는 일에만 몰두하는 집단이었다.
방관한 죄는 사람들을 죽어 나가게 하지만 책임에서 빠져 나갈 수 있고 행동에 나선 죄는 해고당하게 되는 현실때문이다. (p64) 관료주의의 무기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 까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채리티의 모토는 달라졌다.
ㅡ 누가 구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아무도 당신을 구하러오지 않는다. p64
세월호의 가만히 있으라와 책임자가 없던 이태원 사태가 떠올랐다.
채리티에 이어서 책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팬데믹에 관심을 가지고 팬데믹예산과 기구를 준비했다는 사실이 소개된다. (사실 이 부분은 좀 놀라웠다. )
조지 부시에 의해 등장한 사람이 라지브와 리처드 해칫, 카터 미셔 등의 사람들이다.
리처드 해칫은 무려 2003년에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전염병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 사회적 관계망을 끊기 위해 사람들간의 물리적 거리를 벌리는 방법을 제안하고사회적 거리 늘리기 전략이라고 불렀다. (사회적 거리라는 용어는 사실 인류학에서 이미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
그리고 2007년도에 질병통제 예방선터에선 팬데믹 전략을 발표한다.
라지브와 리처드가 제안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지금 읽어보면 코로나 팬데믹 시절, 우리나라가 엄격하게 실시했던 내용들이다.
대부분의 바이라스들은 생명연장을 위해 독성을 점점 낮추고 또한 백신이 개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초반이 가장 많은 피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 재빨리 저런 대응책을 실시한 정부의 태도와 제대로 협조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민성은 박수받아 마땅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위의 사진의 내용이 발표되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는 신종플루 (H1N1)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멕시코는 학교를 폐쇄했고 미국은 학교 폐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만 이천명 정도의 사망자에서 그치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2부는 2003년의 사스( 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 으로 시작된다.
사스는 당시에는 충격적이었다.
박쥐가 중간숙주인 박쥐코로나 바이러스로는 최초로 발견된 경우였고 기존 알려진 바이러스들 중에서는 유전적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유전체 분석의 암흑물질]이었기 때문이다.
수시로 위급한 상황에서 울리는 전화를 레드폰이라 부른다는 내용으로 시작된 2부는 사스를 비롯해 발라무시아라는 뇌를 먹는 아메바의 치료법등을 소개하며 질병 예방 및 퇴치에 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지 설명된다.
ㅡ 기업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만 흥미를 보였다. 반면 학계는 출판가치가 있는 연구에만 흥미를 보였고 논문이 완성되면 흥미가 식어버리곤 했다. 이 공백을 정부가 메워야한다. p206
그리고 내용은 2020년의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시절을 보여준다.
2018년 트럼프의 백악관은 미국인의 삶을 위협하는 건 오직 다른 나라뿐이라는 지침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ㅡ 부시와 오바마 정부가 주목했던 다른 종류의 위렵들은 지하에 처박혔다. 볼턴은 백악관을 재설계해 자연재해나 질병보다는 적대국에 대응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특히 끔찍한 사건보다 나쁜 사람에 주목했다. p213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 건 2003년의 사스였다.
부시와 오바마 시절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던 직원이 200명 가량 있었지만 트펌르 정부때 뿔뿔히 흩어져버렸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있던 채리티는 드디어 카터와 합류한다. 채리티는 코로나 검사 키트를 만들어 검사를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그것도 적어도 독감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카터는 로사 글래스가 발견했던 다층 표적방역을 주장한다. 시간이 곧 전염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 26일 트럼프는 미국내 감염자는 15명 뿐이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7년의 팬데믹 대비 계획에 따라 싱가포르와 일본 (책에는 안 나오지만 대한민국)도 입국자를 격리시키고 접촉자를 추적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국민들에게 미국은 안전하다는 보도만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채리티는 지역 보건의 시절 배운 교훈을 되새겼다.
ㅡ 아무도 당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디 (p288)
3부는 짧지만 드라마틱했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임상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이 내려지자 박사학위를 가진 이공계 인재들이 모여들어서 훈련을 받고 며칠만에 준비를 마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돕기 시작했다.
챈 저커버그 바이오 허브의 새로운 코로나 19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 그러나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허탈하게도 면봉이 없어서였다. 제조업을 외국으로만 보낼 경우 생기는 가장 안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면봉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연구소는 받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패턴이 팬데믹 내내 이어졌다.
ㅡ 트럼프 행정부는 물자가 작 주로 운송되고 있다며 팡파르를 울렸고 정작 물자가 도착하지 않으며 주정부 관계자들과 소통하던 연방 공무원들이 망신을 당했다. 백악관의 이러한 대응은 연방 공무원들의 신뢰도를 처참히 떨어뜨렸다. p321
결국 4월부터야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는 가능했고 그 결과는 슬프기까지 했다. 바이러스는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가난한 유색 인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소수의 감염자가 대다수의 감염자를 발생시키는 병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더불어 백신에 적응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되기 시작했다. 변이하며 진화하는 바이러스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체 분석이 중요한데 미국은 영국이나 덴마크의 분석속도보다 훨씬 뒤쳐졌다.
몇개월 뒤 코로나와 맞서 싸운 울버린즈의 한명의 카터의 부모님마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관료주의와 유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이 얼마나 끔찍한지 고발하는 책이다.
조금은 딱딱한 내용이지만 2007년 사스 이후 유행했다는 신종 뱀 아레나 바이러스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설치류나 극히 드물게 인간에게 나타나는 아레나바이러스 계열이면서 고대 에볼라 바이러스가 병원균이었다는 것이다.
그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보아뱀이나 비단뱀에게 주사해야 하는데, 이들 뱀에겐 정맥이 없다.
( 학부시절 웬만한 동물들 해부는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뱀해부는 못 해봤다.) 정맥이 없는 뱀에게는 심장에 직접 주사해야 하는데 이 뱀들은 심장이 돌아다닌다. 따라서 뱀의 심장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려면 세 사람이 필요하단다. 대학원생들의 충성심을 시험할 기회라는 저자의 문구가 진짜 너무나 얄미웠다.
이 실험결과가 눈길은 끈 건, 고대 에볼라 바이러스가 구세계 뱀인 비단뱀에겐 영향이 없었으나 신세계 뱀인 보아뱀은 죽였다는 것이다.(p196)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서 얼어붙은 고대 바이러스들이 활동을 재개할 경우, 어떤 끔찍할 일이 발생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싹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출발하려는 시기에 이 책이 나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이제는 까마득하지만 사실은 얼마전에 일어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신선했고 그만큼 의미있었다.
당시 너무 과했다며 아직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을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대응이 정확했음을 알게 되었다.
정답을 여겨지는 생각들을 따르지 않지만 결국엔 옳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뉴욕타임즈는 이 책을 평가한다.
보건의료와 보건의의 필요성이 그리고 당장 수익성이 없더라도 꾸준한 기초연구의 필요성이 도드라지는 책이었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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