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작 전 상식 퀴즈부터 내고 싶다.
다음의 유명한 말들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다들 아는지 궁금하다.
1.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선 침묵해야 한다.
2. 배부른 바보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게 낫다.
3.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
고백하자면 나는 정말로 지적 허영심이 강하다.
많이 알고 싶고 많이 아는 척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참 맘에 들었고 세상에서 가장 있어 보이지만 가장 무용한 학문이라 철학을 좋아한다는 지은이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펼치면 서양 근대 철학자들의 연표가 나오고 간단한 소개와 목차가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자크 데리다라는 철학자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서양철학자만을 다룬 책이다.
그래서 책의 초반에는 영국 중심의 경험주의 철학자 3인방( 존 로크, 데이비드 흄, 조지 버클리) 과 대륙의 합리주의 철학자 3인방(데카르트, 스피노자 , 라이프니츠 )들이 서로 비교되며 소개된다.
미적분을 만들어내서 뉴턴과 경쟁하다가 뒤통수 맞은 라이프니츠가 낙관주의적인 철학가도 겸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후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파로 역시 3명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렇게 큰 흐름과 별도로 여러 철학자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철학과 무관한 전공을 했고 만화의 형태라지만 작가의 지식과 가끔씩 나오는 자기고백들이 감탄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때때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전까지 나는 내 종교관이 무신론에 가까운 불가지론자였다고 생각해왔었다. 내 종교관에서의 신은 인격신의 개념이었는데 스피노자와 볼테르 편을 읽으며 내 종교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가가 가장 좋아한다는 스피노자 챕터를 읽으며 나 역시 작가처럼 스피노자가 좋아졌다.)
자유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스피노자는 유일신이나 인격신의 개념이 아닌 "의도없이 존재하는 거대하고 무한한 실체로 세계나 우주, 자연 그 자체가 신"이라고 믿는 범신론자였다. 그러면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신에 대한 아는 것 즉 지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은 매우 감성적이면서도 매우 이성적이라고 느껴졌다. 수줍은 렌즈 세공인이었다는 작가의 스피노자 소개도 참 맘에 들었다.
평소 만일 신이 있다면 힉스까지만 만들고 딴짓했을 거라고 말하던 사람이 나였다. 그런데 볼테르의 아신론에 대해 읽으니 평소 내 말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한나 아렌트의 스승이지만 나치에 부역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스토리만 알던 하이데거의 철학은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의식할 수록 삶의 소중함을 지각한다고 주장한 하이데거는 인간은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하기에 인간이 곧 시간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책들 중 유일하게 원본으로 제대로 읽은 책이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이었다. 그 때도 지금도 선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악을 제거하기 투쟁해야하며 실수를 통해 배워나간다는 포퍼의 이론은 다시 읽어도 설득력이 강했다.
사르트르편에서 작가는 한 시대의 유행은 그 시대의 결핍을 보여주고 누군가의 본질이 궁금하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한 사람의 욕망에 그 사람이 실존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의 욕망을 스스로 들여다보니 나의 실존은 너무나 세속적이고 소박하단 생각이 들었다.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세상에 대한 감수성이란 작가의 표현에 매우 많이 동의한다. 입에 쉽게 부정적이며 상스러운 표현을 올리는 사람들, 특히 지하철같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는 할아버지들을 보면 인류애가 바사삭 부서지는 느낌이다. 말과 글에서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 사람들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이 책은 17세기 데카르트로 시작한다. 보통 철학공부를 한다하면 탈레스로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서양 철학사 책을 들고 탈레스로 출발해서 여러 낯선 이름을 꾸역꾸역 뚫고 지나가며 1권이 끝나고 더불어 철학 공부도 끝나곤 했었다. 평소 이름과 주요 주장들만 조금 알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현대의 철학가들에 대한 지식이 한 스푼씩은 더 한 것 같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 했던 질문들의 답은 이렇다,
1번은 비트겐슈타인.
2번은 존 스튜어트 밀
3번은 칸트다.
전부 맞췄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말을 이 사람이 했구나하면서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지식이 늘어나며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제목에서 한 약속을 잘 지키는 책이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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