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큰돈 없이 부동산 경매로 내집 마련한다
이주현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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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큰돈 없이 내 집 마련이 정말 가능한가?'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지금의 집값을 생각하면 조금 과장된 제목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적은 돈으로 쉽게 집을 사는 비법이라기보다, 일반 매매만 바라보지 말고 경매라는 선택지도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음... 저 역시 경매라고 하면 시세보다 아주 싸게 낙찰받아 큰돈을 버는 장면부터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계속 눈에 들어온 것은 '얼마나 싸게 살까'보다 '내가 무엇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였습니다. 등기부등본부터 말소기준권리, 선순위 임차인, 가처분과 가등기, 유치권까지 확인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특히 말소기준권리를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서 경매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가격만 보고 입찰하는 것이 아니라 낙찰과 함께 없어지는 권리와 내가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권리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순위 가처분이나 가등기의 성격이 불분명하면 입찰을 보류하는 것이 좋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경매에서는 '할 수 있는 용기'만큼 '모르면 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시세조사 부분은 오히려 법률 이야기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감정가가 현재 시세와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같은 평형이라도 동, 층, 향, 내부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니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경매도 노트북 앞에서 엑셀로 숫자만 계산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싸게 낙찰받았다고 좋아했는데 주변의 일반 매물과 별 차이가 없다면 애써 경매에 참여한 의미도 줄어들 것입니다. 재건축 아파트 부분에서는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건축이라는 말만 들으면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부터 기대하기 쉬운데, 책에서는 사업 단계와 조합원 지위 승계 여부, 권리가액과 분양가, 추가분담금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좋아질 아파트'라는 기대보다 결국 내가 얼마를 더 부담해야 하는지 계산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이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의외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라는 장이었습니다. 입찰장에서 다른 사람이 높은 가격을 쓸 것 같다고 생각하면 미리 정해놓은 금액에서 조금만 더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은데, 그 '조금만'이 반복되면 싸게 사려고 경매에 참여했다가 오히려 비싸게 사는 이상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죠. 그래서 '자신이 없다면 포기해라', '패찰했더라도 실망하지 마라'라는 부분은 꽤나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낙찰이 끝이 아니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됐습니다. 점유자가 있는 경우에는 명도라는 과정이 남아 있고, 빈집처럼 보여도 마음대로 들어가거나 물건을 치워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협의를 우선하고 필요하면 인도명령이나 강제집행 같은 정식 절차를 이용하도록 설명합니다.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이라 해도 그 집에는 이전까지 살던 사람의 사정이 있다는 점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책을 읽었다고 바로 법원에 가서 입찰할 자신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알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조금 알게 되니 더 신중해졌습니다. 특히 특수권리나 재건축처럼 변수가 많은 물건은 저같은 초보자가 '남들이 어려워하니 오히려 기회'라고하며 쉽게 접근할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 그렇다고 경매가 예전처럼 막연히 무서운 것만은 아니게 됐습니다. 적어도 어디를 확인해야 하는지 순서는 조금 보였습니다. 등기부를 보고,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임차인을 살피고, 현장에 가서 실제 시세를 조사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정한 뒤 그 기준을 넘으면 포기하는 것... 그런 세부적인 부분들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음... 책을 읽고 나서 경매에 대한 제 생각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전에는 '얼마나 싸게 낙찰받았느냐'가 경매의 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사지 말아야 할 물건을 얼마나 잘 걸러낼 수 있느냐'도 그만큼 중요한 실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내 집 마련은 한 번의 입찰로 끝나는 게임이 아닐 수도 있을테니까요... 싸게 샀다는 기분보다 그 집에서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한 비용까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내가 이해한 물건에 내 돈을 올바르게 넣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경매에서 가장 먼저 마련해야 하는 것은 큰돈보다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기준이 생긴 뒤에야 내 집 마련의 또 다른 길로 경매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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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11가지 법칙
체탄 바갓 지음, 이선미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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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라는 제목을 보고 첫 번째로 든 생각은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였습니다. 살다 보면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것을 굳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게 됩니다. 부모도 다르고, 재능도 다르고, 만나는 사람도 다르고, 운도 다르니까요. 그런데 이 책은 그 불공평함을 위로하기보다 일단 인정하고 그다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비라즈라는 배달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라 자기계발서치고는 읽기 편했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앞에 서서 '나는 이렇게 했으니 당신도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실패하고 막막해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이라 조금 덜 딱딱했습니다. 물론 읽다 보면 실제 대화라기보다는 11가지 규칙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장치라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11가지 규칙 가운데 저는 첫 번째 규칙이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일단 움직여라'. 계획을 세우는 동안에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운동도, 공부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계획만 계속 고치다 보면 정작 시작은 늦어집니다. 대단한 결심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말은 너무 평범한데, 그래서 더 반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큰 꿈은 한 입씩'이라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큰 목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면 엄두가 나지 않지만 잘게 나누면 오늘 해야 할 일이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평범한 학생이었던 시절과 금융맨에서 작가가 된 자신의 경험을 들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이런 단순한 방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한꺼번에 생각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피곤해질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단기적인 노력을 위대하다고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부분에서는 좀 멈칫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의미는 아니라고 느껴졌지만... 오늘 방 청소하고, 하루 운동하고, 해야 할 일 하나 끝낸 것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일 수 있습니다. '싸구려 도파민'부분도 비슷했습니다. 휴대폰이나 짧은 영상처럼 즉각적인 즐거움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지 말자는 취지는 이해됩니다. 저도 잠깐만 보려고 휴대폰을 들었다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간 적이 있으니까요... 굳이 모든 가벼운 즐거움을 굳이 부정적인 것으로 이야기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 목적 없이 쉬고 즐기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문제는 즐거움 자체보다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느냐에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그중에서도 가장 거칠게 느껴진 건 '세상에 당신을 구하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였습니다. 심지어 계속 실패하면 부모마저 놓을 것이라는 표현까지 나옵니다. 실제로 살아감에 있어서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있고,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가 말하려는 방향은 이해가 됐습니다. 누군가가 내 인생을 대신 책임져주기를 기다리기보다 결국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탓하지 말라'는 부분도 무조건 자기 탓을 하라는 의미로는 읽지 않았습니다. 환경 때문에 불리할 수도 있고 운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결국 내 몫으로 남는다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후반의 네트워킹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흔히, 네트워킹이라고 하면 명함을 많이 모으고 필요할 때 사람을 이용하는 모습부터 떠올랐는데, 책에서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내가 연락했을 때 상대가 응답해주는 관계라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결국 평소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가 나중에 돌아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요할 때만 갑자기 연락해서 도움을 부탁하는 건 관계라기보다 부탁에 가깝겠죠. 음... 이 책은 저에게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 세상에서도 그래도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한번 찾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메시지라면 거창한 성공담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더 오래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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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Who - 누가 인생 후반전에서 승리하는가
박형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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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얼마가 있어야 할까?' 은퇴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아무래도 돈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국민연금은 얼마나 받을지,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할지, 모아둔 돈으로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같은 것들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그런 영상자료를 자주 보곤 했었죠. 그런데 '은퇴 후 Who'를 읽으면서는 돈 못지않게 조금 불편한 질문 하나가 따라왔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나는 어떤 사람... 누구(Who)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분들의 이력은 다양하고, 꽤 다이나믹합니다. 회사 임원이 택배 분류 일을 하고, 화장품 회사 임원이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호텔 셰프가 택시기사가 됩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퇴직 후 얼마나 버는가'에 눈이 갔습니다. 그런데 몇 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오히려 버는 숫자보다 예전의 직함을 내려놓는 과정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회사에 오래 있으면 어느 순간 직함이 나와 붙어버립니다. 어디에 다니는 누구, 무슨 일을 하는 누구라고 소개하는 것이 익숙해지죠. 그런데 퇴직하는 날 그 앞부분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이 책에서 퇴직을 '회사원 아무개'에서 '인간 아무개'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앞부분 이야기가 상당히 따끔했습니다. 퇴직을 앞둔 40~50대라면 취업준비생처럼 이력서를 다시 써보라고 합니다. 한 직장에 오래 다녔다는 것이 반드시 전문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나옵니다. 실제로 종이 한 장을 놓고 회사 이름과 직급을 빼고 나면 나는 무엇을 적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후우... 생각보다 쉽게 써지지 않았습니다.

읽으면서 모든 사례들을 '나도 퇴직하면 저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읽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창업하고, 누군가는 자격증을 따고, 누군가는 귀촌하고, 또 누군가는 투자나 유튜브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맞았던 길이 나에게도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월수입이나 연봉 같은 결과만 보고 따라간다면 오히려 이 책을 잘못 읽는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지금부터 퇴직 후 모드로 살아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퇴직한 다음 갑자기 생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비와 취미, 인간관계가 월급이 사라진 뒤에도 지속 가능한지 미리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자전거 타기, 걷기, 책 읽기처럼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취미 이야기도 나옵니다. 거창한 은퇴설계보다 이런 준비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도 의외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전문 분야의 책을 쓰고 싶다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현직에 있을 때 일기나 독서노트부터 꾸준히 쓰라는 조언입니다. 이것은 꼭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괜찮은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알고 있는지 글로 정리하다 보면, 회사 밖에서도 쓸 수 있는 내 경험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책에 나오는 24분의 삶들도 결국 하나의 정답을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택배 노동도 있고 청소업도 있고 택시도 있으며, 목수, 화가, 마술사, 유튜버, 귀촌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하던 일을 더 높은 자리에서 이어가는 것만이 인생 2막은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 위안이 됐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어쩌면 '은퇴 후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돈도 필요하고 연금도 중요하죠. 아마도 자격증이나 새로운 기술도 준비해야하는 고민도 할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런것들만 준비하고 정작 지금까지 회사 명함이 있다가 그것이 없어진 뒤의 나를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이후의 은퇴 준비가 어딘가 빠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음... '은퇴 후 Who'에서 제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24분의 성공담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퇴직은 직업을 잃는 날일 수 있지만, 그때부터 다시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시간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 은퇴 준비라는 게 결국 돈을 준비하는 일도 당연하지만, 명함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을 '나'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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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 몸, 마음, 인생을 다스리는 최고의 건강 고전 ㅣ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형찬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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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라는 나이가 예전에는 꽤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나이를 지나고 보니, 특별히 경계선을 하나 넘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다만 몸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쯤 무리해도 푹 자고 나면 괜찮았는데, 이제는 피곤함이 며칠씩 남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몸의 작은 변화에도 신경이 쓰이고요. ^^;;;; 그래서 '오십에 읽는 동의보감'의 첫 부분에 나오는 '아직 늙었다고 하기에는 마음은 너무 생생한데 젊다고 우기기에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너무도 정직하다'는 말이 유난히 와닿았습니다. 오십을 넘긴 분들이라면 아마 이 느낌을 어느 정도 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음식이나 약재, 어디가 아플 때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그런 내용만 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음식과 처방도 나오지만 마음, 감정, 호흡, 휴식, 생활습관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은 표현은 '밑천을 지켜야 산다'는 말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건강도 통장 잔고처럼 다시 채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무리해도 자고 나면 괜찮았고, 전날 과음이나 과식을 해도 몇 시간 지나면 회복되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몸을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몸에도 한도가 있었는데, 그때는 그 사실을 잘 몰랐던 셈입니다.

책에서는 한의학에서 몸을 지탱하는 '정,기,신'을 양초에 비유합니다. 정은 양초의 몸통이고, 기는 불꽃이며, 신은 그 불꽃에서 나오는 빛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현대 의학의 설명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내게 남아 있는 밑천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비유로는 괜찮았습니다. 오십 이후에는 무조건 더 강해지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을 너무 빨리 소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이나, 몸도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흐름이 정체된다는 설명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저녁에 한꺼번에 운동하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자주 움직이는 편이 더 낫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많이보다 고르게 움직여라'는 표현도 그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운동도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얼마나 세게 했는가보다 내일 또 할 수 있을 정도로 했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동한 뒤 몸살이 나서 며칠을 쉬는 것보다 조금 부족한 듯해도 꾸준히 움직이는 편이 오십 이후에는 더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한 번에 무리하고 며칠 쉬는 날이 여전히 있습니다. ^^;;;

조금 조심스럽게 읽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체형이나 피부색, 얼굴빛, 눈의 상태 등을 몸속 장부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내용은 동의보감과 한의학이 사람의 몸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얼굴빛이 좋지 않다고 해서 특정 장기가 나쁘다고 단정하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데도 이런 설명만 믿고 병원 검사를 미루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몸을 부분별로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상태를 함께 살펴보라는 생각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디가 아프면 그곳만 고치려고 하기 쉽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스트레스가 심하며 식사도 불규칙한 상태에서 몸의 한 부분만 멀쩡하기를 바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겠어요? 몸은 아무래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테니까요.

이 책을 읽으며 자꾸 눈에 들어온 단어는 '오래'였습니다. 오래 앉아 있고, 오래 일하고, 오래 걱정하고, 오래 화를 품고 있는 것.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한쪽으로 너무 오래 기울어 있으면 결국 몸에 흔적이 남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오십이라는 나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몸도 어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먹고 자고 일하고 쉬었던 시간이 쌓여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건강검진 결과에 나온 숫자 하나만 보는 것보다 내가 지난 몇 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는 일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들더군요. ^^;;;;

후반부에 나오는 '채우기 전에 나 아닌 것부터 덜어 내라'는 말도 오래 남았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것을 자꾸 더하려고만 했던 것 같습니다. 영양제를 하나 더 먹고, 운동을 하나 더 배우고,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는 식 말이에요. 그런데 어쩌면 먼저 해야 할 일은 덜 먹고, 덜 무리하고, 덜 늦게 자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요 없는 걱정도 조금은 덜어내야 할 테고요. 무엇인가를 계속 추가하는 건강법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줄이는 건강법이 지금 제 나이에는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생활습관을 한꺼번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할것 같습니다. 늦게까지 버티지 않고 조금 일찍 자는 것, 오래동안 계속 앉아 있지 않는 것, 피곤한데도 괜찮은 척하지 않는 것처럼요.

음... 마지막으로 마음에 남은 말은 '내 몸의 기준을 내가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다른 사람보다 오래 일할 수 있고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좋은 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십을 넘기고 나서는 남의 몸과 비교하기보다 어제의 내 몸과 오늘의 내 몸을 비교하는 편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무리하고, 화나는 일을 조금 빨리 내려놓고, 피곤하면 예전보다 조금 일찍 쉬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작은 변화가 오십 이후에는 오히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기보다 지금의 몸과 잘 지내는 법을 배우는 것. 책을 읽고 나서 제가 생각하게 된 오십의 건강은 결국 그런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이건 완전 욕심이겠죠 ^^;;;), 지금 남아 있는 힘을 함부로 쓰지 않고 오래 함께 살아가는 것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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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출발선은 부모가 만든다
로또맘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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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출발선은 부모가 만든다'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잘살고 못사는 것까지 부모가 결정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모든 부모라면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출발점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인생을 부모가 미리 다 준비해줄 수도 없는 일이 아니겠어요?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출발선'은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큰돈을 물려주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미 들어오고 있는 돈을 어떻게 나누고 어디로 보내느냐에 더 가까웠습니다. 특히 '남으면 저축한다'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뜨끔했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와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이번 달에 돈이 좀 남으면 저축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달 무슨 일이 생기고 결국 남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 ^^;;; 저축을 마지막 순서에 놓으면 항상 밀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현실적이었습니다. 아동수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이 많으니 생활비로 사용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책에서도 꼭 특정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결과적으로 일정 금액이 아이의 자산으로 남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돈의 액수보다 '들어온 돈 가운데 얼마를 먼저 남길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 저축, 투자, 기부로 통장의 역할을 나누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에게 통장을 이렇게까지 나눠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목적은 통장 개수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돈에는 서로 다른 쓰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도 용돈 1만 원을 전부 써버리는 것과, 일부는 쓰고 일부는 남기고 또 일부는 투자해보는 경험은 꽤 다를 것 같습니다. 부모가 "돈 아껴 써라"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자기 계좌에서 돈이 들어오고 나가고, 투자한 금액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 것을 직접 보는 편이 훨씬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이 책에서 ETF 자체보다 '작은 투자 경험'이라는 부분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이나 브랜드를 소비로만 끝내지 않고 그 물건을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지 한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 내가 돈을 쓰는 곳과 기업, 투자라는 것이 전혀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요. ^^ 물론 투자한다고 항상 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겠지요. 책에서도 돈은 시간이 지나며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고 표현합니다. 저는 오히려 아이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경제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을 투자하면 무조건 불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작은 금액으로 경험하는 편이 나중에 큰돈을 가지고 처음 겪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증여에 관한 부분은 조금 더 조심스럽게 보게 됐습니다. 책에서는 증여를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자금 흐름을 명확하게 분리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 부분은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부모 돈과 아이 돈을 뒤섞어놓고 나중에 기억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기록을 남겨놓는 습관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약이나 ISA, 연금계좌까지 연령에 따라 이어지는 구성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이런 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건이나 세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실제로 적용할 때는 그 시점의 규정을 좀 더 확인해야 하겠지만요. 어쨋든 책을 한 번 읽고 10년, 20년 동안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큰 방향을 잡는 참고서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좀더 맞아 보였습니다. ^^

책을 읽으면서 조금 불편했던 생각도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너무 일찍부터 돈과 투자만 강조하면 세상을 지나치게 돈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머.. 꼰대같은 생각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든 용돈을 투자하고, 모든 소비를 기업 분석으로 연결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냥 갖고 싶은 것을 사보고, 때로는 쓸데없는 것에 돈을 써보고 후회하는 경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저는 이 책이 '아이를 빨리 투자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보다는 '아이가 돈을 다루는 기준을 일찍 경험하게 해주자'는 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경제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일정 금액을 먼저 저축하는 모습, 충동적으로 사고 싶은 물건을 하루쯤 고민하는 모습, 투자한 돈이 떨어졌다고 호들갑 떨지 않는 모습 같은 것을 아이는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것입니다.

다 읽고 나서보니 책의 제목도 처음과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니까... '부의 출발선은 부모가 만든다'는 것은 결국, 돈을 대하는 첫 번째 습관과 기준을 부모가 보여준다는 뜻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큰돈을 만들어주는 것은 모든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꺼에요. 하지만 적은 돈이라도 들어오면 조금 남기고, 목적을 나누고, 오래 가져가는 습관을 보여주는 것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그 돈으로 집을 살지, 사업을 할지, 여행을 떠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나 같은 부모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곳에 사용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돈 때문에 선택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꽤 괜찮은 출발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어쩌면 아이의 경제교육은 통장을 만들어주는 날이 아니라 부모가 자기 돈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더 젊었을 때 이 사실을 알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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