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지능 - 골드만삭스의 정점을 이끈 CEO가 증명한 압도적 자본 전략
로이드 블랭크파인 지음, 박선영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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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책은 많습니다. 하지만 다시금 곰곰히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사건을 분석하거나 제도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물론, 단편적인 기억이지만요.) 반면 이 책 '생존 지능'은 위기의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이 직접 들려주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결이 상당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 '로이드 블랭크파인'이 성공보다도 "생존"이라는 단어를 훨씬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 CEO였던 저자는 1987년 주식시장 폭락, 아시아 금융위기, LTCM 사태, 닷컴 버블 붕괴를 거쳐 결국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이합니다. 책의 초반부터 그는 이런 사건들을 나열하며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 질문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금융계의 최고 권력자였던 사람의 회고록임에도 의외로 인간적인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버드 재학 시절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장학처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던 이야기나,  월스트리트의 중심에 들어간 뒤에도 스스로를 "이방인"처럼 바라보며 익숙한 틀 밖을 보려고 노력했다는 고백은 흔히 떠올리는 금융 엘리트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덕분에 이 책은 거대한 금융 시스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개인의 성장기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리더십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상사의 역할을 "공은 부하에게 돌리고 비난은 자신이 짊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화려한 경영 이론이 아니라 오랜 조직 생활 속에서 체득한 원칙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로도 여러 인터뷰와 회고에서 블랭크파인은 골드만삭스의 파트너십 문화와 인재 중심 조직 운영을 반복해서 강조해 왔는데, 그런 철학이 책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위기를 바라보는 태도였습니다. 저자는 금융위기를 영웅담처럼 포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기의 시작을 영화관에서 일일 손익 보고서를 확인하던 어느 평범한 저녁으로 묘사합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새들이 날아가는 순간"이라는 표현은 금융위기의 전조가 얼마나 서서히, 그리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금융사라기보다는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은 조직의 생존 보고서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책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리스크는 언제나 존재하며,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인정하고 관리하는 태도라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가 금융위기 당시 상대적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로 시가평가 원칙 준수와 리스크 관리 조직의 독립성을 언급하는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투자 비법이나 금융시장 전망을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어떤 사고방식이 사람과 조직을 살아남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저같이 금융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사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 혹은 위기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역시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자랑보다 실패와 위기를 견디고 다시 일어나는 힘을 더 중요하게 보는 시선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생존 지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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