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거짓말이 끝나는 날에
이누준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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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겨울 냄새가 나서 멈춰 섰다. 정확히 말하면 그리운 냄새에 발이 멋대로 멈췄고 몇 초 뒤이 '아, 이건 겨울 냄새야.' 하고 이해한 것에 가깝다. 눈이 내리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특벌히 춥지도 않다. 아타미역 앞의 상점가에는 온천 만주 가게와 특산품 가게가 쭉 늘어서 있고 저녁 시간인데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걸음을 멈췄던 것 같다. 조금 앞쪽에서 한다 렌야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보였다. "아무것도 아냐" 하고 고개를 가로젓고 나서 렌야를 따라잡았다. 지금은 저 인파에서 빠져나가는 게 가장 급한 일이었다. 평소 대학교에서 집에 올 때는 역 앞의 샛길을 지났다. 상점가가 내리막길로 되어 있는 탓에 이쪽으로 가다 보면 집까지 가는 길에 오르막길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그보다 큰 문제는 내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서 금세 진리 빠진다는 점이다. 같은 세미나 그룹에 속하게 된 뒤부터 지금까지 렌야의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벌꿀색으로 물들인, 나보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에 동그란 눈과 얇은 입술, 밝은 성격 덕분에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한편 나는 내가 먼저 말을 건네는 걸 어려워해서 어딜 가든 '아싸'로 구분된다. 오랜 거짓말이 끝나는 날에를 읽고나서 이모라는 분이 엄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놀라웠다. 부모가 자기 친부모가 아니었을 때 어땠을까 참 안타깝기도 했다. 어쨋든 사랑은 어려운것 같다고 느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북유럽, #오랜거짓말이끝나는날에, #이누준, #알토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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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테일 환상 도서관
홍시영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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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 있는 관리자 임명식 날이었다. 평소에는 그림자 하나 찾아보기 힘든 긍지의 탑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던 잿빛의 낡은 탑은 오랜만에 자신을 칮아온 이들로 인해 활기로 가득 찼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베르들은 한껏 들뜬 표정을 한 채 탑으로 향했고, 북적이던 소리가 줄어들자 탑의 문지기 썬더는 안에서부터 천천히 문을 닫았다. 복도에는 검붉은 카펫이 깔려있었고, 나무로 만들어진 벽에는 그동안 도서관을 거쳐간 위대한 관리자들의 초상화가 끝에서부터 끝까지 걸려있었다. 오랜만에 시끌벅적했던 복도의 분위기는 인파가 모두 강당으로 들어서고 나자 언제 그랬나는 듯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썬더가 복도의 적막함을 즐기며 입구와 제일 가까운 벽에 걸린 초상화를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쿵쿵거리며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고 무시했던 썬더는 계속해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당황하며 닫았던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아직 앳된 얼굴을 한 베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울상인 채로 서있었다. 매니테일 환상 도서관을 읽으면서 도서 책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고 판타지했다. 표지는 도서 책과 사람이 그려져있고 매니테일 환상 도서관과 어울린다 생각이 든다.


#매니테일환상도서관, #팩토리나인, #홍시영,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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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괴물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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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꺼내 입었다. 5년 만이다. 어깨는 그런대로 품이 맞았지만, 바지는 눈에 띄게 헐렁해졌다. 멋을 부리려고 입은 게 아니니 못 봐줄 정도만 아니면 된다. 꽃다발은 미리 사두었고, 구두도 깨끗이 닦아놓았다. 또다시 우연이다. 우연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일들이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그때도 약속 시간 바로 직전에 그러더니 이번에도 그런다. 택배 배달원이 놓고 간 것은 다름 아닌 놈이 나를 부르는 초대장이었다. 꽃다발은 전해지지 못할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는지 금세 풀이 죽어버렸다. 버릴까 잠시 망설였지만, 이것도 하나의 생명이라는 알량한 죄책감에 싱크대에 넣고 물을 틀었다. 한참을 꽃을 바라보다가 부엌을 등지고 돌아섰다. 집행을 앞둔 사형수처럼 두려움을 잔뜩 물고서 한쪽 벽면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각종 신문 잡지 기사들과 인터넷 뉴스 프린트들 사진, 메모들이 붙어 있다. 그것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것들이 전부 연결되어 있다니! 몇 번을 봐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게 많다. 장난감 괴물을 읽으면서 남자어린이가 커서 괴물이되는데 소름돋았고, 장난감 괴물이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았다. 장난감 괴물이 검정색 바탕에 체스가 놓여져있는데 잘어울린다 생각이 든다.


#장난감괴물, #델피노, #김정용,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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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백의 길
메도루마 슌 지음, 조정민 옮김 / 모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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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아들 가즈아키는 먼저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에서 내리려는 나를 부축했다. 전쟁에서 입은 오랜 부상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오른쪽 무릎이 아주 불편해진 나는 차를 타고 내리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린다. 지팡이를 짚고 아스팔트 위에 서자 발밑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주차장에서 '평화의 주춧돌'로 가는 길에 내 보폭에 맞춰 천천히 앞서 걷덩 가즈아키가 뒤를 돌아보더니 근처에 늘어선 매점 쪽을 턱으로 가리킨다. 가즈아키의 말에 따라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오키나와 소바 간판을 내건 매점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게로 들어간 가즈아키는 차가운 산핑차 캔을 사서 뚜껑을 열어 내 앞에 놓아주었다. 캔에 묻은 물기를 닦고 한 모금 마신다. 가즈아키도 캔을 들고 고개를 젖혀 마신다. 턱과 목에 남아 있는 깎지 않은 수염이 제법 희끗희끗하다. 올해로 여든여섯이 되는 자신이 노쇠해가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캔을 테이블이 놓고 왼손 엄지와 중지로 눈을 비비고 있는 가즈아키는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인다. 혼백의 길을 읽으면서 전쟁으로 죽는 사람들을 보는데 안타깝다고 느껴지고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없어지면 좋겠지만 그런것도 아니라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표지를 보고 회색에 꽃이 물에 떠있는데 잘어울린다 생각이 든다.


#혼백의길, #모요사, #메도루마슌,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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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연소민 지음 / 모요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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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시폴드를 산책시키는 늙은 남자가 동네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경악하거나 무시했다. 고양이는 다리를 제외하고 몸의 털이 전부 깔끔하게 미용됐고 꼬리 끝은 마젠타 색으로 염색돼 있었다. 남자는 그 작은 고양이에게 사랑의 말을 쏟아냈다. 현주는 고양이를 개처럼 산책시키는 남자가 곧 고양이를 잃어버릴 거라고 확신했다.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울리거나 큰 개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고양이가 유연하게 몸을 비틀어 하네스를 벗겨내고 탈출할 것이다. 머지않아 고양이를 잃어버린 건 다른 아닌 그녀였으니까. 그 도시는 철새를 관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 새들응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효율적인 항로로서 서울 근교의 이 도시를 경유했다. 도심에서 가장 먼 곳에 자리한 야트막한 언덕,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나란히 붙어 있는 그곳에서 차로 이십 분쯤 달리면 멀지 않아 도시의 경계가 나왔다. 단지 내에 오도카니 자리 잡은 연붉은 콘크리트 외벽의 주택에서는 철새의 아름다운 군무가 선명하게 관찰됐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을 읽으면서 사랑하기도 하면서 이별도하고 다시 만나고 또 이별하고 사랑이란건 참 어렵다고 생각했다. 표지에는 고양이가 그려져있는데 귀엽다고 느꼈고, 하늘색과 보라색이 잘어울린다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를산책시키던날, #모요사, #연소민,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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