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백의 길
메도루마 슌 지음, 조정민 옮김 / 모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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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초대권(도서)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아들 가즈아키는 먼저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에서 내리려는 나를 부축했다. 전쟁에서 입은 오랜 부상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오른쪽 무릎이 아주 불편해진 나는 차를 타고 내리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린다. 지팡이를 짚고 아스팔트 위에 서자 발밑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주차장에서 '평화의 주춧돌'로 가는 길에 내 보폭에 맞춰 천천히 앞서 걷덩 가즈아키가 뒤를 돌아보더니 근처에 늘어선 매점 쪽을 턱으로 가리킨다. 가즈아키의 말에 따라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오키나와 소바 간판을 내건 매점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게로 들어간 가즈아키는 차가운 산핑차 캔을 사서 뚜껑을 열어 내 앞에 놓아주었다. 캔에 묻은 물기를 닦고 한 모금 마신다. 가즈아키도 캔을 들고 고개를 젖혀 마신다. 턱과 목에 남아 있는 깎지 않은 수염이 제법 희끗희끗하다. 올해로 여든여섯이 되는 자신이 노쇠해가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캔을 테이블이 놓고 왼손 엄지와 중지로 눈을 비비고 있는 가즈아키는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인다. 혼백의 길을 읽으면서 전쟁으로 죽는 사람들을 보는데 안타깝다고 느껴지고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없어지면 좋겠지만 그런것도 아니라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표지를 보고 회색에 꽃이 물에 떠있는데 잘어울린다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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