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원이 이루어지는 신기한 일기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49
혼다 아리아케 지음,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 혼다 아리아케는 이렇게 말했다.
꿈과 희망은 머릿속으로 멍하니 생각만 해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종이에 써 보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그렇게 해 보면 가령 실패를 하더라도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도전하면 될지 깨닫게 됩니다.
이 책 옮긴이 김지연 님이 말했다.
여러분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누구나 마법 일기장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일기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마법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 용기를 내어 마법의 일기장을 펼쳐 보지 않겠습니까? 일기장을 펼치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신기한 일기> 라는 제목을 보고 판타지 동화라고 생각했다. 일기장은 주인공 고헤이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것이다. 할머니가 "소원이 있으면 여기다 적으렴. 그러면 반드시 이루어진단다."라고 말하며 남긴 일기장이다.
그래서,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원하는 걸 일기장에 적으면서 벌어지는 공상 이야기일거라고...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은 완전히 어긋났다. 제목만 보고 판타지 일거라고 생각한 것은 고정관념이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극히 일상적인 동화 였다. 그런데 왜? 제목이 <소원이 이루어지는 신기한 일기> 일까?
앞서 말한 저자의 글과 옮긴이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이 전하려는 메세지는 감나무 밑에서 열매가 떨어지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누구나 마법 일기장을 갖을 수는 있지만, 그 일기장을 어떻게 사용하는냐에 따라 마법은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주인공 고헤이는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는 아주 평범한 초등 5학년 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1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주신 그림 일기장을 발견한다.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했지만, 고헤이는 알고 있다. "일기에는 희망 사항이 아니라 그날 있었던 일을 서야 한다."는 것을...
고헤이는 믿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가지 소원을 적었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에 1쪽에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 , 2쪽에는 '한 번 더 이시하라를 만나고 싶다.' 라고 가능성 있는 일을 적었다. 얼마 전 이웃 도시로 이사 간 친구 이다. 3쪽은 '노조미호를 또 타고 싶다.'
그날 밤, 고헤이는 꿈 속에서 할머니를 만났고, 노조미호는 탈 예정이다. 4쪽은 '엄마 아빠가 화해했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는데 엄마 아빠가 급사이가 좋아지기까지 했다. 무더운 여름 입맛이 없던 고헤이는 5쪽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라고 썼다. 이것 또한 이루어 진다.
고헤이는 무언가 굉장한 일이 벌어진 기분이다. 이번에는 어떤 소원을 적을까 생각한다. 여름방학 숙제를 하루에 끝내고 싶다. 용돈을 더 많이 받고 싶다. 빨리 10미터 헤엄을 치고 싶다 등등....
하지만, 고헤이는 생각한다. "내 힘으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나중에 힘들어질 게 뻔하다." 라고...
고헤이는 별명은 맥주병이다. 그래서 6쪽에 적었다. '나는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라고...
일기장에 썼지만, 아직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고헤이는 허풍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연습을 한다.
그리고...
'나는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라고 굵게 덧씌운 후 '내 별명은 파워 맥주병이다.' 라고 썼다.
이어서 고헤이는 일기장에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추가로 적어 나간다.
7쪽. 깜짝 놀라서 입이 쩍 벌어지는 일을 겪었다.
8쪽. 아저씨는 8월 22일 고향으로 돌아갔다.
9쪽. 나는 어린 왕자를 8월 22일까지 다 읽고 그 다음 날 독후감을 썼다.
10쪽. 나는 8월 31일 이시하라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이시하라에게 꽃과 모자를 건네주었다.
고헤이가 일기에 쓴 것들은 아주 불가능한 것들이 아니다. 노력이 필요한 가능한 것들이다. 할머니의 말대로 정말 소원이 이루어지는 일기라고 생각했다면 불가능한 것들을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헤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책 속 다음 글을 통해 고헤이의 생각을 알 수 있다.
행운을 기대하는 내용을 쓰는 건 뭐랄까, 떳떳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엄마가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비열한' 행동인 것이다.
고헤이는 일기장에 이루고 싶은 소원들을 적었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내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감 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지만 않은 것이다. 고헤이 스스로 노력으로 진짜 일기장은 진짜 소원이 이루어지는 일기장이 된 것 이다.
고헤이는 지진 피혜로 가족과 떨어져 주민센터에서 보내는 아저씨를 우연히 알게 된다. 고헤이는 아저씨에게 말한다.
"이건 마법의 일기 예요. 뭐든지 쓰기만 하면 다 이루어지거든요. 아저씨 소원도 적어 줄게요."
"대신 소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원해야 해요."
그러고는 '아저씨는 8월 22일에 고향에 돌아갔다.' 라고 썼다.
왜? '돌아간다' 가 아니고 '돌아갔다' 일까?
아저씨는 되묻는다. "만약에 못 돌아가면?"
고헤이는 대답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실패해요. '만약' 이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그러면 그렇게 되거든요. 아저씨는 반드시 돌아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마법의 일기에 썼으니까요."
그리고, 아저씨는 고헤이이게 '어린왕자'를 읽어 보라며 권한다. 고헤이는 140쪽 분량이나 되는 이야기를 읽을 자신없다. 그래서 9쪽에 '나는 어린 왕자를 8월 22일까지 다 읽고 그 다음 날 독후감을 썼다.' 라고 쓴다.
고헤이는 일기장에 적은 9가지 중 이시하라의 만남을 빼고 모두 이루었다. 수영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아저씨를 만나서 믿기지 않는 경험도 했고, 어린 왕자를 끝가지 다 읽고 독후감도 썼다.
고헤이는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인 이시하라를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낸다. 이시하라가 보낸 편지를 가지고 도서관에 가서 지도를 찾았다.
하지만...
고헤이는 꽃과 모자를 손에 들고 여아자아네 집을 찾아 가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된 것 같았다. 고헤이는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내 마음'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마음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처럼...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이번에는?
"일기장에 쓰면 돼" 라고 내 마음은 대답한다.
"뭐라고 쓰지?"라고 고민하던 고헤이는 꿈 속에서 일기장에 적힌 글을 본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이시하라네 집에 갔다. 그리고 이시하라에게 꽃과 모자를 건네주었다.'라고...
혼자 전철을 타고 낯선 동네를 가는 것이 처음인 고헤이는 겁도 나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서 점점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만약'이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일단 하기로 마음먹은 다음에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한다.
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고헤이는 드디어 마지막 소원인 이시하라를 만난다.
스토리 중간에 고헤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일기장에 소원을 쓰면서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까지 보낸 여름방학 중에서 최고의 여름방학이었다. 할머니에게 감사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신기한 일기 장에 고헤이가 어떤 식으로 일기를 썼는지를 보면서 "일기는 이렇게 쓰는 거구나!", "나도 용기를 내 볼까?"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될거라고 생각한다. 고헤이 처럼 일기를 쓴다면 최고의 자신감이 생길거라는 생각과 함께 <소원이 이루어지는 신기한 일기> 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을 것 같다.
앞서 이야기 하였 듯 이 책은 판타지가 아니다. 현실에 있을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이다. 그래서 주인공 마음에 공감하며 읽었고,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오랫만에 순정 소설? 읽는 기분이었다. 아이들 동화지만 소원이 이루어지는 일기를 통해 더욱 멋지게 성장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흠뻑 빠져서 읽었다. 아이가 읽어도 너무 좋고 어른이 읽어도 너무 좋은 동화책 이다. 너무 재미있고 따뜻한 동화책 이다.
마음에 새기고 싶은 구절도 참 많았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 속에는 유머도 있고, 교훈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랫만에 마음과 생각이 정화되는 시간이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을 마지막으로 적어 본다.
"마법의 일기에 쓴 내용을 지워 버리면 더는 마법의 일기가 아니게 된다. 스스로 믿지 않으면 일기에 마법 같은 건 걸리지 않는다. 일기장에 쓴 소원을 이루어 주는 건 할머니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