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이기주의자
율리엔 바크하우스 지음, 박은결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자신에게로 향하는 여행이 될 것이며 이는 그 어떤 여행보다도 재밌을 것이다. 24

일상생활에서 이기주의는 악의 동의어이다.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체 더미를 밟고 올라서는 매우 비인간적이고 몰인정하며 생명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기분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잔인한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기주의는 '자기에게 중요하고 이익이 되는 일에 대한 관심'을 뜻한다. 22




<자유로운 이기주의> 제목부터 신선하다.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역시 내용도 독특하고 '획기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욕망의 성공학>

'내 삶의 주인이 되라'는 것이다. 어설픈 '이타주의'에 빠져서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른바 '메시야 컴플렉스'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사실 세상 모든것이 '이기적'인 것이다. 가족 구성도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고 연인들의 사랑도 역시 이기적이다. 결정적으로 유전자 자체도 이기적이다.

그래서 결국 '가장 좋은 친구는 자신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내가 건강해야 남을 돌볼 수가 있고, 내가 넉넉해야 구제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내가 잘 사는 것이 남을 돕는 일이다. 그러나 결코 나만 잘 사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내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에 기여하라는 것이다.

다소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주장들도 있지만, 솔직하게 마음을 열어놓고 생각 해 보면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성공학이다. 그래서 결국은 모두의 행복을 말한다.

'삶의 성공학'에서 실질적인 '기브 엔 테이크의 경제학' , '페이스북의 이윤을 창출' 이야기 까지 경제인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특히, 나 같이 내성적이고 어설픈 이타주의들은 꼭 한 번쯤 봐야될 책이다.

이 책의 작가 '율리엔 바크하우스'는 1986년 생으로 독일의 미디어 사업가이자 전직 로비스트다. 24세에 독일에서 가장 젊은 출판사 대표가 되었고, 현재는 다양한 잡지의 발행인으로 일하는 젊은 부자다.

그는 말한다.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여겼던 이기주의가 성공의 비결이다. 눈치보느라 자신이 원하는 걸 하지 못했던 독자라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자유로운 이기주의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서 개인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에 응모하여 작은 상을 받았다. 그래선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친밀감이 내가 이 책을 택하게 된 동기다.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과 대상 수상작가 자선작 한 편, 그리고 대상 수상작가 수상 소감,

문학 평론가 정홍수의 '21회 이효석문학상 작품론',

또 대상수상자 최윤과, 2018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유태의 '대상 수상자와의 인터뷰' 까지.

이어서 6편의 각기 다른 수상작가들의 단편 으로 구성되었고

마지막으로 수상작들에 대한 다섯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가' 까지 수록된 21회 수상작품집이다.


대상 주상작, <소유의 문법>이라는 제목에서 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소유에도 일정한 문법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그냥 "소유의 법"이 아닌 '문법'일까" 작가가 글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2019년 이효석 문학상 대상 작품인 <소유의 문법>은 인간들의 소유욕은 급기야 "미美" 마저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 잡혀있음을 이야기 하면서, 서울에서 가까운 k 산의 아름다운 계곡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배경으로, 그 곳의 풍경 마저도 소유하려는 인간군상들을 그린다.

근본적으로 욕망은 그 욕망의 대상이 소유되는(소유되었다고 믿는) 순간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결핍의 자리로 이동한다.

p90

그곳에 두개의 별장을 소유한 p교수는 조각가의 모든 행복의 조건을 다 가지고 있는 유명한 조각가다. 그는 자녀들이 있는 해외에 거주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두개의 별장을 옛 제자들에게 빌려준다.

불안 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발달장애 로 가끔씩 느닷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딸 동아때문에 아파트에 살기 어려워진 아버지인 화자는 옛 은사인 p교수의 제안으로 그 별장으로 동아를 데리고 이사를 간다

미의 극치라고 할수 있는 그 곳의 또 다른 별장에서 살고 있던 또 다른 제자, '장 대니얼'은 동네 사람들을 회유해서 그 별장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 일에 동참을 권하는 동네사람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고 돌아온 화자는 그런 소유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에게 회의를 느낀다.

반대로 화자의 딸 동아는 그런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혼자만의 고함으로 우주에 전언을 보내며 산다.

드디어 홍수가 나고 소유욕에 들 떠있던 사람들이 사는 아름답던 계곡이 완전히 유실되고 인명피해까지 닥친다. 우주로 전언을 보내던 동아의 신비한 예감으로 동아와 그 아버지만 살아남는 모습은 마치 바벨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최현무라는 본명을 가진 작가 최윤은 말한다.

"갤러리에서 정말 좋은 작품이나 참 괜찮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보게 되면 누구나 작품을 사고 싶어지죠. 그러나 절제와 공유의 측면에서 그 작품이 있어야 할 자리를 바라본다면 차라리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미술곤이나 박물관에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곤 합니다. 완벽하게 '나의 것'으로 소유하려는 욕망과 소유물로부터 해방되려는 욕망이 동시에 든다고 할까요. (p.101)


대상 외 여섯편의​ 단편들도 대상에 버금가는 작품들로 인간 삶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그려 나간다.

모두가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는 듯한 현대인들, 그러나 그 누구도 삶의 고뇌와 좌절과 방황 속에서 비참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 또한 현실을 살아 내야만 하는 인간의 비참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역시 이 세상은 홀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별나다면 별난 사람들을 그린 <기괴의 탄생/김금희>.

저주가 붙은 듯한 후암동의 능소화가 피어있는 옛 일본인이 살던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데이다이 가옥/박인정>.

거친 듯 하면서도 오히려 그래서 더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하는 <동경너머 하와이/박상영>.

예술에 심취하던 자들의 엽기적인 삶을 그린 <햄의 기원/신주희>.

평범한 듯 아면서도 저마다의 가슴에 풀기힘든 고민들을 안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유진/최진영>.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 아내와 두 아들을 버리고 외국으로 떠난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들의 이야기 <가벼운 점심/장은진>.

작품마다 고유한 의미들이 녹아 있지만 결국은 모두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라는 궁극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당연히 그 물음에 답하는 일은 독자들의 몫이다.

"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언제나 약자다. "(p.142)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지않니" (p2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의 시작은, 우주를 신화로 설명하려 했던 신화시대부터 시작된다, 물론 그 전에도 인간은 사유를 했겠지만 철학의 역사는 그리스 신화로 부터 시작된다. 이어서 중세 시대에는 그리스도 신학이 대부분을 차지하는가 하면. 근대는 르네상스철학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정답이 없다는 것이 또한 철학의 답이다. 그러므로 철학사는 대부분 앞선 학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철학의 명문인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철학 교수로 평생 봉직한 프랭크 틸리 교수가 쓴 것으로 철학 이론의 단순한 연대기적 나열과 설명이 아니라 철학 이론 간의 관계, 그것들이 산출된 시대, 그리고 그 이론을 제공한 사상가들과 관련된 연구이다.

가장 탁월한 특징은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틸리 교수는 철학에서 나중에 등장하는 체계들이 앞선 학파에 대해 아주 훌륭한 비판을 제공한다는 확신을 갖고서 자신의 비판을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철학을 하는가?’라는 질문부터 해 봐야 겠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현존 속에 부재가 있기 때문에, 생체 안에 죽음이 있기 때문에, 결핍의 현존을 증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이를태면 철학이란 자기 자신의 앎의 문제를 탐구하는 사유의 학學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다. 해서 늘 결핍을 느끼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그것은 끝없이 의심과, 고민과, 방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철학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철학 체계는 한 개별 지성의 창조적 사유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철학사는 “상당히는 인간적 기질들의 충돌의 역사이다”라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대로, 순전히 역사적인 혹은발생적인 유형의 철학 해석은 종종 엄청나게 복잡한 전기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의 실타래를 푸는 일과 관련된다. 개인적, 혹은 기질적 요소는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하나의 철학 체계는 한 개별 지성의 창조적 사유의 산물이지, 어떤 집단 의식의 업적인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p.18)



20세기 전번에 걸쳐 미국 주요 대학에서 철학 교재로 사용된 책인 만큼,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서양 철학사를 총 망라한 820 쪽의 두터운 책이다. 철학 참고서역할을 넉넉히 할 것 같은 이 책은,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권 씩 소장 해야할 것 같다. 시대적으로 나열된 것이지만 그때그때 알고싶은 시대와 학자들을 부분적으로 찾아봐도 좋을 것 같은, 철학 사전이다.

전문성이 느껴지는, 다소 어려운 책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부분적으로 접했던 철학관련 책들을 한 권으로 정리해 놓은 듯 해서 책꽂이에 꽂아두니 마음이 든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를 씁니다 - 누구나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드는
우수진 지음 / SISO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는요.

▶ 글쓰기의 두려움을 날려버리는 마음 챙김

▶ 잘 익은 수박의 꼭대기에 큰 칼을 대자마자 수박이 쩍 갈라지는, 그런 사이다 같은 글의 맛.

▶ 누구나 무엇이든지 쓰고 싶게 만드는 신묘한 힘.

이 세 가지를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라는 말로 시작되는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펼쳐낸 책이다.

'오호, 그깟 글쓰기쯤이야. 나도 한번 써볼까?' 이런 생각이 드실 거라는 작가의 말은 아무래도 약간은 과장된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깟 글쓰기쯤'이 아니라 '그래, 나도 한번'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어쨌든, "글쓰기 방법도 그 시대가 요구하는 유행이 있다. 마치 사실주의 미술이 인상주의, 추상주의 미술로 바뀌는 것 같이. 해서, 시대나 유행을 초월한 아주 사적인 영감, 자신만의 생각을 쓴 글이 좋은 글이다."라는 대체적으로 자유분방한 글쓰기를 유도하는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한다.




삼천포로 빠지면 빠지는 대로 내버려 두고 거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쓴다. 여기에선 삼천포였어도 저기에선 환영받는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 이게 또 다른 주제로 하나의 글이 되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삼천포로 빠진 글만 살아 남과, 주제에 맞게 적었다고 생각한 글은 잘라내 새로운 간판을 걸고 내 마음에 쏙 드는 글이 되기도 한다.(p. 40)

개인적으로 나는 이 구절이 제일 마음이 든다. 이런 생각으로 글을 쓴다면 적어도 글쓰기가 즐거워지지 않을까?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를 하듯….

'아버지와 아들과 당나귀'라는 옛날이야기처럼 눈치 보지 말고 '우리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자'라고 하는 주장은 나를 참 편하게 해 주는 이야기인 것도 같지만 한편으로는 '그러면 자칫 '자기 넋두리' 내지는 '일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살짝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글쓰기에 도 기술이 있기는 하지만 그 기술이 예술보다 앞선다면 언젠가 모든 예술은 AI가 대체하고 말 것"(p 172 )이라고 은근한 우려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사실주의는 기술이고 추상주의는 예술이라는 말인가?

아마도 시작 부분에서 말한 "기승전결을 지키고 시작과 끝은 어떻게 해야 한다"와 같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라는 말로 해석해 본다. 아마도 '에세이' 라는 장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부록에는 원고를 투고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까지 친절하게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도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에세이 쓰기에 도전 해 볼 수 있을 것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은 왜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가?​>

대구시의 동부서 형사과에 살인사건 신고 전화가 들어온다. 피살자는 민요섭. 누군가의 칼을 맞고 살해된 것이다. 그 사건을 맡은 남 형사는 민요섭을 키워준 할머니 집에서 민요섭이 쓴 원고 뭉치를 발견하고 수사에 참고하기 위해서 가져온다.



로마 제정 초기 옥타비우스 아우구스투스의 시절, 어느 날. 베들레헴 마구간에서는 ' 예수'가 태어나고 같은 시각 벧엘 부근의 한 샴마이학파 율법사 집에서는 '아하드 페르츠’가 태어난다.

아하드 페르츠는 태어나자마자 걷고 말할 수 있었다. 놀라운 기억력과 총명을 타고난 아이는 장차 꿈이 이 땅에서 가장 우러름 받는 랍비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자라면서 자신들의 신 야훼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급기야 인간의 고통을 해방 시켜줄 빵과 기적과 권세의 신을 찾아 나선다.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신 찾기는 바벨론,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호신, 인도의 불교까지, 수천의 신들로 이어지며 그 교의들을 익힌다. 그러나 결국은 그 모든 신들의 불합리와 악덕과, 부패와 타락에 더 많은 실망을 하고, 마지막으로 로마로 발길을 돌린다. 거기에서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한 무리를 만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별로 배운 것도 없는 그 무리의 한낱 가벼운 말다툼에서 크게 진리를 깨달은 아하스 페르츠는 고향 유대로 돌아간다. 그리고 광야로 가서 단식과 묵상에 잠기며 참된 신의 부름을 기다린다, 40일째 되던 날, 마침내 '위대한 신성'의 음성을 듣고 직접 대면하여 하루 낮 하룻밤을 함께 긴 이야기를 나눈다.

위대한 신성과 헤어져 광야를 벗어나려던 그는 광야의 다른 쪽에서 기도하고 있는 야훼의 아들 예수를 만난다. 그곳에서 사람의 아들인 아하스 페르츠는 세 번에 걸쳐 야훼의 아들을 시험한다. 빵과 기적과 권세를 가지고 유혹하는 사람의 아들을 야훼의 아들은 위대한 신성의 말씀으로 물리친다.

그러고도 그는 다섯 차례를 더 예수와 만남을 가지는데 그 마지막이 예수가 처형되는 날 해가 가려지던 낮 열두시에서 오후 세시까지의 암흑으로 만난다.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사탄>이었다.

그러나​ 원래 그 둘(사람의 아들과 야훼의 아들)은 하나다. 단지 인간에 의해서 그 둘은 선과 악으로 나누는 이분법이 생겨났을 뿐.

민요섭의 원고 속 인물, 아하드 페르츠는 바로 민요섭 자신이며 오롯한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민요섭은 전쟁고아로 외국 선교사의 양자다. 일류 중, 고등학교를 나와 명문 대학교에서 이 년 동안 철학을 공부하다가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뛰어난 성적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삼학년에 올라가자 갑자기 성적이 뚝 떨어지고 휴학, 급기야는 퇴교로 끝낸다. 그가 경험한 신학교와 교회 목사들의 불합리는 급기야 자기가 믿는 신에 대한 회의로 이어진다. 분노를 느낀 그는 실천신학에 몰두하게 되고 교회를 떠난다. 마침내 양부의 재산은 물론 자신이 버는 돈마저 이웃을 위해 모두 쓰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신앙으로 사랑을 실천한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회심을 하고 다시 기도원으로 들어와서 기도에 전념하게 되는데, 그의 회심에 대한 계기는 이 책에 확실히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낙서장과 소설의 원고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너는 신앙할 수 있다. 절망했으므로, 살 수 있다. 죽었으므로."

자아에 대한 절망, 또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절망을 느낀 그는 지적 오만, 독선, 편견, 허영 같은 것들을 죽이고 진정한 신앙인으로의 회귀의 고백이자 결의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p.40-41)

우리는 '신 안에'남아 있었어야 했다고, 불합리하더라도 구원과 용서는 끝까지 하늘에 맡겨두어야 했다고, 그러고는 단정했소. 우리는 무슨 거룩한 소명이라도 받은 것처럼 새로운 신을 힘들여 만들어냈지만, 실은 설익은 지식과 애매한 관념으로 가장 조악한 형태의 무신론을 얽었을 뿐이라고, 우리가 어김없이 신이라고 믿었던 것은 기껏해야 저 혁명의 세기에 광기처럼 나타났다가 조롱 속에 사라진 이성신이거나 저급하고 조잡한 윤리의 신격화에 지나지 않았다고, 그런 다음 과장된 참회와 더불어 십자가 아래로 돌아가겠다고 했소.

p.389

​한편 민요섭을 신처럼 따르며 그의 신앙관을 온전히 이어받았으나 갑자기 변해버린 민요섭의 신앙관에 동의하지 못했던 조동팔은 배신감과 허탈감에 민요섭을 살해하고 자기도 독극물을 먹고 자살한다. 그도 나름대로 새로운 경전을 남기는데, <쿠아란타리아서>. 바로 그들이 바랐던 신, 그들이 만든 신의 경전이다.




책속의 인물, 아하스 페르츠의 질문은 곧 민요섭의 질문이며 또 나의 질문이다. 역시 "해아래 새것은 없나니…."라는 성경 말씀이 절감된다. 그동안 하나님에 대한 나의 부정과 갈등과 의문도 이미 오래전 우리의 조상들이 했던 것들이었다.  신을 찾아 떠난 그의 여행, 또한 나의 여행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의 독서도 바로 신을 찾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시작된 의문들은 너무나 많았다. 성경의 불일치에서부터 성경의 무오설, 하나님의 사랑, 자비, 용서, 완벽성, 예정론, 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최고의 불경한 질문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난해하기만 한 성경을 손에서 놓고 조직신학에 관심을 가졌고 새로운 해석의 유튜브 동영상, 신학자들의 말들에도 귀를 기울여 보고 기존의 설교를 뒤집는 설교 집들도 읽어보았다. 철학서를 뒤적였고, 인문학, 문학에서 그 답을 찾아 헤매었고, 지금까지도 그 과정은 진행 중이다. 그런 내 눈에 이 책의 제목이 바로 눈에 뜨였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이미 다섯 번째 출판으로 25년 은경축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처음 접한 책이다.

생각 해 보건데, 신앙에 대한 나의 오랜 갈등과 물음이 "해를 더 많이 알고 싶어서 확실하게 해를 보려다가 두 눈이 멀어버린 장님"과 같은 어리석음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것이 진리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믿어 버리는 것과 "아니다"라고 한 번쯤 뒤집어 보고, 고민해 보고, 체험 해보고 난 뒤 깨닫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신앙이 확실하게 꽂꽂이 섰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그래도 "피상적인 경전 해석이나 이 시대에 유행하는 편견과 오류에서 자유로워지기만 하면 반드시 부딪히게 될 의문일 뿐이다."( p.113)라는 말과 "부정은 확신하고 긍정하기 위한 것."(p.116)이라는 말에 힘입어서 나름대로 나의 비틀거리는 신앙을 합리화 시켜본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 "그분을 믿음으로써 우리가 지혜로워진다"는 말을 마음에 담는다.

얘야, 너는 인간의 앎과 슬기를 지나치게 믿는 것 같구나.

하지만 언제나기억해라.

아무리 큰 앎과 슬기라도 하나님의 섭리를 산술처럼 풀어낼 수는 없는 것,

그분을 믿는 것이 지혜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분을 믿음으로써 우리가 지혜로워진다는 것. 그리고

과도한 지식으로 종종 우리의 믿음과 경건을 해치게된다는것을.

p.1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