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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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에 응모하여 작은 상을 받았다. 그래선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친밀감이 내가 이 책을 택하게 된 동기다.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과 대상 수상작가 자선작 한 편, 그리고 대상 수상작가 수상 소감,

문학 평론가 정홍수의 '21회 이효석문학상 작품론',

또 대상수상자 최윤과, 2018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유태의 '대상 수상자와의 인터뷰' 까지.

이어서 6편의 각기 다른 수상작가들의 단편 으로 구성되었고

마지막으로 수상작들에 대한 다섯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가' 까지 수록된 21회 수상작품집이다.


대상 주상작, <소유의 문법>이라는 제목에서 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소유에도 일정한 문법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그냥 "소유의 법"이 아닌 '문법'일까" 작가가 글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2019년 이효석 문학상 대상 작품인 <소유의 문법>은 인간들의 소유욕은 급기야 "미美" 마저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 잡혀있음을 이야기 하면서, 서울에서 가까운 k 산의 아름다운 계곡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배경으로, 그 곳의 풍경 마저도 소유하려는 인간군상들을 그린다.

근본적으로 욕망은 그 욕망의 대상이 소유되는(소유되었다고 믿는) 순간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결핍의 자리로 이동한다.

p90

그곳에 두개의 별장을 소유한 p교수는 조각가의 모든 행복의 조건을 다 가지고 있는 유명한 조각가다. 그는 자녀들이 있는 해외에 거주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두개의 별장을 옛 제자들에게 빌려준다.

불안 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발달장애 로 가끔씩 느닷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딸 동아때문에 아파트에 살기 어려워진 아버지인 화자는 옛 은사인 p교수의 제안으로 그 별장으로 동아를 데리고 이사를 간다

미의 극치라고 할수 있는 그 곳의 또 다른 별장에서 살고 있던 또 다른 제자, '장 대니얼'은 동네 사람들을 회유해서 그 별장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 일에 동참을 권하는 동네사람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고 돌아온 화자는 그런 소유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에게 회의를 느낀다.

반대로 화자의 딸 동아는 그런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혼자만의 고함으로 우주에 전언을 보내며 산다.

드디어 홍수가 나고 소유욕에 들 떠있던 사람들이 사는 아름답던 계곡이 완전히 유실되고 인명피해까지 닥친다. 우주로 전언을 보내던 동아의 신비한 예감으로 동아와 그 아버지만 살아남는 모습은 마치 바벨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최현무라는 본명을 가진 작가 최윤은 말한다.

"갤러리에서 정말 좋은 작품이나 참 괜찮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보게 되면 누구나 작품을 사고 싶어지죠. 그러나 절제와 공유의 측면에서 그 작품이 있어야 할 자리를 바라본다면 차라리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미술곤이나 박물관에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곤 합니다. 완벽하게 '나의 것'으로 소유하려는 욕망과 소유물로부터 해방되려는 욕망이 동시에 든다고 할까요. (p.101)


대상 외 여섯편의​ 단편들도 대상에 버금가는 작품들로 인간 삶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그려 나간다.

모두가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는 듯한 현대인들, 그러나 그 누구도 삶의 고뇌와 좌절과 방황 속에서 비참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 또한 현실을 살아 내야만 하는 인간의 비참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역시 이 세상은 홀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별나다면 별난 사람들을 그린 <기괴의 탄생/김금희>.

저주가 붙은 듯한 후암동의 능소화가 피어있는 옛 일본인이 살던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데이다이 가옥/박인정>.

거친 듯 하면서도 오히려 그래서 더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하는 <동경너머 하와이/박상영>.

예술에 심취하던 자들의 엽기적인 삶을 그린 <햄의 기원/신주희>.

평범한 듯 아면서도 저마다의 가슴에 풀기힘든 고민들을 안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유진/최진영>.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 아내와 두 아들을 버리고 외국으로 떠난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들의 이야기 <가벼운 점심/장은진>.

작품마다 고유한 의미들이 녹아 있지만 결국은 모두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라는 궁극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당연히 그 물음에 답하는 일은 독자들의 몫이다.

"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언제나 약자다. "(p.142)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지않니"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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