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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평점 :
시인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지 마시오!
들여보내만 주시오
나 인간이었으니까.
그건 전사戰士라는 뜻이오.
당신의 힘 있는 눈길을 날카롭게 하시오!
여기!-이 가슴을 꿰뚫어 보시오.
보아요, 삶의 상처, 간계를
보아요, 사랑의 상처, 욕망을.
괴테의 노년기 대작 『서·동시집』의 ‘낙원의 서’에 나오는 한 단락입니다. 장열 하게 전사한 영웅들만 받아들여지는 천국 문 앞에서 시인은 “나 인간이었으니까,/그건 전사라는 뜻이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니 자기도 영웅들만 가는 (이슬람의) 천국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전사라는 것이지요.
삶이 얼마나 힘든지, 전쟁 같은지, 그리고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온갖 간계를 부리며 사는지, 실없는 욕망에 허덕이는지를 길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중략- 산다는 것 자체로 천국에 갈 만한 용감한 전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서 용기를 얻게 됩니다. -100쪽- (삶은 누구에게나 전투 같은 것)
한 인간의 최고의 결정체는 한 권의 책이다.
그래서 '산다는 건 책 한 권 쓰는 일'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교수, 번역가, 세계적 괴테 연구원.....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도 많은 '전영애'.
<세바시 15분, ><다큐 인사이트, 인생 정원> <토크 멘터리><목요철학, 인문포럼>.... 등등
유튜브를 장식하고 강연을 진행하는 70세가 넘은 할머니, 그는 지금 <괴테 할머니>로 불린다.
그녀의 인생수업의 중심에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녀의 궤적과 후학들에게 주고 싶은 인생철학과 각종 강연 내용, 앞으로의 꿈이 다 들어있다.
그야말로 인간 '전영애'의 결정체다.
그녀의 가르침의 기본은 "뿌리. 날개."이다. 그것은 괴테의 말이다.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자기 힘으로 서야 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날개"는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스스로 꿈꿀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녀는 서·동 시집에서, 파우스트에서, 프란츠 카프카에서 헤르만 헤세에서 그러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면 그것을 감당하는 힘이 생기곤 하지요. /24쪽
전율은 인간의 최상의 부분. /28쪽
우리의 소망이란 우리들 속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 /41쪽
리벤 벨렙트(licben belebt)(사랑이 살린다)- 그 방대한 '파우스트'를 다 읽은 후에 결국 남는 것도 사랑이란 단어입니다. /50 쪽
글 쓸 수 있는 조용한 공간 하나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지난날의 그녀, 그래서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그런 공간 하나 마련해 주고 싶어서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서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곳이 지금 경기도 여주에 있는 '여백 서원'이며 이제는 '괴테 마을'까지 조성 중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받은 것이 많다는 그녀, 이제는 받은 것을 나눠 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