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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인생 - 쓰레기장에서 찾은 일기장 148권
알렉산더 마스터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불확실함 투성이인 인생을 살아가다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듯한 불안감이 들 때, 이 책이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옮긴이의 말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리처드 그로브 교수가 건축 부지에서 놀다가 쓰레기 컨테이너에서 일기장들을 발견했다.
그는 일기장들을 다이도 데이비스 박사에게 기증했고, 그는 5년 후 이 수집품을 전기작가 알렉산더 마스터스에게 양도했다.
알렉산더 마스터스는 바로 이 책을 쓴 작가다.
알렉산더 마스터스는 영국의 작가이자 노숙인 활동가이며 첫 작품인 <스튜어트:거꾸로 가는 인생>을 썼고 이 책 <폐기된 인생>은 2016년에 발표한 세 번째 전기이다. 우연히 발견한 148권의 일기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알지 못하는 한 인물의 전기를 쓰기 위해서 사설탐정 못지않은 집요한 추적을 벌인다.
"평범한 인간이 자기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매일 기록하고, 아무런 기교도 거짓된 드라마도 없이 쓰는 것, 말하자면 내면으로부터 쓰는 것."-341쪽-
그것이 일기다.
쓰레기 더미에 폐기되었던 이 일기장 역시 거칠고, 건너뛰고 앞뒤가 뒤바뀌기도 한다. 즉 날것 그대로다.
마스터스는 일기를 분석하고 연구하고 정리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일기를 연구하고 해독하고 추적하고 심지어는 필적 감정사, 진짜 사립 탐정까지 찾아간다. 그 과정은 마치 탐정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과 기대감에 가독성을 더한다.
그는 왜 그렇게 주인의 이름도 신원도 알 수 없는 그 일기장에 집착을 했을까? 전기작가로서의 사명감? 호기심?

역사상 가장 다작을 한 이 일기 148권, 아니 이미 버려진 것까지 다 합치면 아마도 수천 권에 달할 것으로 생각되는 이 일기의 주인공은 그저 평범한 한 인간이었다. 아니 재미있고, 신랄하고, 똑똑하고, 직관이 뛰어나고, 친절하고, 너그럽고, ' 인생을 예술로 만들고 싶은' 희망을 가졌던 소녀였다.
하지만 그가 꿈꾸던 것들, 열망했던 것들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작가의 꿈도 작곡가의 꿈도, 화가의 꿈도.
보통의 우리가 그렇듯이, 보통의 인간들의 삶이 그렇듯이, ....
"아, 영혼은 얼마나 모호한 대답을 얻는가/ 우리 이 인생에서 확실함을 열망할 때!"
334쪽


그렇다면 일기 주인공의 삶은 실패한 삶인가?
폐기된 일기장처럼 그의 인생 자체도 폐기된 것인가? 제목 그대로 <폐기된 인생>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위안을 받게 되는 건 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