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 나민애가 만난 토요일의 시
나민애 지음, 김수진 그림 / 밥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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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그저 시여서 시가 된다. 이 말의 전후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퍽 슬프다. 우리도 그저 우리여서 우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의 사람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사람의 쓸모만을 인정하는, 그런 세상의 우리.

그렇지만 세상에서 쓰임새를 찾지 못해 버려질까 두려울 때, 지구에서 가장 쓸데없는 시가 말을 걸어준다. 못난 내가 못난 나만 열심히 미워하고 있을 때, 시는 나를 울어주고 ‘정성껏’ 슬퍼해 준다. 이런 쓸모없는 우리와, 쓸모없는 시의 만남은 몹시 애틋하고 중요하다. -중략-

시도, 우리도 그냥 처음부터 소중하다. 머리말-

솔직히 작가 나민애 보다는 나태주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고 또 그의 시를 좋아…했던 터라 그의 딸에 대한 기대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시보다 더 시 같은 시평이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그 자체가 시보다 더 시같은 것들이다. 읽다보면 모든 시는 어쩌면 시평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픈 시는 아픈대로, 따뜻한 시는 따뜻한대로 시평으로 인해서 결국은 읽는 이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기 때문일 것이다.

중간중간 들어있는 삽화도 역시 눈과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그림들이다.

왠지 억울하고 그래서 자꾸만 까칠해지는 요즘 나의 마음상태였다. 그런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가 짠- 하고 나타났다. 마치 흑기사처럼 …

 

 

눈 덮인 산중

늙은 감나무

지는 노을 움켜서

허공에 내어건

홍시 하나

-중략-

하늘과 땅 사이에

외롭게 매달린 예수처럼

바람으로 바람을 견디며

추위로 추위를 견디며

먼 세상 꿈꾸고 있네.

-[하늘과 땅 사이에/김형영] 중에서-

삶이 ‘즐김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많은 SNS의 문법이다. 그곳에 ‘견딤’의 오늘은 없다. 그래서일까. 잘 즐겼다는 실제 사진들보다 저 홍시 한 알이 더 현실에 가까워 보인다. 세상 곳곳의 홍시들은 오늘도 잘 견디었을까. p211

 

 

 

대체로 쉬운 시 들이지만 가끔은 난해한 시들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평론은 시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나는 귀신보다 마음이 무섭다. 때때로 마음이 나를 지옥에 내려놓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터져 마음이 쑥대밭이 됐다. ‘해결할 수 없으면 놓아야 한다.’ 머리에서는 이렇게 지시가 내려오는데 마음은 영 말을 듣지 않는다. ‘어쩌지, 어쩌지?’ 마음은 이 난장판을 어떻게든 청소하고 싶어한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어야 할 때 나는 이 시를 읽는다. 반드시 잘되어야 한다는 좋은 마음이 숨퉁을 조여 올 때도 이 시를 읊는다. 매인 것 없이, 집착하는 일 없이 선선히 떠나야 할 때가 있다. 이병철의 <나막신>은 바로 그때를 위한 작품이다. p81

 

 

누구에게나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다. 이 책 한 권쯤 옆에두면, 견뎌야 하는 삶에서, 살아내야 하는 삶에서 여유와 위로를 받을것이다.

그저 시여서 시인 시. 그러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소중한 그 무엇이 되기에 충분하니까.

우리가, 쓸모가 있어서 사람인 것이 아닌, 그저 우리여서 우리인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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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 - 프랑스혁명 속으로!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
설민석.잼 스토리 지음, 박성일 그림 / 단꿈아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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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세계사 대 모험 1권은 프랑스 편이예요.

첫장을 펼치면 요래, 요래, 설민석쌤의 자필 사인이 들어있어요. 사인 옆의 원숭이는 알라딘의 단짝 친구 대성이군요.

 

 

 

설민석의 세계사 대 모험 1권은 프랑스 편이예요.

첫장을 펼치면 요래, 요래, 설민석쌤의 자필 사인이 들어있어요. 사인 옆의 원숭이는 알라딘의 단짝 친구 대성이군요.

우리에게 익숙한 <알라딘과 요술램프>를 각색하여 흥미롭게 엮어가는 프랑스 세계사이야기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술술 재미있게 읽힙니다.

이 책의 이야기 속에서 설쌤은 560년 고구려 태학박사지요. 그는 외척에 대한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원교근공을 위해, 서역으로 떠납니다. 당시 서역은 지정학적, 환경적으로 고구려와 닮은 입장이기 때문에 원교근공을 위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40인의 도적과 카심을 만나 곤경에 빠지게 되고

그들에게 붙잡혀서 도적들의 보물창고에 갇히게 됩니다. 거기서 알라딘과 대성이를 만나고 데이지 공주를 만나지요. 그런데 공주는 13살 생일에 죽는다는 신탁을 받지요. 공주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골족의 후손이 세운 나라에서 가장 불행한 왕비의 눈물’이 필요하데요. 그들은 왕비(마리 앙투아네트)의 눈물을 얻기 위해서, 램프의 요정 지니의 도움으로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그 곳이 바로 프랑스예요.

그 눈물을 얻는 과정을 통해서 좌충우돌, 재미와 감동으로 프랑스 역사를 경험하게 됩니다.

1793년 프랑스 파리의 혁명광장에서 1804년 12월 나폴레옹황제의 등장까지가 이 책의 내용이죠.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동맹, 비운의 여인 마리 앙투아네트 공주의 정략결혼, 콩코르드광장, 루이 14세의 절대왕정, 미식문화의 탄생, 프랑스 궁중 문화, 그리고 혁명에 스러진 불운한 왕가, 프랑스의 신분제도, 프랑스 대 혁명이 일어난 원인, 공화정을 거쳐 프랑스 대 혁명의 전개 과정 등을 자세하게 공부하게 됩니다.

<설쌤의 역사 토크>, <설쌤의 역사체크>라는 박스처리로 요점과 상식을 정리하고 마지막에는 <술술 풀리는 세계사 퀴즈>로 복습을 유도합니다.

특히 <메모리 카드 게임 >으로 프랑스 역사에 대한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기억 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는 ‘신의 한수(?)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어른인 나도 술술 빨려 들어가는 ‘세계사 대모험‘ 2권이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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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심이 - 안현심 자전에세이
안현심 지음 / 천년의시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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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부리에 걸리는 돌멩이가 있다.

차마 버릴 수 없는 얼굴이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으스러지게 안아보자.

-20128년 깊은 겨울 안현심 쓰다-

언제나 혼자였던 아이.

1957년 아직도 남성중심의 시대에 태어난 그의 겨드랑이에는 날갯죽지가 근질거렸다. 그것은 '문학'이었다.

하지만, 기울어가는 집안에서 그녀는 향학열을 접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한때는 수틀에 갖혀지내기도 했다.

출판사일로 생계를 이어가며 마흔 다섯에 다시 향학열을 불붙여 석사,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지금은 활발한 문학활동을 하고 있다.

드디어 그의 삶에 우담바라가 피었다.

심장이 무르녹고

눈물조차 혼절할 때까지

쇠망치 내리쳐 짓뭉개다가, 견고한 본성이 고개라도 들면 몸서리나는 얼음물에 집어넣더니

두드려보시오

물과 바람과 불을 품은 울음이

얼마나 먼 하늘을 팽팽하게 당기는지.

-「방짜 징」전문-

스스로 <방짜 징>이라 칭하는 그녀의 이름은, 어둠에 존재하기를 강요당하면서도 겨드랑이 깃털을 포기하지 않은, 콘도르를 숭배하는 '용감한 하늘 같은 사나이'다.

그러나 그 내면은 누구에게도 뒤 지지않는 생명존중가, 자연애호가이다.

온몸에 호스를 박고 신음하는 고로쇠나무을 보고 , 곰의 가슴에 구멍을 뚫어 쓸개즙을 마시는 흡혈귀같은 인간의 모습을 보고,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청여우의 피눈물을 보고 경악하며, 움츠린 작은 풀포기에도 눈물 흘릴줄 아는 여린 여인이다.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여인, 시를 위해 태어난 여인. 그것은 어쩌면 엄마의 끼를 오롯이 물려받은 건지도 모른다.

태어나지 못한 것,

젊어서 공부하지 못한 것,

 

강사로서 살아가는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에움길을 걸어왔다.

부유한 환경에서  것,

 

남편과 더불어 살지 못한 것,

모두가 나그네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나그네적 요소들이 힘을 합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주인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 주인은 바로 '문학'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다.

에움길은 최고의 주인을 만들기 위한 눈물이었을 뿐이다.

-책머리에서-

 바로 나의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같은 '공감의 삶 '을 볼수 있는 책이다.

"산을 넘고 급류를 헤쳐온 한 사람의 노래가 동시대 나그네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그녀의 바람대로 이 책을 읽는이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되는 책이다.

동시에 그의 '용감한 하늘같은 사나이'라는 열정에서 도전정신도 함께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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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그림자 - 무의식의 신학
신은희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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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애는 무의식이 그 자신을 실현한 역사이다.”라는 분석심리학자 융(C. G. Jung)의 고백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이 책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인 작가가 지난 몇 해 동안 신과 신성에 관해 묵상하며 출간한 신학 논문들을 엮은 것이다.

무의식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마음의 ‘동시성’을 창출한다. 무의식의 꿈은 신성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우주심(cosmic mind)’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과정적 흐름은 잃어버린 ‘내 안의 신성’을 불러낸다. 신성은 새로운 인격의 원형으로 재탄생된다. 사랑의 신, 지혜의 신을 품은 신성한 인간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프롤로그-

총 8 개의 장을 통해서 '내 안의 신성'에 대한 담론이 시작된다.

제1 장 무의식과 원초적 공감

존재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개성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내 안의 신’과 만난다. 결국 인식할 수 없는 영원한 의미는 신비와 하나의 전체성을 이룬다. 인간이 신이 되어가는 여정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경이로운 영적 진화이다.

-14P-

인간의 원초적 공감은 태초의 인류로부터 전이되어 온 영적 본능이며 신의 원형이다. 무의식의 세계는 바로 심혼의 원초성이 감춰져 있는 신과의 만남, 신성의 합일이 이루어지는 우주의 생성 원인이다.

융은 그의 무의식의 기록인『레드북』을 남기는데 1장에서는 이 책을 예로 살펴본다. 이 책은 대극 합일의 상징으로 아브락사스의 신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융은 ‘제2의 인격’ 즉 ‘내면의 신’으로 그 이미지를 ‘필레몬(Philemon)’이라고 부른다. 융은 필레몬과의 환상의 대화를 나누며, 확장된 무의식의 강렬한 힘을 느끼게 된다. 또 말년에는 임사 체험을 하면서 ’죽음 이후의 생‘을 말하게 되는데 그는 죽음을 통해 삶의 환희를 역설한다.

또 집단무의식에서 분출되어 나오는 원형의 힘은 강렬한 옷 토의 누미노제( 고도의 종교적 체험)의 체험으로 신적 표상을 지닌다. 누미노제의 체험은 무의식 세계로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몸과 정신과 영혼이 비로소 하나의 전체 정신이 되는 자기실현으로서 무의식의 신학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제2 장 감정과 공감의 누미노제

감정과 공감은 본능이다. 인간이 무엇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은 즉각적인 무의식의 반응이다.

신에 대한 감정과 공감도 초기 인류사 회로부터 각인되어 온 오래된 무의식의 표현이다.

공감 신학의 한국적 모티브를 기층 종교 문화인 샤머니즘과 기독교와의 대화를 통해서 살펴본다.

고통의 의례화 과정을 거친 샤먼은 강신 체험을 통해 누미노제의 현시화 원초적 공감을 극대화한다.

신내림→내림굿(개인적 한을 통곡을 통해 아픔과 회한을 모두 분출한다.)→소명의식→다신 적 성격→누미노제의 절정을 체험→샤먼 인격을 갖춰 새로운 신적 소명(치유성)을 완성.

※용담유사(龍潭遺祠)→동학의 창시자 최제우가 경험한 누미노제는 샤먼의 강신 체험과 유사한 형태로 묘사된다.

예수의 누미노제는 그리스도인의 성스러움의 지표가 되며 영적인 매혹 성과 치유성으로 나타난다.

구성원 간의 초월감. 권능감. 연대감의 감정을 형성하여 현실 세계에 기여하도록 이끈다.

궁극적으로 공감의 에클레시아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나누고 치유하는 제의적 화합과 신성한 공감으로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수 있도록 매 순간 삶의 누미노제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작은 신’이며 ‘소우주‘가 됨으로써 영혼에 새겨진 신성의 씨앗은 끊임없이 대우주인 신의 본체를 향해 이끌리고 매료되는 것이다.

-77p-

제3 장 우주의 숨결 : 기와 영의 에로스

우주의 숨결인 영의 기운은 우주 만물에 편재해 있다.

영과 기의 에로스는 우주의 숨결이 신과 우주의 법칙에 뛰라 개별 문화를 통해 펼쳐 나오는 프뉴마톨로지의 신성한 상징이다. 프뉴미톨로지는 우주의 숨결이 잠긴 무의식의 총체적 경험을 섬세하게 연결하는 신성한 은줄(silver cord)이다. 영적 필라멘트의 점화로 영의 빛은 응집과 취산, 초월과 내재, 탄생과 소명의 순환 속에 ‘초월의 신성’을 육화하며 매 순간 탄생하고 현현한다.

기독교 전통에서 루아흐(생명의 근원)와 프뉴마(우주 총체적 개념인 프뉴마는 초기 기독교의 교부 신학 시대를 거치면서 ‘예수의 영’으로 제한된다.)는 신의 뜻에 따라 우주 만물에 거하며 신과 인간을,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우주의 숨결이다. 신은 만물 안에 존재하고, 만물은 신 안에서 생동한다. 성령은 창조자와 창조물의 세계를 연결하며 신적 에너지를 통하여 인간과 사랑의 교재를 나눈다. 삼위일체의 영은 존재론적인 구조가 신-예수-성령인 신학적 틀 속에서 사회성을 강조한다.

기독교의 성령은 지극히 종말론적이다. 이러한 측면은 기독교의 영의 인식이 여전히 배타적인 하기오스의 영 개념에 제한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기(氣)는 우주의 숨결을 동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기(至氣)는‘지극한 기운’, ‘기고한 기’라는 의미이다

온 우주 만물이 하나가 되어 깊은 사랑을 하고, 소멸하고, 다시 탄생한다. 성스러운 영, 누미노제의 근원은 그토록 찬란하다.

제4 장 호모 엠파티쿠스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rthicus)란 ‘공감적 인간’, ‘샤먼’, 혹은 ‘샤먼 의식을 지닌 자’를 의미한다.

경제학자 리프킨(J. Rifkin)은 인간 본성의 특징을 ‘공감하는 종(種)으로 정의한다.

치유와 통합을 향한 미래 사회의 새로운 종교적 인간상을 ‘호모 엠파티쿠스’로 정의하고, 이를 위한 대안적 영성을 인간의 의식 변형을 통한 네오 샤머니즘(neo-shamanism)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네오 샤머니즘(인간 무의식의 세계를 공감 능력으로 확장)은 ‘종교’가 아니라 종교적 현상을 해석하는 ‘방법론’이며 현대사회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증오. 대립. 갈등의 문명을 화해. 치유. 통합의 문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공감적 인간학을 제시한다.

네오 샤머니즘은 ‘믿음’이나 ‘신앙’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 변혁’을 강조한다. 따라서 자아의 영적 진보와 사회적 진보를 동시에 추구하며 다양한 종교. 문화. 전통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영성적 하이브리디티의 특징을 잘 살려야 될 것이다.

제5 장 샤먼의 전설

『샤먼의 전설』은 몽골 문인 아요르잔이 바이칼 올혼섬을 찾아 그곳에서 직접 경함한 샤먼 이야기를 작품화한 것이다.

작품의 화두는 ‘고통’이다. 아요르잔은 마치 신병을 앓는 샤먼의 상태와 같이 내면의 지독한 고통을 품고 무작정 고향을 떠나 바이칼로 향한다.

『샤먼의 전설』은 전통적인 샤머니즘이 고수했던 신적 절대성의 영역과 경계를 상대적으로 희석하면서 샤먼 경험의 인간 주체를 회복하는 신성과 인성의 합일,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강조하는 네오샤머니즘의 영성 세계를 추구한다.

▶네오샤머니즘의 영성적 특징/ 고통의 영성, 인간 주체적 변성 의식, 자아 변혁과 빛의 영감, 신성의 각성, 사회 정치적 저항.

『샤먼의 전설』에 나타난 고통의 주체는 개념의 무아를 향한 자아 비움의 원리가 아니라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경계와 무게를 분명히 인식하며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관통함으로써 타자적 존재와 일체 되는 고차원적 무의식의 원리이다.

제6 장 태양 춤과 에코토피아

북미 원주민의 태양 춤은 무의식의 춤이다. 춤은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가 만나는 접촉이며 신성으로 이끄는 영적 충동이다. 또 식민 지배를 상징했던 백인과 기독교 교회에 저항하는 상징 의례이기도 하다. 태양 춤 축제의 절정은 비전 탐구(독백기도)와 육신 공양(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거나 살점의 일부를 헌사하는 예식)으로 끝난다. 이때가 서약자들에게는 대 신령을 맞이하는 ‘신체험’의 순간이다.

태양 춤 축제에서 체험되는 창조의 영인 대신령은 위대한 통합의 생명력으로 존재한다. 자연과 인간은 대신령을 공유하고 함께 나누는 친족 관계성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은 베리가 강조한 ‘기독교 애니미즘’의 전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원주민의 신학은 기독교 애니미즘을 추구하는 에코토피아의 영성 신학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 즉 그들에게 춤은 신학이다.

제7 장 공공 기복

인간의 무의식에는 복을 구하는 기복의 마음이 잠재되어 있다. 기복적 성향은 종교의 가장 부정적인 단면으로 비판받아 왔다. 그런데도 복을 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종교의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존재론을 구성한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를 지키기 위한 가장 근원적인 본능적 정신 작용이라고 민영현은 설명한다. 즉, ‘태고의 순수 원형’이기도 하다.

수운 최재우의 『용담유사』는 타자와 사회를 향한 연민과 개혁 정신으로 승화되어 동귀일체의 공공 기복 정신으로 나타나며 이는 사회적 구원 서사를 이루는 신성화 단계로 본다.

제8 장 타나토스의 신학

지젝(S.Zizek)은 타나토스 신학을 제시한다. 그의 타나토스는 신의 죽음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니체 이후 신의 죽음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사신 신학’이다. 그는 헤겔과 셸링의 철학을 표본으로 삼고 전통적인 마르크스의 사유를 차용하며 라캉의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신의 전지전능함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며 불완전한 신, 모순적인 신개념이 오히려 현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에게 더욱 철저히 기독교 정신으로 회귀하도록 만드는 신학적 추동력임을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초혼의 신학을 추구하는 것이다.


융의 심리학을 근본으로 시작한 인간 무의식에 대한 고찰.

무의식의 의식화, 의식의 무의식화, 결국 신과 자연과 인간은 함께 하는 존재라는… 종교학이다.

왜 기독교는 배타적인가? 이제는 실재 속에서 함께 이 우주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유일신에 대한 신앙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구절구절이 흥미롭고 신선하지만 약간은 어리둥절하다

어쨌든, 신은 저 너머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호흡처럼, 바람처럼, 온 우주에 스며있는 존재라는 것만 다시 생각해본다.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든 그 신을 향하여 나가는 만물의 작은 신, 소 우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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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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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생명의 시작을 어느 시점으로부터 인정해야 하느냐. 또 의학적 죽음의 정의는 무엇이며 철학적인 죽음의 의미, 죽음의 시점, 왜 죽어야 하는가, 죽을 권리와 살릴 의무는 어디까지인가, 죽음이란 마지막 스토리를 우리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이어 2045년에는 죽기 않는 시대가 온다고 까지 작가는 내다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는 법의학자다 그래서 전통적인 죽음학 보다 그의 직업인 법의학자의 관점에서 죽음을 이야기 한다.

“여러가지 색채의 다양한 죽음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진짜 맨얼굴, 우리 을 한번 제대로 같이 마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 이제부터의 내 이야기의 취지라 하겠다.”-23-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유언을 남기는 등 의연함을 드러낸 사람들도 있다. 태종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낄수 있는 유언이 그랬고, 성삼문이 그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지금은 의술의 발달로 곧바로 연명치료를 하다가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를 남길 틈도 없이 병원에서 아무런 준비나 의식 없이 마지막 생을 보내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처럼 급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죽음을 당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맞이 해야한다는 것이다

2008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있었던 김 할머니 사건으로 인해서 우리나라도 이미 국가생명윤리 심의위원회에 상정된 다음 존엄사가 법제화되었다.

이어서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역시 존엄사를 선택했다. 물론 카톨릭교회의 교리상 선종善終이라는 말로 바꾸긴 했지만 말이다.

안락사 역시 대부분의 나라들이 허용하고 우리나라는 2016년 법안이 통과되었고 호스피스 분야는 2018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원치 않는 의료 장치에 의해 살아가지 않을 권리, 즉 죽을 권리 행사다.

실제로 미국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는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고 스위스, 베네룩스 3국과 미국의 워싱턴 주를 포함한 8개주, 오스트레일리아의 빅토리아 3주에서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환자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도운사람이 미국의 잭 케보키언이다.

어쨌든 아직은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신중히 생각 해 봐야할 문제다.

이제 우리에게는 거부권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거부권을 실제로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소개 한다.

또 스스로 죽음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마무리한 여러 사람들의 예를 드는데50대부터 특별한 장례식을 꿈꾸고 그레이스 리라라는 여인의 이야기는 신선하고 가슴 뭉클하다.

 

 

마지막으로 ‘ 2045년 죽지 않는 시대가 온다‘라는 화두로 커즈와일의 주장을 간략히 정리하고 그이 따른 과학적인 증명을 나열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알 수 없는 영생을 기다리며 환상에 빠져 지내기 보다는 우리의 지금 이 순간을 낭비없이 꽉 채우는 온전한 현재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삶의 마지막 여정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만 현재 우리의 삶을 더 온전하게 살수 있다.

결론적으로 품위있는 죽음이란 죽음이 두렵지 않은 상태의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생명체는 소멸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에 따라 유한한 삶에 감사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지막 죽음의 과정에서 선택할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죽음이 곧 품위 있는 죽음이 아닐까.

 

이제야 깨달았도다. 생이 이렇게 짧은 줄을! -카르나(로마신화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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