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방짜 징>이라 칭하는 그녀의 이름은, 어둠에 존재하기를 강요당하면서도 겨드랑이 깃털을 포기하지 않은, 콘도르를 숭배하는 '용감한 하늘 같은 사나이'다.
그러나 그 내면은 누구에게도 뒤 지지않는 생명존중가, 자연애호가이다.
온몸에 호스를 박고 신음하는 고로쇠나무을 보고 , 곰의 가슴에 구멍을 뚫어 쓸개즙을 마시는 흡혈귀같은 인간의 모습을 보고,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청여우의 피눈물을 보고 경악하며, 움츠린 작은 풀포기에도 눈물 흘릴줄 아는 여린 여인이다.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여인, 시를 위해 태어난 여인. 그것은 어쩌면 엄마의 끼를 오롯이 물려받은 건지도 모른다.
태어나지 못한 것,
젊어서 공부하지 못한 것,
강사로서 살아가는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에움길을 걸어왔다.
부유한 환경에서 것,
남편과 더불어 살지 못한 것,
모두가 나그네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나그네적 요소들이 힘을 합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주인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 주인은 바로 '문학'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다.
에움길은 최고의 주인을 만들기 위한 눈물이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