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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평점 :
얼마전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에 응모하여 작은 상을 받았다. 그래선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친밀감이 내가 이 책을 택하게 된 동기다.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과 대상 수상작가 자선작 한 편, 그리고 대상 수상작가 수상 소감,
문학 평론가 정홍수의 '21회 이효석문학상 작품론',
또 대상수상자 최윤과, 2018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유태의 '대상 수상자와의 인터뷰' 까지.
이어서 6편의 각기 다른 수상작가들의 단편 으로 구성되었고
마지막으로 수상작들에 대한 다섯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가' 까지 수록된 21회 수상작품집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924/pimg_7624051402682915.jpg)
대상 주상작, <소유의 문법>이라는 제목에서 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소유에도 일정한 문법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그냥 "소유의 법"이 아닌 '문법'일까" 작가가 글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2019년 이효석 문학상 대상 작품인 <소유의 문법>은 인간들의 소유욕은 급기야 "미美" 마저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 잡혀있음을 이야기 하면서, 서울에서 가까운 k 산의 아름다운 계곡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배경으로, 그 곳의 풍경 마저도 소유하려는 인간군상들을 그린다.
근본적으로 욕망은 그 욕망의 대상이 소유되는(소유되었다고 믿는) 순간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결핍의 자리로 이동한다.
그곳에 두개의 별장을 소유한 p교수는 조각가의 모든 행복의 조건을 다 가지고 있는 유명한 조각가다. 그는 자녀들이 있는 해외에 거주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두개의 별장을 옛 제자들에게 빌려준다.
불안 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발달장애 로 가끔씩 느닷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딸 동아때문에 아파트에 살기 어려워진 아버지인 화자는 옛 은사인 p교수의 제안으로 그 별장으로 동아를 데리고 이사를 간다
미의 극치라고 할수 있는 그 곳의 또 다른 별장에서 살고 있던 또 다른 제자, '장 대니얼'은 동네 사람들을 회유해서 그 별장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 일에 동참을 권하는 동네사람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고 돌아온 화자는 그런 소유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에게 회의를 느낀다.
반대로 화자의 딸 동아는 그런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혼자만의 고함으로 우주에 전언을 보내며 산다.
드디어 홍수가 나고 소유욕에 들 떠있던 사람들이 사는 아름답던 계곡이 완전히 유실되고 인명피해까지 닥친다. 우주로 전언을 보내던 동아의 신비한 예감으로 동아와 그 아버지만 살아남는 모습은 마치 바벨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최현무라는 본명을 가진 작가 최윤은 말한다.
"갤러리에서 정말 좋은 작품이나 참 괜찮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보게 되면 누구나 작품을 사고 싶어지죠. 그러나 절제와 공유의 측면에서 그 작품이 있어야 할 자리를 바라본다면 차라리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미술곤이나 박물관에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곤 합니다. 완벽하게 '나의 것'으로 소유하려는 욕망과 소유물로부터 해방되려는 욕망이 동시에 든다고 할까요. (p.101)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924/pimg_7624051402682916.jpg)
대상 외 여섯편의 단편들도 대상에 버금가는 작품들로 인간 삶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그려 나간다.
모두가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는 듯한 현대인들, 그러나 그 누구도 삶의 고뇌와 좌절과 방황 속에서 비참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 또한 현실을 살아 내야만 하는 인간의 비참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역시 이 세상은 홀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별나다면 별난 사람들을 그린 <기괴의 탄생/김금희>.
저주가 붙은 듯한 후암동의 능소화가 피어있는 옛 일본인이 살던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데이다이 가옥/박인정>.
거친 듯 하면서도 오히려 그래서 더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하는 <동경너머 하와이/박상영>.
예술에 심취하던 자들의 엽기적인 삶을 그린 <햄의 기원/신주희>.
평범한 듯 아면서도 저마다의 가슴에 풀기힘든 고민들을 안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유진/최진영>.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 아내와 두 아들을 버리고 외국으로 떠난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들의 이야기 <가벼운 점심/장은진>.
작품마다 고유한 의미들이 녹아 있지만 결국은 모두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라는 궁극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당연히 그 물음에 답하는 일은 독자들의 몫이다.
"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언제나 약자다. "(p.142)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지않니" (p210)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924/pimg_7624051402682919.png)